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남미 인프라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단순 시공을 넘어 자본 투자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미 일본 중국이 진출한 가운데 정부와 국내 기업이 협력을 통해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동안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만 집중한 것과 다른 행보다.

29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파나마 메트로 3호선을 시공 중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과 협력해 발주처인 파나마 메트로 측에 3.2㎞ 구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추가 사업을 제안했다. 시공 참여뿐만 아니라 한국 자본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파나마에서는 이뤄지지 않은 사업 방식이다.

파나마는 중남미 33개국 중 파나마운하 등에 힘입어 재정 리스크가 가장 작은 국가다. 그러나 인프라 사업 대부분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등 일본 자본으로 진행된다. 공사 중인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역시 JICA가 저리 융자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은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등을 통해 투자 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 진출 초기 단계여서 출자 규모가 작고 조달 금리는 높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연 1%대 저리 대출로 중남미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는 반면 한국이 참여하는 사업은 평균 금리가 연 8% 수준이다. 투자 분야도 아직은 설계와 타당성 조사 등에 한정돼 있다. 현장에선 중남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