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또 최초"…K-모듈러에 진심인 DL이앤씨[이송렬의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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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미래기술센터 상무
수십가지 모듈러 기술 집합체, 구례에 단독주택 조성
세계 최초 ‘포스트 텐션’ 기술…고층 모듈러 노린다
수십가지 모듈러 기술 집합체, 구례에 단독주택 조성
세계 최초 ‘포스트 텐션’ 기술…고층 모듈러 노린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외국에나 있을 법한 모습의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DL이앤씨가 조성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다.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는 많지만 모듈러 기술을 활용해 단지를 조성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단독주택은 누구나 알지만 모듈러 주택은 아직 국내에 생소하다. 모듈러 주택은 건축물을 각 유닛(Unit)을 공장에서 먼저 만든 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안방, 작은 방, 거실 등 집을 구성하는 공간의 뼈대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 와서 조립해 하나의 집을 만든다고 이해하면 쉽다.
다른 산업에서처럼 건설업계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듈러 기술은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품질도 균일하게 맞출 수 있고 공사 과정에서 탄소와 폐기물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분진과 소음도 적어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는다. 이상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미래기술센터 상무는 "이번 전남 구례군에 조성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하우스는 DL이앤씨가 국내 최초로 총 11개 철골 모듈러 유닛을 조합해 하나의 주택을 만드는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2시간 근무, 근로자 부족 등 건설시장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뛰어든 게 벌써 7년째"라면서 "이제야 모듈러 기술이 현장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 ‘아직 목마르다’는 마음으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접하면서 반복적으로 열을 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재에 뒤틀림이 발생하고 뒤틀림이 발생한 자재를 또다시 손봐야 한다. 작업시간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품질 역시 균일하지 못하다. 현재 국내 모듈러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 가운데 하나다.
DL이앤씨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1세대 무용접 모듈러 커넥터를 개발했다. 기둥과 기둥을 볼트와 너트로 연결하는 식이다. 가로로 연결이 필요할 때는 보 커넥터를 활용한다. 기능공 수작업을 최소화한 방식이다. 기존 용접을 통해 조립하면 약 8시간이 소요되지만, 무용접 모듈러 커넥터를 활용하면 약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돼 조립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DL이앤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세대 무용접 모듈러 커넥터를 개발했다. 1세대 커넥터의 주요 재료는 강재다. 1600℃ 이상의 고온에서 주물·주조하는 방식이다. 다만 불에 견디기 위한(내화)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공정이 필요하고 소량만 생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요 재료를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로 바꿨다. 재료를 바꾸면서 대량 생산할 수 있어졌고 3D 프린팅 거푸집을 활용해 꼭 숙련자가 할 필요도 없다. 콘크리트 재료 특성상 내화 성능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이상진 상무는 "무용접 커넥터뿐만 아니라 유닛 조합 설계, 무하지 외장 접합 시스템, 건식 욕실 시스템 등 구례 사업지엔 19건의 특허가 적용됐고, 사업지에 적용되지 않은 특허 기술까지 합하면 현재 약 4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룸, 기숙사, 소형주택 등 1실 1유닛 구조의 단조로운 설계와 상품이 아닌 다수의 유닛이 합쳐져 전체 공간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구조체 생산시간과 마감 생산시간 등이 줄어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쉽게 설명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실(코어)을 만드는 기술이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은 대체로 아파트의 중심부에 있다. 위치가 위치다보니 안정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엘리베이터실에는 각종 설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 튼튼할 필요가 있다. 이 상무는 "기존 건설사들은 이 코어를 지을 때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지었다. 모듈러를 활용한다는 건설사들도 콘크리트로 먼저 단단한 벽을 세운 후 모듈러를 쌓는 방식으로 짓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콘크리트가 굳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층당 약 4일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DL이앤씨는 코어를 세울 때 습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공장에서 유닛을 가져와 쌓는 모듈러 방식을 활용한다. 유닛을 하나의 상자라고 봤을 때 상자의 네 귀퉁이에 나사식 철근이 들어간다. 아파트 층이 올라가서 더 많은 하중을 버텨야 한다면 네 귀퉁이가 아니라 6곳, 8곳으로 철근이 들어가는 위치가 많아진다.
