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에 대비하지 않은 중소기업 현장도 문제지만,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부 인프라나 인력 등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전·현직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관들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대로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되면 정부의 예방·감독·수사 업무는 마비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장의 산업안전감독관들은 중대재해법이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정부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에 따라 고용부의 중대재해 수사량은 2.4배 늘어날 전망이다. 수사 업무는 현재도 포화 상태다. 고용부가 수사를 맡은 사건 중 검찰로 송치하거나 사건을 종결한 비율을 의미하는 ‘처리율’은 34.3%에 그쳤다. 나머지 65%가 넘는 사건은 여전히 수사 중이란 뜻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25일 “수사 담당 안전감독관을 100명에서 133명으로 증원해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15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했다. 현장에선 “현장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충원”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산업안전감독관 A씨는 “고용부가 발표한 15명 증원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정부가 임금체불과 괴롭힘 근절에 힘을 쏟고 있어 근로감독관 인력을 빼오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감독관 B씨는 “50인 미만 사업장 사고가 누적되기 시작하면 초동 수사하기에도 벅찰 것”이라며 “현재 인력 수준으로는 3개월 내 수사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정부도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현장 분위기를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수사와 관련해선 아직 기본적인 기준도 정해지지 않았다. B씨는 “그간 중대재해는 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수사과에서 처리해 왔는데 법 시행 전날까지 관할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수사하러) 나가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부는 다음주부터 3개월 동안 83만7000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에 들어간다고 26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당시 민간기관 도움을 받는다고 했지만, 내부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산업안전감독관 전체 인원(800명)이 달라붙어도 1인당 1000곳 이상의 진단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직 산업안전감독관인 C씨는 “수사가 장기화하면 잦은 대표 소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표 역할이 중요한 중소기업은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