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생산능력을 지난해 대비 두 배가량 확대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인공지능(AI)발 신규 수요를 잡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을 포함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사 중 지난해 4분기에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훈풍’을 타고 내년엔 연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올해 시작되는 AI발 상승 사이클이 2018년 슈퍼 호황기 수준에 버금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 업황 상승곡선

SK하이닉스 "HBM 생산 2배로"…올 영업익 10조 넘본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완벽히 뒤집는 ‘깜짝실적’으로 평가된다. 적자를 줄이는 데 그쳤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영업이익이 3460억원에 달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7.4% 증가한 11조3055억원을 기록하며 예상치(10조4696억원)를 뛰어넘었다. AI발 신규 수요, 업계 감산 등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내년까지 메모리 시장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의 회복세에 과감히 ‘베팅’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 상승을 예상한 고객들이 구매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다”며 “재고 수준이 낮았던 PC와 모바일 고객사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램은 올해 상반기, 낸드는 하반기에 수요처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전략은 ‘선택과 집중’

구형 제품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SK하이닉스는 새로운 먹거리에 과감하게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수요가 급증하는 HBM, DDR5 등 고부가 제품에 주력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철저히 고객 수요에 기반해 생산과 투자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HBM3와 DDR5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배, 4배 증가하며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HBM은 D램을 쌓아 대용량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인 제품이다. DDR5는 데이터 처리 용량을 끌어올린 최신 규격의 D램이다.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1위 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HBM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 늘어날 것”이라며 “AI 상용화 수준과 신규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에도 주력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등에 적용되는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와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이 대표적이다.

○올해 영업이익 10조원대 전망

SK하이닉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한다면 올해 영업이익이 1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AI발 신규 수요가 본격 반영되며 1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낸 해는 20조84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2018년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 것을 격려하고 회사 성장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이와 별개로 생산성 격려금(PI)으로 기본급의 50%도 지급하기로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