중요한 기술은 이제부터 적용된다. 나사식 철근은 '커플러'라는 긴 너트와 같은 부품을 활용해서 연결되는데, 이렇게 연결된 철근을 유압식 장비를 활용해 위에서 잡아당긴다. 철근은 다시 자기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철근을 늘렸다가 놓으면 기존 철근 강도에 되돌아가려는 힘이 더해져 더 단단한 철근이 된다. 포스트 텐션 기술이다.
이상진 상무는 "포스트 텐션 기술을 활용해 건축물을 지은 나라가 몇 곳 있는데 자사처럼 철근을 당겨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철근을 여러가닥 꼬아서 만든 강연선을 활용했다"며 "특히 건식으로 포스트 텐션 기술을 활용한 것은 DL이앤씨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어'는 3층 이상부터 적용할 수 있는데 모듈러 기술로 아파트 모든 부분을 짓긴 어렵겠지만 아파트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올해는 고층 아파트 옥탑, 주출입구 등을 모듈러 기술로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DL이앤씨는 향후 다양한 분야에 모듈러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정교한 기술 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DL이앤씨가 목표로 잡은 기준에 기술력이 못 미친다고 판단해서다.
이상진 상무는 "일단 기술적인 역량을 기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이후 상품적인 측면, 원가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모듈러 기술을 활용한 주택이 상용화될 때까지 기술 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미래기술센터 상무는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 2개 아파트 현장에서 시공업무를 수행하고, 3개 일반건축 현장에서 공무업무를 담당했다. 2014년 본사 건축기술팀으로 발령받아 팀원-파트장-팀장-담당 업무를 수행했다. 주택본부의 기술표준관리, 핵심기술개발을 주도한 기술분야 전문가다. 현재 DL이앤씨 미래기술센터 모듈러팀, 주택공법팀, 스마트에코팀 3개팀 업무를 총괄한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단독주택은 누구나 알지만 모듈러 주택은 아직 국내에 생소하다. 모듈러 주택은 건축물을 각 유닛(Unit)을 공장에서 먼저 만든 후 현장으로 옮겨와 조립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안방, 작은 방, 거실 등 집을 구성하는 공간의 뼈대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 와서 조립해 하나의 집을 만든다고 이해하면 쉽다.
다른 산업에서처럼 건설업계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듈러 기술은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품질도 균일하게 맞출 수 있고 공사 과정에서 탄소와 폐기물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분진과 소음도 적어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는다. 이상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미래기술센터 상무는 "이번 전남 구례군에 조성한 모듈러 단독주택 타운하우스는 DL이앤씨가 국내 최초로 총 11개 철골 모듈러 유닛을 조합해 하나의 주택을 만드는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2시간 근무, 근로자 부족 등 건설시장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뛰어든 게 벌써 7년째"라면서 "이제야 모듈러 기술이 현장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 ‘아직 목마르다’는 마음으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용접' 없이 지어졌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각 유닛을 만들어 현장으로 가져와 하나의 집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조립'이라는 과정에서 그간 대부분의 건설사는 용접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용접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현장마다 작업자가 달라 용접 결과가 들쑥날쑥하단 얘기다.용접하면서 반복적으로 열을 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재에 뒤틀림이 발생하고 뒤틀림이 발생한 자재를 또다시 손봐야 한다. 작업시간이 늘어나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품질 역시 균일하지 못하다. 현재 국내 모듈러 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 가운데 하나다.
