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발행 1/4로 축소?…블랙록 이제서야 "주식 매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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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월요일>
주말 사이 요르단 내에 주둔 중인 미군이 드론 공격으로 인해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이에 따라 29일(미 동부시간) 새벽 국제 유가가 한때 2개월 내 최고치로 급등하고 금리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이 드론 공격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에 대해 보복 공격할 경우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지요.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할 모든 이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날이 밝자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은 이번 공격과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이란과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새벽까지 배럴당 78달러 선을 지키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8% 하락한 배럴당 76.7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락 폭은 지난 8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지정학적 위험이 사그라지면 여전히 넘치는 공급이 원유 시장의 내러티브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죠. 유가가 하락하자 금리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장 초반 보합세를 보였지만 유가와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힘을 되찾았습니다.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빅테크 어닝 등 중요한 데이터와 이벤트가 이어지지만, 월요일인 오늘은 별것 없었죠. 차분한 시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후 3시에 커다란 변곡점이 발생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분기 국채발행 추정치를 발표했는데, "국채 발행량을 줄이겠다"라고 밝힌 덕분입니다. 순간 금리는 뚝 떨어지고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애초 월가는 오늘 발표보다 수요일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될 분기국채발행계획(QRA)을 주목해 왔습니다. 오늘은 이번 분기 전체 국채 발행 규모를 알리는 것이고, 수요일 QRA는 그런 큰 그림 하에서 국채를 팔 때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만기물을 얼마나 찍을 것인지를 고시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연방정부 지출 및 재정적자를 고려하면 국채발행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왔기 때문에 오늘보다는 수요일을 주시했지요. JP모건의 제이 베리 채권 전략가는 "일부 채권 트레이더들은 FOMC와 QRA가 함께 나오는 31일을 채권 시장의 '슈퍼볼 데이'라고 부른다"라면서 "재무부가 QRA 발표 영향을 알기 때문에 지난 10월 말처럼 만기별 발행 물량을 적절히 조정해 시장 안정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었죠.
그런데 오늘 재무부는 1~3월 76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지난 분기 7760억 달러보다 덜 찍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10월에 대략적으로 제시했던 8160억 달러보다는 550억 달러나 적은 것입니다. 특히 4~6월 분기엔 2020억 달러어치만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적게 찍는다면 수요일 QRA의 중요도는 떨어집니다. 시장엔 향후 Fed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수요가 꽤 많은 상황이거든요. 결국, 오후 4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2bp 떨어진 4.08%에 거래됐습니다. 그리고 2년물은 5.3bp 내린 4.312%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재무부가 예상보다 훨씬 적은 국채를 내놓는다면 장기물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증시를 압박할 위험은 줄어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금리가 더 크게 하락하지 않은 건 기록적 재정적자 속에서 어떻게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고 예산을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 탓입니다. 줄인다 해도 일시적이 아니냐는 것이죠.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설립자는 "재무부가 기록적 적자를 얼마나 오랫동안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라두크 트레이딩의 크레이그 샤피로 거시 전략가는 "재무부는 가끔 잘못된 추정을 내놓으며, 거기에 따른 위험 부담도 없다. 작년에도 틀렸고, 세수가 감소해 더 많이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여전히 수요일 아침 QRA에서 어떤 만기물을 얼마나 찍는지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2분기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 축소를 기대하는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예상보다 적은 국채 발행→장기물 금리 하락에 투자자들은 흥분했습니다. 다우는 0.59%, S&P500 지수는 0.76% 올랐고 나스닥은 1.12%나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또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4927.93을 기록해 5000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이처럼 시장의 기저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가 올해 금리를 내리면서 연착륙을 지원할 것이고, 이런 경제 연착륙 속에 올해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두 가지 기대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나온 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는 듯했습니다. 3개월, 6개월 연율 환산 수치는 연율 2% 밑으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개인소비가 한 달 만에 0.7%(예상 0.4%)나 증가해 경제가 여전히 뜨겁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말 사이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뚝뚝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은 Fed에 실질금리 상승이란 새로운 위험을 제기한다'(Plummeting Inflation Raises New Risk for Fed: Rising Real Interest Rate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실질 차입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압력을 느끼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전 총재는 WSJ 인터뷰에서 "금리가 중립으로 돌아가기 전에도 인하할 많은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너무 높다는 뜻이죠. 그녀는 지금 더 큰 위험은 너무 늦게 금리를 인하하면 노동시장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지 전 총재는 "노동시장은 정말 까다롭다. 