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생에너지 3배, 의지 강하면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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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칼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9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막기 위한 시나리오의 최신판을 발표하며 구체적 정책을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3배로 늘리며, 연간 에너지집약도 개선율을 현재의 2배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보수적이고 온건했던 IEA의 논조도 매년 빨라지는 기후변화 속도만큼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118개국이 IEA의 제안을 바탕으로 마련된 ‘전 세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서약’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도 서약 국가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자는 서약에도 서명했다.
이런 종류의 서약은 매년 COP를 통해 제안하는 자발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속에 불과하며, 모든 나라가 각자 용량을 3배씩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총합을 늘리는 내용이라 서명국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 서약의 기저에는 여건과 국력이 되는 선진국은 3배보다 더 많이 기여하자는 의미가 깔려 있고, 이는 굳이 설명하자면 입 아픈 국제관계의 상식인 듯싶다.
우리나라는 2021년 7월부터 유엔무역개발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어느덧 짊어져야 하는 국제적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나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정책 목표는 어떤 상황일까. 연도별, 발전원별 목표 설비용량을 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내용을 살펴보면, 2023년 1월 확정된 10차 전기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2030년까지 72.7GW(자가용 태양광 6.5GW 별도)로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23년 말 기준 국가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우리나라 사업용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26GW(태양광 23.9GW + 풍력 2.2GW), 자가용 태양광설비의 추정 용량은 약 4.7GW다.
COP 서약처럼 2023년 용량의 3배를 기준으로 설정할 경우 10차 전기본은 그 기준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2023년 4월에 발표한 최상위법정계획인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전환 부문 목표 배출량을 기존 1억4990만 톤에서 1억4590만 톤으로 강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10차 전기본에서 설정한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21.6%에서 21.6%+α로 상향하기도 했다. 여기서 α에 해당하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생에너지 용량은 자가용 태양광을 기준으로 할 때 6GW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간단한 산수는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우리나라가 COP28 서약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10차 전기본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실현해야 하며, 탄녹 기본계획에서도 선언한 것처럼 추가적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현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목표조차 과거 구시대적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혁신에 대한 충분한 노력 없이 단순히 계통이 포화해 재생에너지 접속이 불가하고, 이들이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는 송전선로는 당분간 건설하기 어려우며, 설비를 설치할 충분한 땅이 없다는 이야기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 전형적 클리셰처럼 공중을 떠돈다.
글로벌 학계의 첨단에서는 포화된 계통에서도 송전선로 건설 없이 재생에너지를 접속해나가기 위한 제어와 저장 기술을 논의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재생에너지를 위한 토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불필요한 이격거리 규제가 문제라는 것도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경기도처럼 리더가 의지를 보이자 지자체 스스로 이격거리 규제를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노력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모든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방법을 찾는다. 담대한 목표가 혁신을 꽃피운다. 진부한 문장이지만 올해는 다시 한번 외쳐보고 싶다.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118개국이 IEA의 제안을 바탕으로 마련된 ‘전 세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서약’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도 서약 국가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자는 서약에도 서명했다.
이런 종류의 서약은 매년 COP를 통해 제안하는 자발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속에 불과하며, 모든 나라가 각자 용량을 3배씩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총합을 늘리는 내용이라 서명국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 서약의 기저에는 여건과 국력이 되는 선진국은 3배보다 더 많이 기여하자는 의미가 깔려 있고, 이는 굳이 설명하자면 입 아픈 국제관계의 상식인 듯싶다.
우리나라는 2021년 7월부터 유엔무역개발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어느덧 짊어져야 하는 국제적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나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정책 목표는 어떤 상황일까. 연도별, 발전원별 목표 설비용량을 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내용을 살펴보면, 2023년 1월 확정된 10차 전기본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2030년까지 72.7GW(자가용 태양광 6.5GW 별도)로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2023년 말 기준 국가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우리나라 사업용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26GW(태양광 23.9GW + 풍력 2.2GW), 자가용 태양광설비의 추정 용량은 약 4.7GW다.
COP 서약처럼 2023년 용량의 3배를 기준으로 설정할 경우 10차 전기본은 그 기준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2023년 4월에 발표한 최상위법정계획인 제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전환 부문 목표 배출량을 기존 1억4990만 톤에서 1억4590만 톤으로 강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10차 전기본에서 설정한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21.6%에서 21.6%+α로 상향하기도 했다. 여기서 α에 해당하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생에너지 용량은 자가용 태양광을 기준으로 할 때 6GW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간단한 산수는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우리나라가 COP28 서약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10차 전기본의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실현해야 하며, 탄녹 기본계획에서도 선언한 것처럼 추가적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현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목표조차 과거 구시대적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혁신에 대한 충분한 노력 없이 단순히 계통이 포화해 재생에너지 접속이 불가하고, 이들이 생산한 전력을 수송하는 송전선로는 당분간 건설하기 어려우며, 설비를 설치할 충분한 땅이 없다는 이야기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 전형적 클리셰처럼 공중을 떠돈다.
글로벌 학계의 첨단에서는 포화된 계통에서도 송전선로 건설 없이 재생에너지를 접속해나가기 위한 제어와 저장 기술을 논의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재생에너지를 위한 토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불필요한 이격거리 규제가 문제라는 것도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경기도처럼 리더가 의지를 보이자 지자체 스스로 이격거리 규제를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노력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모든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방법을 찾는다. 담대한 목표가 혁신을 꽃피운다. 진부한 문장이지만 올해는 다시 한번 외쳐보고 싶다.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