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파산신청' 남발에 멈춰선 코스닥 상장사…제도 악용하는 세력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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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파산신청' 남발에 멈춰선 코스닥 상장사…제도 악용하는 세력 등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135834.1.jpg)
파산신청 남발, 상장사 경영진·소액주주 울려
주식 한 주만 있더라도 채권자 주장…경영진 압박
회생법원에 파산신청 시 상장사는 거래정지
김앤전 법무법인, 파산신청 소송 대리인 자주 등장
한국거래소도 못 잡아내는 수상한 파산신청

상장사 경영진이나 소액주주들이 수상한 파산신청에 울상 짓는 사례가 잇따른다. 코스닥 생활용품제조사 에이치앤비디자인은 지난해 11월 파산신청을 당한 뒤 법원에서 기각됐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뉴지랩파마도 같은해 2월과 3월 파산신청서가 법원에 접수됐다. 이외에도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과 시장에서 퇴출된 멜파스 등이 파산신청 접수에 따른 주식 거래 매매 정지 사태를 겪었다.
시장에선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파산신청 악용' 세력이 등장했단 이야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상장사의 파산신청 소송에서 법무법인 김앤전(대표 변호사 전병우)이 대리인으로 자주 등장했다. 에이치앤비디자인 파산신청의 경우 전병우 대표 변호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에스제이엔비폴이 직접 회생법원에 접수했다. 일부 상장사들은 김앤전에 따른 피해 대응 협력 등의 자료를 문서화해 서로 주고받으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산신청 제도를 악용하는 세력은 상장사 경영진과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하거나, 회사 관계자와 사적으로 이루어진 금전거래를 회사가 변제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도 파산신청 악용 사례를 걸러내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거래소는 과거 파산설 불거지면 기계적으로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던 규정을, 심리와 확인 등을 통한 조치로 바꿨다. 파산설이 불거진 기업에 거래정지 조치 전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하겠단 것이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파산신청을 당한 상장사가 현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마땅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정지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상장 기업의 경영진이나 소액주주들이 악의적인 파산신청 여부를 직접 파악해야 한다. 법무법인 여명의 임종엽 기업회생 전문변호사는 "파산신청은 회생과 달리 신청권자인 채권자의 채권 액수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데, 신청권자의 채권 존재 여부는 심문 과정에서 밝혀진다"면서 "따라서 극히 소액의 채권자도 상장사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파산신청을 하는 등 파산제도를 남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