침체가 발생하기 전에는 항상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다가 빠르게 악화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1월 FOMC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는 FOMC가 3월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2024년 총 5번 인하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 주된 이유는 인플레이션 진전이 이미 FOMC가 제시한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시장은 조만간 FOMC가 금리를 인하할 추가 이유를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Fed가 높은 실질금리를 유지할 경우 노동시장이 급작스럽게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계속해서 '금리 인하'라는 에너지를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일부에서는 Fed가 올해 대선 일정 때문에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운 게 아니냐고 관측하는데요. Fed에서 15년간 일했던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 2004년, 2008년, 2012년 등 대선이 있던 해 Fed에서 FOMC 준비를 담당했었는데, FOMC 위원들은 스스로 통화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정치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선거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도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과거 20번의 대선이 있던 해에 Fed가 금리 인하나 인상을 하지 않은 적은 2012년 단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필요하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카슨그룹의 라이던 디트릭 전략가는 "1980년 이후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에서 2% 이내에 있을 때 Fed가 금리를 인하한 적이 20번이나 있었다"라면서 "그러면 6개월 평균 3.8%, 12개월 평균 13.9%나 지수가 상승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런 시장 기대는 투기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 전략가는 "3월 인하에 대한 기대가 연초 80% 수준에서 지금 50%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시장은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다. Fed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는 자산군 전반에 걸쳐 레버리지(차입)이 높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가장 크게 들린다. 레버리지가 많은 참여자는 현 수준의 마진으로는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고 일부 잘못된 거래에선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경제 지표로는 유일하게 댈러스 연방은행에서 발표하는 1월 제조업 지수가 발표됐습니다. 데이터는 아주 나빴습니다. -27.4로 급락해 12월(-10.4)보다 크게 떨어졌고 예상(-11.8)보다도 훨씬 나빴습니다. 신규 주문과 생산, 고용 등이 모두 위축 영역에서 추가 악화했습니다. 그리고 지급 물가는 올랐고요. 시장은 이미 이런 급락세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뉴욕 연은이 발표한 1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시장 예상을 엄청나게 밑돌아 -43.5까지 떨어졌었죠. 지역 연은은 매달 자체 제조업 설문조사를 좀 빨리 발표하는데요. 뉴욕부터 시작해 필라델피아, 댈러스, 시카고까지 다섯 개가 중요합니다. 월가는 이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달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결과를 추정합니다.
지난주 발표된 S&P 글로벌의 1월 제조업 PMI는 47.9에서 50.3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이 더 주시하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PMI는 1일 발표됩니다. 현재 시장은 12월(47.2)보다 살짝 오른 47.5를 예상하는데요. 블록랜드펀드의 제로엔 블록랜드 설립자는 "엠파이어 지수에 다른 조사도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 아직 시카고 연은이 발표하지 않았지만 다른 PMI들을 보면 ISM PMI는 1월 45.1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번 사이클 최저 기록이고 주식에 상당한 하락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조업은 미국 경제에선 비중이 18%로 낮아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S&P500 기업들은 제조업 비중이 51%에 달합니다. 서비스 비중이 49%로 더 낮죠. 그래서 ISM PMI는 S&P500 기업들의 이익을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올해 기업 이익이 작년보다 1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1분기 이익은 4.6% 증가하고 2분기에는 9.4% 성장하는 등 올해 내내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높은 멀티플(20배)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만약 지역 연은의 조사처럼 PMI가 계속 떨어진다면 그런 희망은 사그라들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애플 등 빅테크는 대부분 제조업 기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들의 실적 전망은 좋고요. 시장은 점점 더 이들에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매그니피선트7 주식 중 테슬라를 제외한 6개 기업은 4분기에 전년 대비 53.7% 증가한 이익을 보고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익 증가율 상위 6개를 모두 차지합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S&P 494개 기업의 4분기 이익은 -10.5%를 추정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들의 실적이 좋지 않다면 주가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4분기 어닝시즌 들어 매출, 이익 모두 월가 추정치를 상회한 기업은 당일 주가가 0.8% 올라 과거 1.5%보다 덜 오르고 있습니다. 또 매출, 이익 모두 추정보다 나빴던 기업은 2.7%나 급락해 과거 평균 2.4%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혹시 지역 연은의 PMI 하락이 경기 둔화의 징후일까요? 사실 월가에는 여전히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채권 업계의 빅샷들이 그렇습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올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50% 이상으로 75%에 가깝다. 침체가 발생하면 이익 성장 전망치가 악화해 S&P 500지수는 이번 사이클 고점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설립자도 "채권 수익률 곡선의 예견력을 믿는다. 과거 3개월 국채/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됐던 적이 7번 있었는데, 7번 모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이번이 8번째이고 나는 이번에도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여전히 믿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블룸버그 TV에도 이런 부정적 뷰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미즈호의 도미닉 콘스탐 거시경제 전략가는 "실업률이 연말까지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것도 배제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의 로버트 소킨 이코노미스트도 "지금은 아마도 '골디락스' 시나리오의 정점일 것이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연착륙 이야기가 실제로 기본 사례가 될지, 아니면 경기 침체 시나리오로 다시 돌아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록은 그동안 지속해서 미국 주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제시해온 곳입니다. 탈세계화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버틸 것이고, 결국은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블랙록이 오늘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바꿨습니다. 사상 최고치에 오른 상황에서 사라고 권하기 시작한 것이죠.
