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프랑스까지…세계를 홀린 한국 문학
해외에 번역 출간된 한국 문학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과 프랑스 등의 권위 있는 국제문학상 후보에 잇따라 이름을 올려 수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

29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왼쪽 사진) 영어판이 최근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NBCC는 미국 언론·출판계 도서평론가들이 세운 비영리 단체로, 1976년부터 매년 픽션·논픽션·전기·자서전·시·비평 등 분야별로 발표된 최고의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 올해 시부문 최종 후보작 5편 중 번역본은 김 시인의 시집이 유일하다. 이 시집은 NBCC 시 부문 외에 바리오스 번역서상 최종 후보 6편에도 포함됐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3월 발표한다.

이 시집은 김 시인이 13번째 내놓은 시집으로, 국내에선 2019년 출간됐다. 번역은 재미동포 출신으로 미국도서상을 수상한 최돈미 시인이 맡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가 ‘올해 최고의 시집 5권’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프랑스까지…세계를 홀린 한국 문학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 23일 프랑스 국립동양박물관인 기메박물관이 주최하는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제주 4·3 사건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앞서 기메 문학상 소설 부문 1차 후보에 국내 작가 김숨의 장편소설 <떠도는 땅>도 포함됐으나 최종 후보엔 들지 못했다.

‘K문학’ 열풍은 만화 영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올해 신설된 기메 문학상 그래픽노블(만화) 부문엔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중년 여성의 연애와 일을 그린 이 작품은 2021년 미국 만화계에서 오스카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하비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6일 세계에서 가장 큰 만화축제 중 하나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선 국내 만화가 박윤선이 <어머나, 이럴수가 방소저!>로 아동 부문 최고상인 아동 야수상을 받았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매년 국제문학상에 입후보하거나 수상하는 작품 수, 해외 판매량 등을 봤을 때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학의 장이 열렸다고 본다”며 “해외 한국 문화 열풍으로 촉발된 다양한 수요에 맞춰 번역출판 지원 대상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엔 메디치상을 받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외에도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천명관 작가의 <고래>, 연상호·최규석의 만화 <지옥> 등이 각각 미국도서상과 부커상, 아이스너상 등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