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비아파트 소형 주택 활성화 방안(1·10 부동산 대책)이 고사 직전에 내몰린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도심에 사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주거 상품으로 한때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주택 수에 포함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몇 년째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주차장 규정을 완화하고 대단지 조성을 유도하는 이번 대책이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과 수요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수요·공급 메마른 도시형생활주택

확 풀린 규제…도시형생활주택 숨통 트이나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5~16일 이틀간 진행된 충남 천안시 도시형생활주택 ‘마인하임’ 83가구 청약에 단 한 명이 참여했다. 전용면적 56·59㎡를 1억9500만~2억400만원에 공급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해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과 청약 성적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작년 청약홈을 통해 아홉 차례에 걸쳐 도시형생활주택 281가구가 공급됐다. 2년 전인 2021년 22개 단지, 1995가구가 분양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에서도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했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라파르신림’과 서대문구 창천동 ‘이노와이즈신촌’, 금천구 시흥동 ‘서울 우남 w컨템포287’ 등이 모집 가구 수보다 청약자가 적었다. 그 결과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21년 59.5 대 1에서 작년 1.04 대 1로 쪼그라들었다.

인허가도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건수는 398건으로 2022년 같은 기간(2458건)의 16.2%에 불과했다.

○규제 완화 효과 볼까

업계에서는 최근 소형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을 되살릴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2년간 준공되는 전용 60㎡ 이하 도시형생활주택(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을 보유하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산정 때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주택 수 제외 요건은 실수요자보다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비아파트 주택에 투자하도록 해 임대주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가 완화된 것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도시형생활주택은 300가구 미만 단지로만 지을 수 있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단지 규모 제한이 사라졌다. 가구 수의 절반까지만 방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규제도 없앤다. 주차장에 공유차량 주차 공간을 마련하면 주차 면적 확보 의무를 완화해준다. 공유차량 주차면수 1대당 일반 주차면수 3.5대를 적용한다. 중심상업지역에서도 주상복합이 아닌 100% 주택으로만 지어 공급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전체 면적의 10%가량을 사업성이 좋지 않은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으로 지어야 했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도시형생활주택의 사업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수요자가 시장에 진입할 만한 혜택을 같이 줘 수요와 공급 활성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금리가 내릴 경우 투자자가 언제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역시 “이번 대책은 임대사업 수요를 활성화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사업자도 정부 노력에 발맞춰 시세에 맞게 가격을 내리는 등의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올해 이전 준공 주택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으로 남은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조치가 빠진 게 아쉬운 대목”이라며 “공급이 예정된 단지뿐 아니라 이전에 준공된 단지를 활성화할 방안이 병행돼야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비아파트 공급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현/유오상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