블랙록은 "우리의 전반적인 미국 주식 전망은 중립이었다. 벤치마크 수준에서는 비중 축소, AI 테마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였다.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하락하고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며 시장이 장밋빛 거시 전망을 고수함에 따라 랠리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은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2%까지 떨어지는 연착륙을 본다. 시장은 한 번에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런 내러티브는 전술적 랠리를 지원하고 기술주를 넘어 시장의 폭 확대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 주식 전체에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다. 실적 잠재력이 높은 AI 관련주, 그리고 일본 주식도 선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랙록은 그러면서도 "거시경제와 시장 및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커지는 새로운 체제로 인해 우리는 민첩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면서 연착륙에 대한 컨센서스는 도전받을 수 있고, 침체가 올해 말에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2% 가까이 하락해 주식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뷰에 동의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낮게 유지될 가능성은 작다는 논리입니다. 팬데믹 정상화에 따른 상품 디스인플레이션이 마무리되고 뜨거운 임금 상승률로 인해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유지되면서 2025년에 3%까지 롤러코스터처럼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도 부정적 견해를 버리지는 않은 것입니다. 워낙 상승 모멘텀이 강하다 보니 뒤늦게 기술적으로 '비중 확대'로 돌아선 것이죠. 특히 이런 견해를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내놓았습니다. 과연 블랙록의 전향은 옳을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주말 사이 요르단 내에 주둔 중인 미군이 드론 공격으로 인해 3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습니다, 이에 따라 29일(미 동부시간) 새벽 국제 유가가 한때 2개월 내 최고치로 급등하고 금리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이 드론 공격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에 대해 보복 공격할 경우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지요. 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할 모든 이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날이 밝자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은 이번 공격과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백악관의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이란과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새벽까지 배럴당 78달러 선을 지키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8% 하락한 배럴당 76.7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락 폭은 지난 8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지정학적 위험이 사그라지면 여전히 넘치는 공급이 원유 시장의 내러티브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죠. 유가가 하락하자 금리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장 초반 보합세를 보였지만 유가와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힘을 되찾았습니다.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빅테크 어닝 등 중요한 데이터와 이벤트가 이어지지만, 월요일인 오늘은 별것 없었죠. 차분한 시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후 3시에 커다란 변곡점이 발생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분기 국채발행 추정치를 발표했는데, "국채 발행량을 줄이겠다"라고 밝힌 덕분입니다. 순간 금리는 뚝 떨어지고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애초 월가는 오늘 발표보다 수요일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될 분기국채발행계획(QRA)을 주목해 왔습니다. 오늘은 이번 분기 전체 국채 발행 규모를 알리는 것이고, 수요일 QRA는 그런 큰 그림 하에서 국채를 팔 때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만기물을 얼마나 찍을 것인지를 고시하는 것입니다. 시장은 연방정부 지출 및 재정적자를 고려하면 국채발행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왔기 때문에 오늘보다는 수요일을 주시했지요. JP모건의 제이 베리 채권 전략가는 "일부 채권 트레이더들은 FOMC와 QRA가 함께 나오는 31일을 채권 시장의 '슈퍼볼 데이'라고 부른다"라면서 "재무부가 QRA 발표 영향을 알기 때문에 지난 10월 말처럼 만기별 발행 물량을 적절히 조정해 시장 안정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었죠.
