길리어드사이언스가 유방암 대상으로 허가받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트로델비'의 폐암 임상 3상에서 실패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로델비는 TROP-2 타깃 ADC로 이달 레고켐바이오가 얀센에 약 2조2400억원 규모 기술수출한 물질과 동일 모달리티다. TROP-2 타깃 ADC로는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길리어드는 트로델비의 임상 3상(EVOKE-01)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트로델비는 화학요법인 도세탁셀과 병용했을 때 1차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리어드는 이번 임상 결과를 규제당국과 논의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는 다가오는 의학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은 여전히 정복이 어려운 분야다. 전체 환자 중 35~55%만 면역요법에 반응하고 반응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다른 치료 옵션도 제한적이다. 소세포폐암에 비해 화학요법에 대한 반응도 낮은 편이다.

머다드 파시 길리어드 최고의료책임자는 "비소세포폐암은 여전히 효과적인 치료제가 시급한 분야"라며 "트로델비에 효과를 가지는 환자 집단을 추가로 선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리어드, 엔허투와 경쟁 피해 적응증 지속 확대

길리어드는 트로델비의 적응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20년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최초 허가받은 뒤, 이듬해에는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방광암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국내에서도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지난해 10월 출시됐다.

길리어드의 이런 선택은 엔허투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방암 시장에서 트로델비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HER2 타깃 ADC '엔허투'와 지속적으로 경쟁해왔다. 특히 지난해 엔허투가 HER2 저발현 유방암으로도 적응증 확대에 성공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21년 비슷한 수준이었던 두 치료제의 매출은 두 배 넘게 벌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엔허투의 매출은 11억6900만달러(약 1조5600억원), 트로델비는 4억8200만달러였다.

업계 관계자는 "트로델비 적응증 확대는 엔허투를 따라잡는데 중요하다"며 "이번 임상 결과는 길리어드에 골칫거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길리어드는 트로델비의 적응증을 두경부암·부인암·위장암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차 전이성 PD-L1 고발현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