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페·나·조’ 시대 끝나나 얀니크 신네르가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에게 역전승을 거둔 뒤 우승컵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테니스 ‘페·나·조’ 시대 끝나나 얀니크 신네르가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에게 역전승을 거둔 뒤 우승컵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올해 첫 메이저 테니스 대회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은 남자 테니스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무대였다. 19년 만에 ‘빅3’ 없이 진행된 이날 결승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 얀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가 다닐 메드베데프(29·3위·러시아)를 짜릿한 대역전극으로 꺾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신네르는 이날 메드베데프에게 3-2(3-6 3-6 6-4 6-4 6-3)로 이겼다. 생애 처음 진출한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신네르는 우승 상금 315만호주달러, 한국 돈으로 27억7000만원을 받았다. 호주오픈 남자 단식에서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 라파엘 나달(446위·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이외의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4년 스탄 바브링카(56위·스위스) 이후 10년 만이다.

신네르는 최근 무섭게 부상한 강자다. 특히 ‘무결점 사나이’ 조코비치에게 결점을 안겨주는 사나이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번 대회까지 조코비치와 네 번 만나 3승1패를 기록했다. 국가 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는 압도적인 플레이로 조국 이탈리아에 1976년 이후 47년 만에 우승을 안겼다.

이날 경기는 신네르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메드베데프와의 통산 전적에서는 3승6패로 뒤지지만, 최근 세 번의 맞대결에서는 내리 승리했다는 점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체력적인 면에서 신네르가 유리했다. 메드베데프는 결승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 7경기 가운데 5세트 경기를 네 번이나 치렀다. 이번 대회에서 메드베데프가 소화한 전체 31세트는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단일 메이저 대회 최다 세트 경기 기록이다. 반면 8강전까지 무실 세트 행진을 벌였던 신네르는 상대적으로 체력적 여유가 있었다. 신네르와 메드베데프는 결승까지 오르면서 각각 14시간44분, 20시간33분간 경기를 치렀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의 승률 분석에서도 신네르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다.

총 3시간44분이 걸린 치열한 접전이었다. 초반에는 메드베데프가 경기를 주도했다. 그는 평소보다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 공격적으로 신네르를 압박했다. 반면 신네르는 첫 번째 메이저 결승이라는 압박감 탓인지 움직임이 다소 무거웠다. 신네르는 1, 2세트에 내리 세트 초반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세트 스코어 0-2로 밀렸다.

패색이 짙었던 신네르가 살아난 것은 3세트부터다. 그의 서브가 살아나고 메드베데프의 포핸드 쪽에 실책이 자주 나오면서 경기 흐름이 조금씩 바뀌었다. 1세트 신네르의 첫 서브 성공률은 54%(15/28)였으나 3세트에는 68%(19/28)로 좋아졌다. 반대로 메드베데프는 첫 서브 성공률이 1세트 86%(19/22)에서 3세트 50%(15/30)로 뚝 떨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메드베데프는 체력 부담이 커 보였다. 5세트 초반 무려 39번이나 랠리가 오간 끝에 실점한 게임은 치명적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메드베데프는 힘에 겨운 모습이 역력했던 반면 신네르는 묵직한 포핸드 스트로크가 살아나면서 코트 위를 날아다녔다. 신네르는 코트 구석구석으로 스트로크를 꽂아 넣으며 몸이 무거워진 메드베데프를 괴롭혔고, 5세트 게임스코어 3-2에서 메드베데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올해 첫 그랜드슬램의 우승자가 됐다.

이날 경기로 ‘빅3’의 시대는 본격적인 퇴조에 접어들 전망이다. 페더러는 은퇴했고, 나달은 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호주오픈에는 부상으로 불참했다. 조코비치는 4강에서 신네르에게 1-3(1-6 2-6 7-6<8-6> 3-6)으로 패하면서 힘없이 물러났다.

앞서 27일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아리나 사발렌카(26·벨라루스·2위)가 정친원(22·중국·15위)을 2-0으로 완파하며 정상에 올랐다. 우승을 확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시간16분이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