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개선 기대에 지난주 6% 넘게 올라…상승세 이어가나[오늘의 유가]
WTI·브렌트유 작년 11월 이후 최고
후티 유조선 공격에 수급 리스크 커져


지난주 6% 이상 뛴 국제유가가 이번 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예멘 후티 반군이 유조선까지 공격 대상을 넓히면서 수급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전날보다 65센트(0.84%) 오른 배럴당 78.0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14일(배럴당 78.26달러)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최고가다. 주간 상승률은 6.27%로, 작년 8월 28일~9월 1일 이후 최대 폭이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3월 인도분은 같은 날 전장 대비 1.12달러(1.4%) 상승한 83.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30일(배럴당 82.83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역시 한 주 동안 635% 올라 작년 10월 9~13일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요 개선 기대에 지난주 6% 넘게 올라…상승세 이어가나[오늘의 유가]
경제 대국 두 곳에서 원유 수요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면서 유가를 강하게 끌어올렸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3.3%로, 시장 전망치(2.0%)를 크게 웃돌았다. 중국에선 금융 당국이 내달 5일부터 지급준비율(RRR)을 0.5%포인트 낮춰 시장에 1조위안(약 18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투자자문사 토르토이즈캐피털의 로버트 섬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 방송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시장 고객들이 올해 상당히 강력한 수요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SIA웰스매니지먼트의 콜린 시에진스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홍콩·상하이 증시를 떠받치면서 유가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수요 개선 기대에 지난주 6% 넘게 올라…상승세 이어가나[오늘의 유가]
미국에선 한파로 인한 수급 리스크도 있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노스다코타주, 텍사스주 등 유전 지대에서 프래킹·시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배럴씩 줄어들면서 원유재고가 시장 예상보다 많은 920만배럴 감소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그간 국제유가를 크게 움직이진 못했지만, 상존 리스크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2개월간의 휴전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긴장은 다소 완화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8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인질 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에서 열린 미국,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4자 회의가 건설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요 개선 기대에 지난주 6% 넘게 올라…상승세 이어가나[오늘의 유가]
홍해 ‘물류 대란’을 일으킨 예멘 후티 반군이 아덴만에서 영국 유조선을 공격한 사건을 계기로 유가를 더욱 밀어 올릴 거란 예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홍해를 통해 아시아로 전달되던 하루 300만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후티 반군의 공격에 어느 정도 면역이 돼 있던 원유 시장엔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하마스가 제거되지 않는 한 홍해에서의 민간 선박 운항은 계속해서 중단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평화 보장 계획은커녕 실질적인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홍해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곳을 오가는 선박 보험료는 몇 주 만에 선박 선체 가격의 1%, 약 100만달러(약 13억원) 수준까지 뛰었다.

투자 자문사 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어드바이저스는 올해 WTI 선물 가격 범위를 배럴당 75~95달러로 예상했다.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세가 개선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조치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맥쿼리의 전략가들 역시 “중동 긴장이 (눈에 띄게) 완화할 때까지 유가에 대해선 전술적 중립 또는 소폭 강세 전망을 유지한다”며 “급격한 공급 감소가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1분기 유가는 현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