그런데 오늘 재무부는 1~3월 76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지난 분기 7760억 달러보다 덜 찍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10월에 대략적으로 제시했던 8160억 달러보다는 550억 달러나 적은 것입니다. 특히 4~6월 분기엔 2020억 달러어치만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적게 찍는다면 수요일 QRA의 중요도는 떨어집니다. 시장엔 향후 Fed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수요가 꽤 많은 상황이거든요. 결국, 오후 4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2bp 떨어진 4.08%에 거래됐습니다. 그리고 2년물은 5.3bp 내린 4.312%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재무부가 예상보다 훨씬 적은 국채를 내놓는다면 장기물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증시를 압박할 위험은 줄어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금리가 더 크게 하락하지 않은 건 기록적 재정적자 속에서 어떻게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고 예산을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 탓입니다. 줄인다 해도 일시적이 아니냐는 것이죠.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설립자는 "재무부가 기록적 적자를 얼마나 오랫동안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라두크 트레이딩의 크레이그 샤피로 거시 전략가는 "재무부는 가끔 잘못된 추정을 내놓으며, 거기에 따른 위험 부담도 없다. 작년에도 틀렸고, 세수가 감소해 더 많이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여전히 수요일 아침 QRA에서 어떤 만기물을 얼마나 찍는지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2분기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 축소를 기대하는 듯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예상보다 적은 국채 발행→장기물 금리 하락에 투자자들은 흥분했습니다. 다우는 0.59%, S&P500 지수는 0.76% 올랐고 나스닥은 1.12%나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또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4927.93을 기록해 5000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이처럼 시장의 기저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가 올해 금리를 내리면서 연착륙을 지원할 것이고, 이런 경제 연착륙 속에 올해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두 가지 기대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나온 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하는 듯했습니다. 3개월, 6개월 연율 환산 수치는 연율 2% 밑으로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개인소비가 한 달 만에 0.7%(예상 0.4%)나 증가해 경제가 여전히 뜨겁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말 사이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뚝뚝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은 Fed에 실질금리 상승이란 새로운 위험을 제기한다'(Plummeting Inflation Raises New Risk for Fed: Rising Real Interest Rate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실질 차입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압력을 느끼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전 총재는 WSJ 인터뷰에서 "금리가 중립으로 돌아가기 전에도 인하할 많은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너무 높다는 뜻이죠. 그녀는 지금 더 큰 위험은 너무 늦게 금리를 인하하면 노동시장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지 전 총재는 "노동시장은 정말 까다롭다. 침체가 발생하기 전에는 항상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다가 빠르게 악화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1월 FOMC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는 FOMC가 3월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2024년 총 5번 인하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 주된 이유는 인플레이션 진전이 이미 FOMC가 제시한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시장은 조만간 FOMC가 금리를 인하할 추가 이유를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Fed가 높은 실질금리를 유지할 경우 노동시장이 급작스럽게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계속해서 '금리 인하'라는 에너지를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일부에서는 Fed가 올해 대선 일정 때문에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운 게 아니냐고 관측하는데요. Fed에서 15년간 일했던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 2004년, 2008년, 2012년 등 대선이 있던 해 Fed에서 FOMC 준비를 담당했었는데, FOMC 위원들은 스스로 통화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정치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선거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도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과거 20번의 대선이 있던 해에 Fed가 금리 인하나 인상을 하지 않은 적은 2012년 단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필요하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카슨그룹의 라이던 디트릭 전략가는 "1980년 이후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에서 2% 이내에 있을 때 Fed가 금리를 인하한 적이 20번이나 있었다"라면서 "그러면 6개월 평균 3.8%, 12개월 평균 13.9%나 지수가 상승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런 시장 기대는 투기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 전략가는 "3월 인하에 대한 기대가 연초 80% 수준에서 지금 50%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시장은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다. Fed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는 자산군 전반에 걸쳐 레버리지(차입)이 높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가장 크게 들린다. 레버리지가 많은 참여자는 현 수준의 마진으로는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고 일부 잘못된 거래에선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경제 지표로는 유일하게 댈러스 연방은행에서 발표하는 1월 제조업 지수가 발표됐습니다. 데이터는 아주 나빴습니다. -27.4로 급락해 12월(-10.4)보다 크게 떨어졌고 예상(-11.8)보다도 훨씬 나빴습니다. 신규 주문과 생산, 고용 등이 모두 위축 영역에서 추가 악화했습니다. 그리고 지급 물가는 올랐고요. 시장은 이미 이런 급락세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뉴욕 연은이 발표한 1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시장 예상을 엄청나게 밑돌아 -43.5까지 떨어졌었죠. 지역 연은은 매달 자체 제조업 설문조사를 좀 빨리 발표하는데요. 뉴욕부터 시작해 필라델피아, 댈러스, 시카고까지 다섯 개가 중요합니다. 월가는 이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달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결과를 추정합니다.
