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짜리도 '완판'…'백화점 한우'가 잘나가는 이유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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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찾은 경남 함양의 한우 농가에서는 사료를 배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깻묵, 호박씨, 보리, 효모 등 15가지 원료를 섞어 40도 이상에서 사흘간 띄운 이 화식(火食)사료에서는 모락모락한 김과 함께 상큼한 요거트 향이 났다. 화식 배합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배양됐기 때문이다. 이를 비닐에 밀봉해 40~60일간 발효 숙성을 시킨 다음에야 사료로 사용된다.
이에 백화점들은 '보다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단독 유통 상품을 출시해 고객들의 프리미엄 설 선물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 좋은 상품을 파는 신규 농가를 발굴하고, 미쉐린 스타 식당이나 이름난 식당을 방문해 원료육을 조사하는 식이다. 롯데백화점이 2009년부터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는 '울릉 칡소' 상품이 대표적이다. 울릉도에서 약초를 먹여 키운 이 소는 40만~50만원대임에도 매년 완판에 가까운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웅 롯데백화점 축산 담당 치프바이어는 "한우는 명절의 대표적인 고급 선물로 꼽히는데, 특히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당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한우 세트를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함양의 화식발효 미경산 한우도 마찬가지다. 일반 소보다 사육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가격이 높지만, 품질 하나만 보고 이를 비싸게 매입해주는 백화점이라는 고정 거래처를 확보했기 때문에 고비용 생산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소라도 공판장에 가면 시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시세의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백화점이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을 꾸준히 발굴하면 소비자의 안목도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농가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함양=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사료 만드는 데만 두달...소값은 3배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 한우 농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식 발효 사료를 먹인 미경산(새끼를 낳지 않은) 한우를 키우는 곳이다. 선명한 마블링을 내기 위해 옥수수 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일반 농가보다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대신 맛은 일품이다. 영양소가 풍부한 사료 덕에 풍미가 우수하고, 미경산 한우라 식감이 부드럽다. 농장주인 박용삼씨는 "만족할 만한 사료를 완성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다"며 "사료에 공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소를 키우는 데 인건비와 재룟값이 훨씬 많이 들지만, 품질이 좋아 소 값은 일반 소(400만~500만원)의 3배"라고 말했다. 총 450두의 한우를 키우는 이 작은 농가에서 1년에 출하되는 소는 200두 가량. 대부분 롯데백화점으로 납품된다. '한우 맛이 좋다'는 소문만 듣고 농가를 수소문해 찾아간 롯데백화점 축산MD의 정성 덕에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화식발효 미경산 한우를 독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수량이 적은 만큼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강남점·부산본점 등 전국 7개 점포에서만 판다. 소값이 비싸기 때문에 화식발효 미경산 한우 설 선물세트도 고가다. '화식발효 미경산 로얄 기프트(2㎏)'가 67만원, '화식발효 미경산 명품 기프트(2㎏)'가 59만원으로, 일반적인 한우세트의 2배다. 하지만 나왔다 하면 거의 완판될 정도로 인기다. 설 준비를 앞두고 롯데백화점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5번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모두 1등을 차지할 정도로 '맛'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이 제품만 고집하는 고정 고객층이 생겼다는 게 백화점측 설명이다.◆300만원짜리 한우도 '완판'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설 선물은 여전히 잘 나간다. 지난 추석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300만원짜리 한우 세트와 400만원짜리 굴비세트 등이 완판된 게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설에도 고가로 분류되는 설 축산 선물세트 매출이 프리미엄 한우를 중심으로 전년비 20% 늘었고,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지난 추석에 판매된 70만원 이상 프리미엄 한우세트 매출도 10% 증가했을 정도다.이에 백화점들은 '보다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단독 유통 상품을 출시해 고객들의 프리미엄 설 선물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 좋은 상품을 파는 신규 농가를 발굴하고, 미쉐린 스타 식당이나 이름난 식당을 방문해 원료육을 조사하는 식이다. 롯데백화점이 2009년부터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는 '울릉 칡소' 상품이 대표적이다. 울릉도에서 약초를 먹여 키운 이 소는 40만~50만원대임에도 매년 완판에 가까운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웅 롯데백화점 축산 담당 치프바이어는 "한우는 명절의 대표적인 고급 선물로 꼽히는데, 특히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당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한우 세트를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수요 창출...농가 경쟁력도 올라
백화점들이 프리미엄 상품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농가 경쟁력도 함께 올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싸지만 좋은 상품을 제값에 매입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여 프리미엄 상품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농가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함양의 화식발효 미경산 한우도 마찬가지다. 일반 소보다 사육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가격이 높지만, 품질 하나만 보고 이를 비싸게 매입해주는 백화점이라는 고정 거래처를 확보했기 때문에 고비용 생산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소라도 공판장에 가면 시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시세의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기 어렵다"며 "백화점이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을 꾸준히 발굴하면 소비자의 안목도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농가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함양=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