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방비' 상태로 당할 때…'대체 불가' 일본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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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다변화의 힘
韓 반도체 대중수출 급감할 때 日은 웃었다
韓 반도체 장비 대중수출 50% 급감할 때
日 반도체 장비 수출 8.46% 증가
니치마켓 공략·고부가가치화 영향
韓 반도체 대중수출 급감할 때 日은 웃었다
韓 반도체 장비 대중수출 50% 급감할 때
日 반도체 장비 수출 8.46% 증가
니치마켓 공략·고부가가치화 영향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일본의 반도체 수출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수출규제를 받지 않는 니치마켓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데다, 소재·부품·장비의 경우 워낙 기술 완성도가 높아 다른 나라 업체로 대체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통상을 통해 피해 최소화를 모색하는 한편 한국 반도체·장비업체는 기술을 고도화시켜 대체불가능한 업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차이는 반도체 소부장 수출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금액은 2018년 65억달러에서 2023년 32억달러로 50.5%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금액은 106억달러에서 114억달러로 오히려 8.46% 증가. 전년 대비로 봐도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금액은 24.76% 줄었지만,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 반도체는 6.57% 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총금액도 2018년 2044억달러에서 2023년 1625억달러로 20.46% 감소한 반면, 중국의 대일 수입액은 1804억달러에서 1608억달러로 10.85%밖에 줄지 않았다. 전년 대비로도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총 금액은 18.79%나 줄었지만 대일수입은 12.99% 감소에 그쳤다.
일례로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수입을 늘린 건 일본이 강점을 가지는 차량용반도체 수입액을 늘렸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에서 한국과 대만 등에 우위를 뺏긴 일본이 니치 마켓에 집중한 포트폴리오 변화가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차량용반도체는 최근 회로선폭이 수십나노(nm) 이상이라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중국의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자국산으로 대체가 어렵다. 중국은 최근 자동차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수출규제가 더 강해질 것을 대비해 차량용반도체 자급률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일본산 차량용반도체 수입을 늘리고 있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세계 3위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자동차 반도체의 호황으로 폐쇄중이었던 공장을 올 상반기 10년만에 재가동시켜 공급을 2배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의 내수 불황과 더불어 미국의 수출규제를 정면으로 받으면서 중국 수출이 급감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업체의 강세는 기술 고도화의 덕을 톡톡히 본 결과란 분석이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려면 일본의 소부장을 쓸 수밖에 없는 '대체불가' 업체로 성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반도체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지난달 말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지난해(지난해 4월~오는 3월) 중국 매출이 7000억엔 규모로 과거 최대를 경신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 수출규제에 맞서 급하게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일본산 반도체 장비가 더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소부장의 경우 미국 제재의 타격을 받았단 시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반도체 소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미국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두 회사 중국 공장에 함께 반입되던 물량이 줄어들면서 반도체불황에 더해 이중타격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에서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통상을 통해 피해 최소화를 모색하는 한편 한국 반도체·장비업체는 기술을 고도화시켜 대체불가능한 업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국이 일본에 비해 대미 수출을 통해 비교적 더 많은 수혜를 입고 있지만 동시에 대중 수출에서는 일본에 비해 훨씬 큰 상처를 입고 있다"라며 "특히 중국의 산업 자급률이 올라오면서 한국 수출이 중장기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통상을 통해 피해 최소화를 모색하는 한편 한국 반도체·장비업체는 기술을 고도화시켜 대체불가능한 업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美 수출규제 본격화에…對中 반도체 수출 줄어든 韓, 늘어난 日
29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토대로 중국의 대한·대일 반도체 및 장비 수입액을 분석해 보니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 금액은 2018년 823달러에서 2023년 662억달러로 19.6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 금액은 158억달러에서 208억달러로 31.2%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도 지난해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입액은 21.84% 줄었지만, 일본 반도체 수입액은 3.3% 늘었다.이같은 차이는 반도체 소부장 수출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금액은 2018년 65억달러에서 2023년 32억달러로 50.5%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금액은 106억달러에서 114억달러로 오히려 8.46% 증가. 전년 대비로 봐도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금액은 24.76% 줄었지만,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 반도체는 6.57% 늘었다.
이 때문에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총금액도 2018년 2044억달러에서 2023년 1625억달러로 20.46% 감소한 반면, 중국의 대일 수입액은 1804억달러에서 1608억달러로 10.85%밖에 줄지 않았다. 전년 대비로도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총 금액은 18.79%나 줄었지만 대일수입은 12.99% 감소에 그쳤다.
◆日. 니치마켓 전략·기술고도화 영향 톡톡
이런 현상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 수출규제로부터 무방비한 상태인 반면, 일본 반도체 산업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인 니치마켓으로 판로를 확대한 데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업체로 올라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일례로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수입을 늘린 건 일본이 강점을 가지는 차량용반도체 수입액을 늘렸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에서 한국과 대만 등에 우위를 뺏긴 일본이 니치 마켓에 집중한 포트폴리오 변화가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차량용반도체는 최근 회로선폭이 수십나노(nm) 이상이라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중국의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자국산으로 대체가 어렵다. 중국은 최근 자동차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수출규제가 더 강해질 것을 대비해 차량용반도체 자급률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일본산 차량용반도체 수입을 늘리고 있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세계 3위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자동차 반도체의 호황으로 폐쇄중이었던 공장을 올 상반기 10년만에 재가동시켜 공급을 2배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의 내수 불황과 더불어 미국의 수출규제를 정면으로 받으면서 중국 수출이 급감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업체의 강세는 기술 고도화의 덕을 톡톡히 본 결과란 분석이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려면 일본의 소부장을 쓸 수밖에 없는 '대체불가' 업체로 성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반도체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지난달 말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지난해(지난해 4월~오는 3월) 중국 매출이 7000억엔 규모로 과거 최대를 경신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 수출규제에 맞서 급하게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일본산 반도체 장비가 더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의 반도체 소부장의 경우 미국 제재의 타격을 받았단 시각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반도체 소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미국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두 회사 중국 공장에 함께 반입되던 물량이 줄어들면서 반도체불황에 더해 이중타격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에서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통상을 통해 피해 최소화를 모색하는 한편 한국 반도체·장비업체는 기술을 고도화시켜 대체불가능한 업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한국이 일본에 비해 대미 수출을 통해 비교적 더 많은 수혜를 입고 있지만 동시에 대중 수출에서는 일본에 비해 훨씬 큰 상처를 입고 있다"라며 "특히 중국의 산업 자급률이 올라오면서 한국 수출이 중장기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