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0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AFP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0일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AFP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0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올해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소득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기국회 시정 연설에서 “지속적인 임금 인상을 위해 사람에 대한 투자로 노동시장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까지 20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BOJ) 목표치인 2%를 웃돌며 장기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갑 사정은 더 팍팍해졌다.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임금 인상률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임금은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0개월 내리 감소했다.

기시다 총리는 실질 임금을 높이기 위해 의료·복지·공공서비스 분야 종사자를 중심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임금 인상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발표한 1인당 4만엔(약 36만원) 소득세·주민세 감세 정책을 통해 가처분소득 상승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에서 ‘경제, 경제, 경제’를 외친 그는 이날도 “경제 회복이 기시다 정권의 최대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경제에 스민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된 자민당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기시다 총리는 “당 총재로서 국민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사태를 초래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민당 파벌이) 돈과 인사를 위한 집단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며 정책 집단은 돈과 인사와 완전히 결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말부터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핵심 인사들이 후원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국제적 과제 등에서 협력해야만 하는 중요한 이웃나라 한국과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폭넓은 협력을 확대·심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맞서 한·미·일 3국 체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헌법 개정 계획에 대해서는 “자민당 총재로서 임기 중에 개정을 실현하고 싶은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며 “올해는 조문안을 구체화해 당파를 초월한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