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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인감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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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인감증명서
    전 세계에서 도장 문화가 가장 뿌리 깊은 나라는 일본이다. 코로나 재택근무 기간에도 적잖은 직장인이 결재 서류 날인을 위해 1주일에 서너 번은 사무실에 나갔다고 한다. 심지어는 출근부에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하기도 했다.

    인감 제도가 탄생한 나라도 일본이다. 메이지유신 때인 1878년, 전 국민에게 규격화한 도장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했다. 인감도장이 찍힌 거래와 계약서만 공인받았다. 전시에도 도장을 들고 배급 물품을 수령했다. 일본에서 도장은 국가가 국민을 관리하는 수단이자, 개인에게는 자신을 증명하는 징표 같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인감 제도가 있는 나라는 일본, 대만, 한국 등 세 곳뿐이다. 대만은 1906년, 한국은 1914년 일제 강점기 때 도입했다. 나머지 대부분 나라는 서명과 공증 제도를 함께 쓴다.

    우리 인감 제도에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12년 12월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도입하면서다. 주민센터에서 지문날인으로 본인 확인을 거치고 이름만 쓰면 인감증명서와 같은 효력의 문서를 발급하는 것이다. 전자 발급도 가능해 매번 주민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인감증명서 발급의 5~10%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도 본인 증명이 필요한 곳에서는 여전히 인감증명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생 정책의 일환으로 인감증명서 대폭 간소화에 나섰다. 집 매매 뒤 소유권 이전 등기 때 인감증명서를 없애고, 부동산 거래·금융기업 제출용을 제외한 일반 인감증명서는 온라인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사무도 80% 이상 폐지하기로 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한 해 5000만 통 수준이던 인감증명서 발급 건수는 작년 말 기준 2984만 통으로 줄었다. 우리 사회도 신용사회로 점차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인감 전면 폐지론도 있었지만, 부동산과 자동차 등의 거래 불안감으로 무산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 신용사회는 여권과 운전면허증 등 복수의 신분증 확인으로 안정성을 높인다. 인감 제도를 폐지할 수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안할 때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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