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칸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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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럭셔리 카 브랜드는 이탈리아 기업 알칸타라가 만든 최고급 합성섬유로 시트 등의 실내를 마감한다. 1972년 밀라노에서 설립된 알칸타라는 회사 이름과 같은 알칸타라라는 차 내장재용 섬유를 만든다. 고기능성 소재인 알칸타라는 천연가죽(스웨이드)처럼 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오염되지 않고 물과 불에도 강해 ‘차 내장재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동물 가죽이 아닌 100% 폴리에스테르·폴리우레탄 합성 소재다.
알칸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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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작년 7월 영국에서 처음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에도 알칸타라로 제작한 시트가 들어간다. 자동차가 아닌 다른 산업군의 제품에서 수거된 폴리에스테르를 재활용해 만든 시트다. 최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트북 키보드나 휴대폰 커버 제작에도 쓰이고 있다.

알칸타라가 명품 반열에 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회사 설립 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까지 알칸타라는 평범한 인조섬유 제조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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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당수 소비자는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제품을 고르는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가령 동물 애호가나 채식주의자들은 럭셔리 카를 구입할 때 내장재로 소 11마리분 가죽을 사용하는 대신 알칸타라를 선택한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알칸타라의 친환경 소재도 더욱 빛을 발하는 추세다. 알칸타라는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기술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는 물론 다양한 표면처리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천연가죽스러운 질감에 이어 단단한 나무, 부드러운 벨벳 같은 촉감의 알칸타라도 이런 협업을 통해 나왔다.
알칸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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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랑방, 아디다스, 스와로브스키 등 패션·보석 업체와 프랑스 명품 가구 리네 로제 등도 알칸타라를 쓴다. 명품 브랜드마다 원하는 제품 두께나 색상, 디자인이 달라 매년 컬렉션을 주요 고객사에 전달한 후 짧으면 분기, 길면 수년간 요구사항을 반영해 제품을 상용화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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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알칸타라는 예술에 가까이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명품 내장재의 에르메스’라는 수식어답게 2011년부터 매년 전 세계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패션 및 산업 디자인, 음악, 비디오, 영화 등 장르를 따지지 않고 폭넓게 손잡는다. 그 동안 협업한 아티스트만 9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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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와 로스 러브그로브, 줄리오 카펠리니, 잉고 마우러, 인테리어 디자인에 공간주의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 난다 비고, 이탈리아 비디오 제작자 유리 안카라니, 중국 서예가 진펑과 쿠레이 레이, 선구적인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로 꼽히는 아이리스 반 허펜, 뮤지션 사운드워크 콜렉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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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여는 장소는 전 세계다. 이탈리아 로마 21세기 국립현대미술관(MAXXI)부터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 중국 상하이 유즈 미술관, 일본 도쿄 모리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알칸타라 관계자는 “새로운 소재를 찾거나 독창적인 전시를 준비하는 예술가들에게 알칸타라는 더없이 좋은 소재”라며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소재의 확장성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알칸타라는 작년 5월 MAXXI과의 12번째 협업으로 재활용 가능한 알칸타라 소재를 활용한 설치 작품 ‘Seed Bed(못자리)’를 공개했다.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철학자, 식물학자 간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이탈리아 베니스의 라 세르토사에서 ‘지속 가능성’이란 메시지를 담은 세 가지 자연 설치물과 정원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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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건축 아트 스튜디오 ‘스페이스 파퓰러’를 초청해 20세기 도시를 메타버스로 재해석한 전시회 ‘서치 히스토리’도 열었다. 스페이스 파퓰러 창립자인 라라 레스메스와 프레드릭 헬버그가 참여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20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알도 로시의 작품을 재해석한 것. 알칸타라를 여러 겹의 원형 구조로 설치해 메타버스 내 이동을 표현했다. 또 같은 해 세계적인 미술 출판사 스키라가 출판한 ‘알칸타라 예술의 소재’를 통해 각종 예술 작품에 쓰인 알칸타라를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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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엔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 프로그램에서 국내 디자이너 설치 미술 작가인 김상돈과의 협업 작품을 내놨다. 알칸타라를 활용해 한국 전통 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과 영상을 선보였다. 패션 브랜드 토즈 디렉터 출신인 안드레아 인콘트리는 “옷과 고급 요트,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알칸타라는 어디에나 어울리는 21세기 대표 소재”라고 했다. 네라몬토로=하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