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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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대선 두번째 경선에서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물리치며 '트럼프 대세론'을 굳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도 하지 않고 민주당 첫번째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1월 미국 대선은 최단기간 내 양당 후보가 사실상 확정돼 사상 첫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2연승으로 대세론 굳혀

24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뉴햄프셔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이날 오전 1시 기준으로 91% 개표가 완료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8% 득표율로 헤일리 전 대사(43.2%)를 제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51%의 지지율로 2위 후보와 역대 최대 격차(29.8%포인트)를 내며 1위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공화당 초기 경선지로 정착된 1976년 이후 두 곳에서 처음으로 모두 이긴 후보가 됐다.

WP는 "헤일리 전 대사가 이길 가능성이 있던 곳이 그나마 뉴햄프셔였는데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사실상 공화당 경선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가 2016년에 사실상 대선 후보가 된 게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한 지 90일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이번엔 2000년대 들어 가장 짧은 1주일 만에 1인 독주 체제를 확정지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소속 유권자들도 트표할 수 있는 뉴햄프셔에서 공화당원들의 표를 대거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CBS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날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유권자 중 51%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공화당으로 규정했다. 나머지 43%는 무소속, 6%는 민주당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의 공화당 투표자 가운데 74%를 득표해 25%를 받은 헤일리 전 대사를 49%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헤일리 전 대사는 무소속 투표자 중 60%의 지지를 받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38%)과 격차는 28%포인트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 70%가 스스로를 보수라고 여겼다. 반면에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 상당수는 본인들을 중도나 진보로 인식했다. 학력별로 보면 대졸 미만 학력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승리 연설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겨냥해 "오늘같은 최악의 밤을 맞이하고서도 승리한 것처럼 행동하지 말자"며 우회적으로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석달 간 '덜 떨어진(crooked)' 조 바이든에게 모든 여론 조사에서 앞섰다"면서 "그러나 헤일리는 그렇지 않았다"며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바이든, 4년 전 5위한 곳에서 명예회복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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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이날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선거인단 배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비공식 경선'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민주당이 다음달 3일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첫 공식 경선지로 선정했지만 뉴햄프셔주가 '전국 첫 프라이머리 개최'를 주(州)법으로 못 박은 점을 들어 이날 경선을 강행한 영향이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은 투표용지에 바이든 이름을 직접 적어 넣는 투표방식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몰표를 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7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2020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선 5위에 머물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저녁 내 이름을 써준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민주적 절차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 역사적 장면"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며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 낙태에서 투표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모든 자유가 위기"라고 경고했다.

양당은 주별로 경선을 마친 뒤 공화당은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은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후보를 공식 확정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대선 후보가 되면 사상 처음으로 전·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재대결을 벌인다. 1912년엔 현직인 공화당 소속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전임자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탈당한 뒤 신당 진보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해 공화당 경선에 이어 대선에서 리턴매치를 벌였다. 당시 공화당 표가 분산되면서 민주당 우드로 윌슨 후보가 당선됐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