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 '지방'이 더 위험한 이유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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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분양가, 땅값+공사비로 구성되는데…
지방, 공사비 상승 영향 더 받아
분양가, 땅값+공사비로 구성되는데…
지방, 공사비 상승 영향 더 받아
전국적으로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의하면 작년 전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1800만원으로, 재작년(2022년)과 비교하면 279만이 올랐습니다.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분양가 수준도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분양가가 많이 오른 지역이 있는 반면 떨어진 지역도 있습니다. 대구와 울산은 각각 6%, 7% 분양가가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어디일까요. 대부분의 주택 수요자 분들은 당연히 서울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작년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광주시'입니다. 무려 28% 올랐습니다. 다음은 전남(24%)입니다. 경기도(18%)를 제외하면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들은 대부분 지방입니다. 충북(17%), 강원(16%), 대전(16%)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서울의 분양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2022년 3476만원에서 작년 3508만원으로 32만원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분양가가 오른 지역들 중에는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분양가가 비싼 강남권의 주요 단지들 분양이 올해로 대거 미뤄진 영향이 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의 청약경쟁률은 5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가 상승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분양가가 오른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입니다. 공사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상승요인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시멘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에 공사비는 더욱 증가할 겁니다. 공사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공사비 상승세가 가중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환경이나 안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요구조건 또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주택사업의 비용은 크게 땅값과 공사비로 나눠집니다. 지금은 분양가에서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땅값에 비해 공사비 증가폭이 크기 때문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하면 분양가에서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말(11월) 38%에 이릅니다.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이면 땅값은 4억원에 가깝고 6억원 이상이 공사비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역별로 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수도권이 공사비 비중이 낮고 지방으로 갈수록 공사비 비중은 높아집니다. 바로 '땅값' 때문입니다.
서울은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큽니다. 작년말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에서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입니다.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인 울산과 경북은 10%대에 그칩니다.
최근에는 공사비에 비해 땅값은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전국 땅값 상승률은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연간 지가 변동률 및 토지거래량’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땅값은 0.8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상승폭을 2022년과 비교하면 2%p가까이, 2021년과 비교하면 3%p가 넘게 축소된 겁니다. 금융위기(2008년) 이후 연간 지가 변동률이 0.3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땅값이 지금처럼 안정되면 사업비에서 대지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의 경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겁니다. 소규모의 상업용이나 업무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땅값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2024년 예산에 의하면 압구정 파출소는 지상3층으로 지어지며 연면적이 134평에 불과합니다. 압구정 파출소의 신축비용에서 땅값은 무려 96%를 차지합니다. 3.3㎡당 2억~3억원 수준의 토지 보상비 때문입니다. 시공비는 전체예산에서 4%가 조금 넘을 따름입니다.
좀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정 반대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이면 90%가 공사비이고, 공사비가 10%만 올라도 분양가는 거의 같은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미분양은 지방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공사비 상승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 지방의 주택사업자들은 부동산 경기부진과 원가 상승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공급(입주)물량이 줄어들면서 부동산가격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청약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도권에 비한다면 지방의 주택사업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2~3년 후 주택부족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건 비단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의 주택공급, 다시 살펴봐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지난해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어디일까요. 대부분의 주택 수요자 분들은 당연히 서울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작년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광주시'입니다. 무려 28% 올랐습니다. 다음은 전남(24%)입니다. 경기도(18%)를 제외하면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들은 대부분 지방입니다. 충북(17%), 강원(16%), 대전(16%)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서울의 분양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2022년 3476만원에서 작년 3508만원으로 32만원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분양가가 오른 지역들 중에는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분양가가 비싼 강남권의 주요 단지들 분양이 올해로 대거 미뤄진 영향이 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의 청약경쟁률은 5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분양가가 상승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분양가가 오른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입니다. 공사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상승요인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시멘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에 공사비는 더욱 증가할 겁니다. 공사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공사비 상승세가 가중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환경이나 안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요구조건 또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주택사업의 비용은 크게 땅값과 공사비로 나눠집니다. 지금은 분양가에서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땅값에 비해 공사비 증가폭이 크기 때문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하면 분양가에서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말(11월) 38%에 이릅니다.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이면 땅값은 4억원에 가깝고 6억원 이상이 공사비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역별로 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수도권이 공사비 비중이 낮고 지방으로 갈수록 공사비 비중은 높아집니다. 바로 '땅값' 때문입니다.
서울은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큽니다. 작년말 서울의 민간아파트 분양가에서 대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입니다.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인 울산과 경북은 10%대에 그칩니다.
최근에는 공사비에 비해 땅값은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전국 땅값 상승률은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연간 지가 변동률 및 토지거래량’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땅값은 0.8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상승폭을 2022년과 비교하면 2%p가까이, 2021년과 비교하면 3%p가 넘게 축소된 겁니다. 금융위기(2008년) 이후 연간 지가 변동률이 0.3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땅값이 지금처럼 안정되면 사업비에서 대지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의 경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겁니다. 소규모의 상업용이나 업무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땅값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2024년 예산에 의하면 압구정 파출소는 지상3층으로 지어지며 연면적이 134평에 불과합니다. 압구정 파출소의 신축비용에서 땅값은 무려 96%를 차지합니다. 3.3㎡당 2억~3억원 수준의 토지 보상비 때문입니다. 시공비는 전체예산에서 4%가 조금 넘을 따름입니다.
좀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정 반대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이면 90%가 공사비이고, 공사비가 10%만 올라도 분양가는 거의 같은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미분양은 지방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공사비 상승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 지방의 주택사업자들은 부동산 경기부진과 원가 상승의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공급(입주)물량이 줄어들면서 부동산가격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청약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도권에 비한다면 지방의 주택사업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2~3년 후 주택부족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건 비단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의 주택공급, 다시 살펴봐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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