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혁신하려면 '완벽주의'보다 '일단 실행'
세상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다. 우물쭈물하다간 뒤처지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SW) 개발에서도 ‘애자일(agile·민첩한) 방법론’이 대세다. 새로운 SW를 개발할 때 우선 중요한 기능을 대충 만든 뒤 사용자 반응과 추가 요구사항을 반영해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더 성공적인 SW를 개발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다.

SW 개발만이 아니다. 새로운 혁신을 추진할 때도 완벽한 혁신 방안을 세우는 것을 우선시하다 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고 방안 마련에 지나치게 시간을 쏟아서다.

필자의 어릴 적 별명은 ‘사고 박사’였다. 호기심이 많아 닥치는 대로 만지다가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사고를 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일을 추진하려고 해도 전처럼 신속히 진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니까 그런가?’ 싶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회사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구입한 책 중 읽지 못한 책이 한가득이었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완벽주의적 성향이 짙다고 한다. 완벽주의자는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붓는 경향이 있다. 그런 탓에 막상 본격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때 추진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또 목표와 기준이 높지만 실질적인 도전은 잘 못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매사가 불만족스럽고 새로운 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탈 벤 샤하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완벽의 추구>라는 책에서 현대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완벽함에 대한 걱정과 강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완벽을 추구함으로써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목표 달성 과정의 즐거움과 의미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적기’에 해야만 성과가 극대화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으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자꾸 미루는 경향이 다분하다.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 ‘새해부터 새 마음을 먹고 시작하지’ 등 끊임없이 미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실기하는 일을 밥 먹듯이 한다.

이렇게 미루는 삶에는 혁신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성공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영감이란 것은 방향을 깨우쳐주는 것이지 해야 할 내용의 세부 사항까지 짚어주지는 않는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바로 시작한 뒤 서서히 다듬어 나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성공의 길에 더 빠르게,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