지난주 발표된 S&P 글로벌의 1월 제조업 PMI는 47.9에서 50.3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이 더 주시하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PMI는 1일 발표됩니다. 현재 시장은 12월(47.2)보다 살짝 오른 47.5를 예상하는데요. 블록랜드펀드의 제로엔 블록랜드 설립자는 "엠파이어 지수에 다른 조사도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 아직 시카고 연은이 발표하지 않았지만 다른 PMI들을 보면 ISM PMI는 1월 45.1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번 사이클 최저 기록이고 주식에 상당한 하락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조업은 미국 경제에선 비중이 18%로 낮아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S&P500 기업들은 제조업 비중이 51%에 달합니다. 서비스 비중이 49%로 더 낮죠. 그래서 ISM PMI는 S&P500 기업들의 이익을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올해 기업 이익이 작년보다 11.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1분기 이익은 4.6% 증가하고 2분기에는 9.4% 성장하는 등 올해 내내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높은 멀티플(20배)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는 계속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만약 지역 연은의 조사처럼 PMI가 계속 떨어진다면 그런 희망은 사그라들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애플 등 빅테크는 대부분 제조업 기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들의 실적 전망은 좋고요. 시장은 점점 더 이들에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매그니피선트7 주식 중 테슬라를 제외한 6개 기업은 4분기에 전년 대비 53.7% 증가한 이익을 보고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익 증가율 상위 6개를 모두 차지합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S&P 494개 기업의 4분기 이익은 -10.5%를 추정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들의 실적이 좋지 않다면 주가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4분기 어닝시즌 들어 매출, 이익 모두 월가 추정치를 상회한 기업은 당일 주가가 0.8% 올라 과거 1.5%보다 덜 오르고 있습니다. 또 매출, 이익 모두 추정보다 나빴던 기업은 2.7%나 급락해 과거 평균 2.4%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혹시 지역 연은의 PMI 하락이 경기 둔화의 징후일까요? 사실 월가에는 여전히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채권 업계의 빅샷들이 그렇습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올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50% 이상으로 75%에 가깝다. 침체가 발생하면 이익 성장 전망치가 악화해 S&P 500지수는 이번 사이클 고점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에드 하이먼 설립자도 "채권 수익률 곡선의 예견력을 믿는다. 과거 3개월 국채/10년물 국채 금리가 역전됐던 적이 7번 있었는데, 7번 모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이번이 8번째이고 나는 이번에도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여전히 믿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블룸버그 TV에도 이런 부정적 뷰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미즈호의 도미닉 콘스탐 거시경제 전략가는 "실업률이 연말까지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것도 배제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의 로버트 소킨 이코노미스트도 "지금은 아마도 '골디락스' 시나리오의 정점일 것이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연착륙 이야기가 실제로 기본 사례가 될지, 아니면 경기 침체 시나리오로 다시 돌아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록은 그동안 지속해서 미국 주식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제시해온 곳입니다. 탈세계화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버틸 것이고, 결국은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블랙록이 오늘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바꿨습니다. 사상 최고치에 오른 상황에서 사라고 권하기 시작한 것이죠.
블랙록은 "우리의 전반적인 미국 주식 전망은 중립이었다. 벤치마크 수준에서는 비중 축소, AI 테마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였다.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하락하고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며 시장이 장밋빛 거시 전망을 고수함에 따라 랠리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은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이 2%까지 떨어지는 연착륙을 본다. 시장은 한 번에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런 내러티브는 전술적 랠리를 지원하고 기술주를 넘어 시장의 폭 확대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 주식 전체에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다. 실적 잠재력이 높은 AI 관련주, 그리고 일본 주식도 선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랙록은 그러면서도 "거시경제와 시장 및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커지는 새로운 체제로 인해 우리는 민첩하게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면서 연착륙에 대한 컨센서스는 도전받을 수 있고, 침체가 올해 말에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2% 가까이 하락해 주식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뷰에 동의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낮게 유지될 가능성은 작다는 논리입니다. 팬데믹 정상화에 따른 상품 디스인플레이션이 마무리되고 뜨거운 임금 상승률로 인해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유지되면서 2025년에 3%까지 롤러코스터처럼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도 부정적 견해를 버리지는 않은 것입니다. 워낙 상승 모멘텀이 강하다 보니 뒤늦게 기술적으로 '비중 확대'로 돌아선 것이죠. 특히 이런 견해를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내놓았습니다. 과연 블랙록의 전향은 옳을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