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지역의료 살리려면 4차병원 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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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병원 역할과 정체성 분명히 하고
의사 증원 넘은 창의적·합리적 대안 필요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의사 증원 넘은 창의적·합리적 대안 필요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윤석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말 단독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전원법을 통과시켰다. 대한의사협회는 정책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증원이 추진되면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의·정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공공의전원이나 지역의사제 그리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은 모두 의사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과연 의사 수만 늘린다고 지역에서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현재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수요 감소를 보면 도시와 같은 수준의 의료기관 접근성, 그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하긴 어려워 보인다. 수요가 줄면 공급도 줄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은 국민의 욕구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서울 대형병원으로의 집중 현상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에 사는 국민들이 어떻게 서울 대형병원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동시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한다.
첫째, 소위 서울의 5대 대형병원은 전국구 병원으로서 역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 사람만 대형병원에 더 쉽게 갈 수 있다면 건강을 염려하는 국민은 비수도권에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국구 병원을 자임하는 병원을 4차 병원으로 지정하고 지역 차별 없이 종합병원 이상에서만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전원이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둘째, 4차 병원과 전원을 요청하는 종합병원 간에 원격협진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 병원에서 서울대병원 교수와의 협진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해당 지역 병원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고, 서울까지 가겠다는 환자 수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가장 먼저 중증질환 진단 후에 2차 소견을 받아보고 싶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4차 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의 교수들은 비수도권 병원에 겸직 근무를 허용해 그곳에서 수술도 하고 외래진료도 할 수 있도록 하자.
위의 세 가지가 국민이 원하는 의료 서비스 질을 담보하는 것이라면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우선 전공의 수련은 4차 병원을 중심으로 수련병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총정원제도를 도입하자. 대형병원에서는 중등도 이하의 수술을 경험하기 힘들고, 대형병원이 아니면 난도 높은 수술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전공의 시절에 다양한 병원을 경험함으로써 지역 간 문화적 차이와 대학 간 교육의 차이를 배우는 것은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환자 데이터 통합이다. 협진이 가능하려면 참여하는 의사들이 공동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진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누구든 익명 처리된 데이터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협력 진료가 가능하다.
4차 병원으로 꼽히는 병원들은 국내 수준을 넘어 세계 최고 병원으로 발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는 그것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책 시행단계에서 ‘초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의사만 늘린다고 지역의료를 살릴 수는 없다. 정부나 의사협회나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수의 문제를 넘어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공공의전원이나 지역의사제 그리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은 모두 의사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과연 의사 수만 늘린다고 지역에서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현재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수요 감소를 보면 도시와 같은 수준의 의료기관 접근성, 그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하긴 어려워 보인다. 수요가 줄면 공급도 줄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은 국민의 욕구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서울 대형병원으로의 집중 현상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에 사는 국민들이 어떻게 서울 대형병원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동시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한다.
첫째, 소위 서울의 5대 대형병원은 전국구 병원으로서 역할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 사람만 대형병원에 더 쉽게 갈 수 있다면 건강을 염려하는 국민은 비수도권에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국구 병원을 자임하는 병원을 4차 병원으로 지정하고 지역 차별 없이 종합병원 이상에서만 의료진의 요청에 따라 전원이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둘째, 4차 병원과 전원을 요청하는 종합병원 간에 원격협진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 병원에서 서울대병원 교수와의 협진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해당 지역 병원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고, 서울까지 가겠다는 환자 수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가장 먼저 중증질환 진단 후에 2차 소견을 받아보고 싶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4차 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의 교수들은 비수도권 병원에 겸직 근무를 허용해 그곳에서 수술도 하고 외래진료도 할 수 있도록 하자.
위의 세 가지가 국민이 원하는 의료 서비스 질을 담보하는 것이라면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우선 전공의 수련은 4차 병원을 중심으로 수련병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총정원제도를 도입하자. 대형병원에서는 중등도 이하의 수술을 경험하기 힘들고, 대형병원이 아니면 난도 높은 수술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전공의 시절에 다양한 병원을 경험함으로써 지역 간 문화적 차이와 대학 간 교육의 차이를 배우는 것은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환자 데이터 통합이다. 협진이 가능하려면 참여하는 의사들이 공동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진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누구든 익명 처리된 데이터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협력 진료가 가능하다.
4차 병원으로 꼽히는 병원들은 국내 수준을 넘어 세계 최고 병원으로 발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는 그것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책 시행단계에서 ‘초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의사만 늘린다고 지역의료를 살릴 수는 없다. 정부나 의사협회나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수의 문제를 넘어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