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2023 국제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징동 후아 ISSB 부위원장은 자본시장 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역량 강화가 ISSB 기준의 글로벌 도입을 용이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회계기준원.
2023 국제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징동 후아 ISSB 부위원장은 자본시장 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역량 강화가 ISSB 기준의 글로벌 도입을 용이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회계기준원.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제정하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지속가능성 공시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번째 기준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 요구사항(IFRS S1)과 기후 관련 공시(IFRS S2)를 발표했다.

유럽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에 대한 의무공시제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국, 호주, 일본, 브라질, 홍콩,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ISSB 기준을 기반으로 하는 기준 제정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 IFRS S1·S2 번역본 공개

이에 따라 한국회계기준원은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기업들이 글로벌 지속가능성 정보공시 규제 강화 및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기반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큰 ISSB의 첫 번째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인 IFRS S1 및 S2를 국문으로 번역해 지난해 12월에 공개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IFRS재단과 공식적 번역 계약을 맺고 IFRS S1 및 S2 기준서와 결론 도출 근거 및 부속 지침에 대한 최종 국문 번역본을 완성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이 번역해 공개한 내용은 기준서를 포함한 결론 도출 근거, 부속 지침 등이다.
거버넌스? 지배구조?….ISSB 기준서 번역의 숨은 의미
한국회계기준원은 이번에 ISSB 기준을 국문 번역하면서 번역의 품질을 높이고, IFRS 회계기준 국문 번역본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번역본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해 ‘ISSB 기준 국문 번역 원칙’을 수립했다. 국문 번역 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번역 이슈에 대해 내부 검토와 외부 이해관계자 논의,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및 KSSB 자문위원회 논의 시 번역 원칙 등을 기반으로 정리하면서 기준서 전체에서 고품질의 일관된 번역이 유지될 수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거버넌스? 지배구조?….ISSB 기준서 번역의 숨은 의미
금액은 , 지배구조는 거버넌스

실제로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우선 ‘amounts’가 있다. IFRS 회계기준에서 요구하는 ‘amounts’ 정보는 일반적으로 표시 통화로 나타나는 화폐성 정보(예: 재무제표의 자산과 부채의 장부금액)이며, 이에 따라 K-IFRS 회계기준에서는 이를 ‘금액’으로 번역했으나 ISSB 기준에서 요구하는 ‘amount’ 정보는 화폐성 정보에 국한하지 않는다. 다양한 유형의 비화폐성 정보(예: 온실가스배출량, 지속가능성 관련 목표)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값’이라고 번역하게 되었다.

다음은 ‘governance’다. 이 용어는 번역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 용어의 경우 지배구조라는 용어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SSB 기준에서 ‘governance’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를 모니터링, 관리·감독하기 위한 기업의 관리 방식 전반을 의미한다. 반면, 국내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표현 ‘지배구조’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특정 기구(이사회, 감사기구) 또는 개인(경영진, 주주)을 지칭하는 협의의 의미로 활용된다.

또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에서 “기업은 자신의 지배구조에 대해 ➊주주, ➋이사회, ➌감사기구로 나눠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지배구조로 번역할 경우 전통적 지배구조에 한정된 개념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지배구조와 구별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라고 번역했다.

외부성에 따라 영향·임팩트로 나눠

마지막으로, ‘impact’에 대한 번역 논의를 소개하면 ‘impact’가 기준서 내에서 기업이 환경 및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즉 지속가능성 관련 사안의 외부성(externality) 개념을 내포하는 경우 ‘영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대신 ‘임팩트’라고 구분해 번역했다.

ISSB는 ISSB 기준이 자본시장 참여자를 위한 보고기준으로서 광범위한 다중 이해관계자 대상의 보고와 구분되며, ISSB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성 공시는 외부로의 기업 임팩트에 대한 보고를 대체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에서 ESRS 1 문단 14를 통해 ‘impact’를 명시적으로 구분된 특정한 용어로 사용하며, ISSB 기준이 ESRS와의 상호운용성을 핵심 사안으로 다루기에 국문 번역 시 이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중요성, 스코프 1·2·3, 탄소 크레디트 등 국문 번역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이슈에 대해 앞서 언급한 번역 원칙을 기반으로 최선의 대안을 선택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 및 공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ESRS나 ISSB S2 산업 기반 지침 등에 대한 국문 번역본 제공도 검토 중이다. 향후 제공될 여러 기준에 대한 국문 번역본에도 이와 동일한 번역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