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깎아도 비싸" 서울도 살 사람 없다…'애물단지' 보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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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지역 보류지, 매각 잇따라 실패
보류지 2억 깎았는데…"시세가 1억 더 낮아"
"더 저렴한 급매물도 안 팔려" 지적
보류지 2억 깎았는데…"시세가 1억 더 낮아"
"더 저렴한 급매물도 안 팔려" 지적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이날부터 신길동 '더샵 파크프레스티지' 보류지 입찰을 받는다.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전체 가구의 1% 이내에서 보류지를 정한다.
몸값 2억5000만원 내렸어도…"시세보다 1억원 비싸"
가격을 내렸음에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길동 개업공인중개사는 "전용 84㎡는 급매물이 보류지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하고 전용 59㎡도 싸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뜩이나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 잘 팔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서초구 신반포13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도 잠원동 '신반포 르엘' 보류지 2가구 입찰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도 지난해 11월 보류지 매각에 나섰지만, 모두 유찰됐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 보류지는 전용 107㎡(8층)와 전용 118㎡(2층) 1가구씩이며, 최저 입찰가는 각각 35억원과 36억원이다.

호황엔 '로또' 인기…불황엔 '애물단지' 전락
보류지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알짜 매물로 여겨진다. 최저 입찰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경우도 많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지난해 6월 전용 59㎡ 보류지가 최저 입찰가보다 1억2000만원 비싸게 팔렸다. 비슷한 시기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185㎡(73평) 펜트하우스도 최저입찰가 40억원보다 30억원 비싼 70억원에 팔린 바 있다.다만 불황기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시세가 빠르게 주저앉으며 보류지가 상대적으로 비싸지고,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매수자를 찾기도 어려워지는 탓이다. 문제는 보류지 매각이 늦어지면, 이에 따른 부담은 조합이 고스란히 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류지 매각대금은 관리처분계획의 수입금에 포함된다. 때문에 정산이 완료돼야 한다. 매각이 지연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조합 해산도 늦어질 수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수요자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보류지도 가격이 시세에 비해 확실한 매력이 있어야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