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세대(5G) 28㎓ 주파수 경매가 25일 시작됐다. 참여 사업자 세 곳 중 한 곳은 경매를 중도 포기했다. 나머지 사업자 두 곳도 “출혈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경매 최저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사업권을 쥐려는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눈치 싸움’ 중 한 곳 먼저 포기

세종텔레콤, 경매 포기…제4이통 벌써 난기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서울 송파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서울청사에서 1일차 주파수 경매를 진행했다. 정부가 제4통신사 출범을 위해 경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경매 대상은 28㎓ 대역 800㎒ 폭이다. 통신 3사가 할당받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할당이 취소된 주파수 대역 2400㎒ 중 800㎒다. 나머지 1600㎒는 이달 말 주파수 할당 계획을 발표할 때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공개할 전망이다.

이날 경매엔 지난달 할당 신청을 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 등 3개 사업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9일 과기정통부로부터 할당 참여 적격 판정을 받았다.

경매 최저가는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인 742억원이다. 오름입찰 방식으로 약 7일간 최대 50라운드까지 열린다. 50라운드까지 최종 승자를 가리지 못하면 밀봉입찰에 들어간다.

첫날 경매는 6라운드까지 진행됐다. 각 라운드는 약 한 시간씩 걸린다. 사업자가 순서대로 10분씩 입찰가를 적어내고, 이를 정부가 검토하는 방식이다. 다음 라운드에선 직전 라운드 입찰가보다 최고 3% 높은 금액을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김빠진 콜라’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텔레콤이 경매 첫날부터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경매 6라운드를 진행한 결과 757억원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튿날부터는 하루에 8라운드씩 열린다.

○무늬만 통신사 될 수도

통신업계는 이번 경매가 50라운드를 채우지 않고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매에 참여한 사업자 모두 자본금이 크게 넉넉하지 않은 중소사업자여서다. 경매 대상인 28㎓ 주파수는 사업성도 높지 않다. 낙찰 기업은 주파수 할당 후 3년 내 기지국 6000대를 구축해야 한다.

윤호상 미래모바일 대표는 이날 경매장에 들어서면서 “소중한 전파자원을 합당한 가격에 할당받도록 공정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스테이지엑스도 과도한 경쟁은 피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최종 낙찰가가 약 800억~820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 가능성을 거론한다. 28㎓는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 구축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5G 28㎓ 기지국은 구축비용이 대당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설비를 더 들여야 기지국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통신 3사만 해도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3년간 약 2000대를 구축하는 데 그쳤다.

과기정통부는 어떻게든 제4 통신사를 유치하겠다며 지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2010~2016년 일곱 차례에 걸쳐 제4 통신사 도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기지국 의무 구축분을 기존 통신 3사(각 1만5000대·총 4만5000대)의 절반 이하로 책정했다.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도 제공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제4통신사 도입을 추진한 취지는 통신 3사 과점 체제를 깨고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었다”며 “무늬만 통신사인 사업자가 나올 경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