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 늦어지면 역사의 죄인"…업계는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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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에 이례적 설명회 나선 공정위
"사전규제 아냐…우려 과도하다"
업계선 입증책임 전환은 과도하다 불만
"법안 강하지 않아도 실무 거치며 강해질듯"
"사전규제 아냐…우려 과도하다"
업계선 입증책임 전환은 과도하다 불만
"법안 강하지 않아도 실무 거치며 강해질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자리를 갖고 해명에 나섰다. 플랫폼법이 금지하는 반칙행위는 이미 공정거래법상으로도 금지돼 있는 행위들로,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된다고 해도 반칙행위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IT 업계에선 입증책임을 기업에게 전환한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칼날을 겨눌 일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사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처리 속도론 플랫폼기업의 독과점화를 막을 수 없어 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육 사무처장은 "카카오모빌리티도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조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14%였는데 조사를 마치고 시정조치할땐 이미 74%였다"라며 "현재 공정거래법 집행 체제론 시정조치를 할 즈음엔 이미 시장이 독과점화가 돼서 기업분할변경 빼곤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경쟁질서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미리 지정하고, 이들에게 4가지 행위(멀티호밍, 끼워팔기, 자사우대, 최혜대우)를 금지시켜야 빠른 속도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전지정·사후규제'이지 '사전규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4가지 행위는 이미 공정거래법상으로도 제재 대상이지만, 플랫폼 사업자를 미리 지정함으로서 향후 4가지 행위를 했을 때 조사를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에 비해선 약한 조치다. DMA는 지정 플랫폼업체에 대해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조건과 다른 조건으로 제3의 플랫폼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등 '의무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의무규정'은 두지 않고 4가지 유형의 '금지규정'만 둔다. 또 공정위는 DMA의 과징금 수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MA의 경우 금지행위를 한 플랫폼업체에 대해 '전세계 매출에 과징금 10%'를 부과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관련매출액의 6~1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시장지배력남용행위 적용(관련매출액의 6% 상한)보다는 높은 수준의 과징금이지만, 시장지배력남용행위 위배와 달리 법인이나 개인을 검찰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안에서 빠지는 만큼 과징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하지만 업계는 입증책임을 전환함으로서 공정위가 IT 기업의 여러 사업에 칼날을 세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안 자체의 규제는 약하다 하더라도 실무적 처리 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판매순대로 검색결과를 표시하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자체상품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 아니냐고 문제 삼으면 기업은 일일히 입증을 해야한다"며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가 시비걸 만한 사업은 점차 줄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국 플랫폼업체를 역차별하게 된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도 "N번방 방지법만 하더라도 문제의 무대가 된 텔레그램은 못 잡고 네이버 카카오 등 내국 플랫폼기업만 규제를 받는 상황"이라며 "공정위가 과연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을 한국 기업들만큼 엄밀히 규제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공정위 "지금도 반칙행위는 해선 안돼…추가 규제 아니다"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차담회를 갖고 "플랫폼법 제정이 늦어지면 공정위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반칙행위를 해서라도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만 플랫폼법이 문제가 되는데 업계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법 제정과 관련해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기자단과 차담회를 갖고 해명에 나선 것이다.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처리 속도론 플랫폼기업의 독과점화를 막을 수 없어 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육 사무처장은 "카카오모빌리티도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조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14%였는데 조사를 마치고 시정조치할땐 이미 74%였다"라며 "현재 공정거래법 집행 체제론 시정조치를 할 즈음엔 이미 시장이 독과점화가 돼서 기업분할변경 빼곤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경쟁질서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미리 지정하고, 이들에게 4가지 행위(멀티호밍, 끼워팔기, 자사우대, 최혜대우)를 금지시켜야 빠른 속도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전지정·사후규제'이지 '사전규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4가지 행위는 이미 공정거래법상으로도 제재 대상이지만, 플랫폼 사업자를 미리 지정함으로서 향후 4가지 행위를 했을 때 조사를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에 비해선 약한 조치다. DMA는 지정 플랫폼업체에 대해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조건과 다른 조건으로 제3의 플랫폼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등 '의무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의무규정'은 두지 않고 4가지 유형의 '금지규정'만 둔다. 또 공정위는 DMA의 과징금 수준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MA의 경우 금지행위를 한 플랫폼업체에 대해 '전세계 매출에 과징금 10%'를 부과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관련매출액의 6~1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시장지배력남용행위 적용(관련매출액의 6% 상한)보다는 높은 수준의 과징금이지만, 시장지배력남용행위 위배와 달리 법인이나 개인을 검찰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안에서 빠지는 만큼 과징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피의사실 입증책임 기업이 지면 결국 강한 규제된다"
업계가 문제삼는 부분은 피의사실 입증책임을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플랫폼기업을 빠르게 제재하려면 피의사실 입증책임을 기업에 지우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기업의 반칙행위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사건조사를 시작하는 게 아닌, 문제라고 추정되면 사건조사를 시작하고 이를 기업이 입증하는 방식이어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육 사무처장은 "4가지 반칙행위는 전세계적으로 예외없이 위법성, 경쟁제한이 인정된 행위들로 입증책임을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며 "다만 기업에게도 항변기회를 줄 것이고 기업의 입증부담이 과대해지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두겠다"고 했다.하지만 업계는 입증책임을 전환함으로서 공정위가 IT 기업의 여러 사업에 칼날을 세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안 자체의 규제는 약하다 하더라도 실무적 처리 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판매순대로 검색결과를 표시하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자체상품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 아니냐고 문제 삼으면 기업은 일일히 입증을 해야한다"며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가 시비걸 만한 사업은 점차 줄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국 플랫폼업체를 역차별하게 된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도 "N번방 방지법만 하더라도 문제의 무대가 된 텔레그램은 못 잡고 네이버 카카오 등 내국 플랫폼기업만 규제를 받는 상황"이라며 "공정위가 과연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을 한국 기업들만큼 엄밀히 규제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