DL이앤씨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1세대 무용접 모듈러 커넥터를 개발했다. 기둥과 기둥을 볼트와 너트로 연결하는 식이다. 가로로 연결이 필요할 때는 보 커넥터를 활용한다. 기능공 수작업을 최소화한 방식이다. 기존 용접을 통해 조립하면 약 8시간이 소요되지만, 무용접 모듈러 커넥터를 활용하면 약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돼 조립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DL이앤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세대 무용접 모듈러 커넥터를 개발했다. 1세대 커넥터의 주요 재료는 강재다. 1600℃ 이상의 고온에서 주물·주조하는 방식이다. 다만 불에 견디기 위한(내화)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공정이 필요하고 소량만 생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요 재료를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로 바꿨다. 재료를 바꾸면서 대량 생산할 수 있어졌고 3D 프린팅 거푸집을 활용해 꼭 숙련자가 할 필요도 없다. 콘크리트 재료 특성상 내화 성능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이상진 상무는 "무용접 커넥터뿐만 아니라 유닛 조합 설계, 무하지 외장 접합 시스템, 건식 욕실 시스템 등 구례 사업지엔 19건의 특허가 적용됐고, 사업지에 적용되지 않은 특허 기술까지 합하면 현재 약 4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룸, 기숙사, 소형주택 등 1실 1유닛 구조의 단조로운 설계와 상품이 아닌 다수의 유닛이 합쳐져 전체 공간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구조체 생산시간과 마감 생산시간 등이 줄어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단독주택만을 위한 기술? "No"…"언젠가 초고층 건물도 모듈러로"
DL이앤씨는 모듈러 기술을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아파트, 더 나아가 초고층 건물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당장 우리나라 아파트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바로 'PC 패스트 코어'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계 어느나라도 가지고 있지 않다. DL이앤씨가 유일하다.쉽게 설명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실(코어)을 만드는 기술이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은 대체로 아파트의 중심부에 있다. 위치가 위치다보니 안정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엘리베이터실에는 각종 설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 튼튼할 필요가 있다. 이 상무는 "기존 건설사들은 이 코어를 지을 때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지었다. 모듈러를 활용한다는 건설사들도 콘크리트로 먼저 단단한 벽을 세운 후 모듈러를 쌓는 방식으로 짓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콘크리트가 굳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층당 약 4일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DL이앤씨는 코어를 세울 때 습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공장에서 유닛을 가져와 쌓는 모듈러 방식을 활용한다. 유닛을 하나의 상자라고 봤을 때 상자의 네 귀퉁이에 나사식 철근이 들어간다. 아파트 층이 올라가서 더 많은 하중을 버텨야 한다면 네 귀퉁이가 아니라 6곳, 8곳으로 철근이 들어가는 위치가 많아진다.
중요한 기술은 이제부터 적용된다. 나사식 철근은 '커플러'라는 긴 너트와 같은 부품을 활용해서 연결되는데, 이렇게 연결된 철근을 유압식 장비를 활용해 위에서 잡아당긴다. 철근은 다시 자기 모양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철근을 늘렸다가 놓으면 기존 철근 강도에 되돌아가려는 힘이 더해져 더 단단한 철근이 된다. 포스트 텐션 기술이다.
이상진 상무는 "포스트 텐션 기술을 활용해 건축물을 지은 나라가 몇 곳 있는데 자사처럼 철근을 당겨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철근을 여러가닥 꼬아서 만든 강연선을 활용했다"며 "특히 건식으로 포스트 텐션 기술을 활용한 것은 DL이앤씨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어'는 3층 이상부터 적용할 수 있는데 모듈러 기술로 아파트 모든 부분을 짓긴 어렵겠지만 아파트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올해는 고층 아파트 옥탑, 주출입구 등을 모듈러 기술로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DL이앤씨는 향후 다양한 분야에 모듈러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정교한 기술 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DL이앤씨가 목표로 잡은 기준에 기술력이 못 미친다고 판단해서다.
이상진 상무는 "일단 기술적인 역량을 기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이후 상품적인 측면, 원가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모듈러 기술을 활용한 주택이 상용화될 때까지 기술 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미래기술센터 상무는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 2개 아파트 현장에서 시공업무를 수행하고, 3개 일반건축 현장에서 공무업무를 담당했다. 2014년 본사 건축기술팀으로 발령받아 팀원-파트장-팀장-담당 업무를 수행했다. 주택본부의 기술표준관리, 핵심기술개발을 주도한 기술분야 전문가다. 현재 DL이앤씨 미래기술센터 모듈러팀, 주택공법팀, 스마트에코팀 3개팀 업무를 총괄한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