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에 'SOS' 펄럭…20시간 갇힌 노인 '극적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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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20시간 넘게 비상 대피 공간에 갇힌 노인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기지를 발휘해 'SOS' 요청을 했고 이웃 주민이 메시지를 발견하면서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는 "인천 ○○아파트인데요.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 있어요"라고 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현장 사진을 좀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사진이 전송됐다. 신고자가 보낸 사진 속엔 고층 아파트 창문에 종이 한장이 걸려있었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종이엔 'SOS"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7명은 최단 시간 안에 출동해야 하는 '코드1' 지령을 상황실로부터 전달받았다. 순찰차 3대에 나눠타고 급히 현장으로 나갔다. 도화동 아파트에 도착해 종이가 걸린 고층을 올려다봤지만, 밖에서는 몇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경찰관은 15층부터 가구마다 초인종을 눌러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층은 28층. 28층에 사는 가구만 초인종에 반응이 없었다. 경찰관은 28층 주인 아들 번호를 파악해 비밀번호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집 안을 샅샅이 수색하던 중 주방 안쪽에서 "여기요. 여기요."라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불이 났을 때 몸을 피하는 대피 공간이었다.
고장 나 열리지 않던 방화문 손잡이를 파손했더니 2평(6.6㎡) 남짓한 작은 공간에 속옷 차림의 70대 A씨가 서 있었다. A씨는 "할아버지, 괜찮으시냐"는 경찰관의 말에 "추워서 얼어 죽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혼자 사는 A씨는 환기하려고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방화문이 잠겨 전날 오후 5시부터 20시간 넘게 갇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의 손에는 휴대전화도 없었다. 한겨울에 꼼짝없이 작은 공간에서 나오지 못한 그를 구한 건 주변에 있던 검은색 상자와 칼이었다. A씨는 상자의 검은색 종이 부분을 칼로 긁어 'SOS'라는 글자를 만들었고, 줄을 연결해 창문 밖에 내걸었다. 또 라이터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해 불빛을 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는 처음이었다"며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했다.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신고자는 "인천 ○○아파트인데요.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 있어요"라고 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현장 사진을 좀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사진이 전송됐다. 신고자가 보낸 사진 속엔 고층 아파트 창문에 종이 한장이 걸려있었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종이엔 'SOS"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7명은 최단 시간 안에 출동해야 하는 '코드1' 지령을 상황실로부터 전달받았다. 순찰차 3대에 나눠타고 급히 현장으로 나갔다. 도화동 아파트에 도착해 종이가 걸린 고층을 올려다봤지만, 밖에서는 몇층인지 알기 어려웠다.
경찰관은 15층부터 가구마다 초인종을 눌러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층은 28층. 28층에 사는 가구만 초인종에 반응이 없었다. 경찰관은 28층 주인 아들 번호를 파악해 비밀번호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집 안을 샅샅이 수색하던 중 주방 안쪽에서 "여기요. 여기요."라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불이 났을 때 몸을 피하는 대피 공간이었다.
고장 나 열리지 않던 방화문 손잡이를 파손했더니 2평(6.6㎡) 남짓한 작은 공간에 속옷 차림의 70대 A씨가 서 있었다. A씨는 "할아버지, 괜찮으시냐"는 경찰관의 말에 "추워서 얼어 죽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혼자 사는 A씨는 환기하려고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방화문이 잠겨 전날 오후 5시부터 20시간 넘게 갇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의 손에는 휴대전화도 없었다. 한겨울에 꼼짝없이 작은 공간에서 나오지 못한 그를 구한 건 주변에 있던 검은색 상자와 칼이었다. A씨는 상자의 검은색 종이 부분을 칼로 긁어 'SOS'라는 글자를 만들었고, 줄을 연결해 창문 밖에 내걸었다. 또 라이터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해 불빛을 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는 처음이었다"며 "잘 보이지도 않는 고층 아파트 창문에 붙은 'SOS' 글자를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이 보고 신고했다.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