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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3번 교향곡은, 일단 매우 어렵습니다. 완벽히 연주해내기 정말 까다로운 곡이고,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로 인해 지휘자마다 오케스트라마다 가장 해석의 차이가 심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작곡 기법적으로는 1번보다 훨씬 진보되었고, 4번에도 큰 영향을 미칠만큼 그만의 독특한 기법이 확립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화성적으로 당대 혹은 이전의 어느 작품보다 더 복잡화고 화려하며 무조에 가까운 부분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대표적인 기법이 1악장에서 사용되었는데요. 장3도 하행의 전조라는, 뫼비우스의 띄와 같은 기법입니다. F→Db/C#→A→F… 로 이어지는 전조인데요. 제시부, 발전부 모두 3도 하행 전조를 통해 "지구는 돈다" "역사는 반복된다"마냥 계속 F Major에서 Db Major/c# minor로 갔다가 A major로 갔다가 F Major로 돌아오는것을 계속 반복합니다.

그 중간에 또 관련 없는 이상한 조로 잠깐 전조되기도 하고요. 터무니 없는 전개임에도 그의 작곡 실력만으로 아무런 괴리감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는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음악 이론 시간에 배우는 Parallel(병행) Plagal(벗어난 선법) 등 모두 그만큼 부자연스러운 특징들로 인해 그렇게 명칭이 붙고 특수한 경우를 위해 사용됨에도, 브람스는 '튀김 장인'처럼 언제나 모든 이상한 재료를 맛있는 튀김요리로 만들수 있던 뛰어난 작곡가라는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반대로 나머지 2,3,4악장은 브람스의 내면과 감성을 최고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아닐까 싶습니다. 3악장은 영화에도 많이 사용되는 등 너무나 유명하지요. 4악장도 마치 영화 한편을 보듯 수많은 대조되는 언어들과와 표현들이 짧은 시간에 다 자연스럽게 나열되어습니다.

하지만 저는 덜 알려진 2악장이 오히려 최고의 명작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분명히 평범한 느린악장의 Andante 음악이고 전개도 평범한 론도 음악이지만, 단 하나의 투박한 클리셰 없이 그 또한 새롭고 기발한 기법으로 이어나갑니다. 중간마다 바이올린, 목관, 첼로+베이스가 어둠속에서 길을 찾듯이 혹은 회상하듯 더듬는듯한 패시지는 작곡 기법적으로 보면 정말 경외롭습니다. 또한 가장 멋진 점은, 코다가 나오기 직전 소위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아마 브람스가 평생 쓴 최고로 아름다운 선율이 나오는데, 이게 딱 한번 나오고 끝난다는 것입니다.
아주 사적인 브람스②초절정 선율은 단 한번, 인생을 닮은 3번 2악장
두세 번 반복할만 한데, 마치 "아름다운 건 한순간이다"라는 걸 말하듯 정말 잠깐 주마등 스치듯 나옵니다. 그 덕에 직후 3악장의 멜로디가 들어오는 순간 감동이 오히려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후기 낭만 작곡가들인 드보르작, 브루크너, 말러 등은 멋진 멜로디가 나오면 그걸 최대한 많이 반복하고 변주하고 소위 말해 "우려먹는" 점과 대조되는 경외할만한 멋짐이라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동일한 이유로 경외하는 작품들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 20-22마디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1악장의 Moderato mosso 부분이 있습니다. 모두 딱 한번만 나오고 다시는 등장하지 않으며, 이 부분을 듣기 위해 전곡을 다 듣는다 싶을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다음에는 5월 4일 롯데콘서트홀 연주에서 무대에 올릴 브람스 2번 교향곡과 4번 교향곡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견해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아주 사적인 브람스①베토벤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1번 4악장
https://www.arte.co.kr/music/theme/4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