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이버트럭 / 사진=테슬라
테슬라 사이버트럭 / 사진=테슬라
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캐즘(Chasm)에 다다른 테슬라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 ETF 출시

캐즘(Chasm)이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는 지각변동에 의해서 생기는 균열로 인한 단절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주 4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테슬라를 보며 떠오른 단어다.

테슬라 주가는 실적발표 후 하루 만에 -12%나 하락했다. 매출액과 주당순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2% 내외 하회하였고, 2024년도 목표 판매량을 제시하지 않은 채 ‘상당한 성장 둔화(Notably Slower Growth)’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또 하나는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AI, 로봇, 사이버 트럭 등 장기 성장동력에 대한 기대감도 살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기술혁신과 장기 성장스토리는 끝난 것인가?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CEO 일론 머스크는 FSD의 장기 성장성에 주목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물리적 세계의 AI(또는 AGI)는 FSD이며 Chat GPT 보다 충격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FSD 시장을 10조달러(원화로 1경 원이 넘는) 규모로 보고 있으며 매출과 수익성이라는 단기적인 숫자들을 사소하게 만들 것이라 주장하였다. 실제 FSD의 누적 테스트 주행거리를 살펴보면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때 1.5억마일, 2분기 3억마일, 3분기 5억마일, 4분기 8마일 수준으로 매 분기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4분기 실적발표에서 FSD 12버전 배포를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33만개의 교통 규칙 코드가 하나의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었다는 의미로 테슬라가 추론 AI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라고 공표한 셈이다. 지난해 8월 일론 머스크는 직접 12버전 FSD에 승차한 영상을 공유한 바 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데이터화하여 학습시킨 테슬라 슈퍼컴퓨터 Dojo 덕분이다. Dojo의 학습 능력은 인간과 비슷하기에 학습을 많이 할수록 추론 영역에서의 리소스가 덜 필요 해지며 NVIDIA의 GPU 가격상승을 헷지할 수 있다는 코멘트도 잊지 않았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도 수요둔화로 해석하는 시각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향후 일어날 FSD 혁명을 위해 낮은 가격에 고객을 묶어 두는 이른바 오픈소스(Lock in) 전략과 유사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진화도 주목할 이슈이다. 지난해 12월 계란을 깨뜨리지 않고 손가락으로 집는 2세대 옵티머스 영상의 공개로 로봇 상용화에 대한 기대도 일으킨 바 있다. 사실 수준은 다르지만 로봇 청소기와 휴머노이드 로봇 그리고 FSD(완전자율주행) 자동차는 센서의 인지, 인공지능 판단 그리고 액츄에이터 구동이라는 단계는 같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도 LLM(언어모델)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소셜미디어 X.COM과 저궤도위성의 로켓 발사를 주도하는 스페이스X 그리고 뇌 신경망을 연구하는 뉴럴링크와 x-AI 등 혁신 기술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들의 기술이 융합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기술의 Cross-pollination(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받아 수정과 유기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단기적 수요 둔화와 기술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시간차를 주식시장은 견디지 못한다. 장기 성장도 단기 실적을 만족시킨다는 전제하에 봐주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보면 주식시장은 과 최적화(Over fitting)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성장동력이 눈에 보이는 NVIDIA의 PER(주가수익비율)이 30배인데 PER 55배 테슬라 주가의 단기적인 둔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렇다면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에는 4가지의 테슬라 ETF가 상장되어 있다.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KODEX 테슬라밸류체인FactSet’은 테슬라와 밸류체인으로 구성된 주식형 ETF이다. 이 중 ACE ETF는 TSLA(테슬라 주식) 21.2%, TSLT(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 12.4%를 보유하고 있어 실제로는 테슬라 46%를 보유한 셈이다. KODEX는 21.17%의 TSLA(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 혼합형 ETF를 살펴보면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과 지난 1월 23일에 상장된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액티브’가 있는데 TIGER는 순수 채권혼합형이고 KODEX는 30% 수준의 테슬라 커버드콜 ETF이다.

장기 성장성에 단기적인 실적 모멘텀까지 갖추었다면 주식형 ETF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실적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인공지능과 FSD 그리고 저궤도위성 등 혁신 기술의 융합체인 테슬라를 잊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상반기 내에 주가는 바닥을 찾아갈 것이다. 채권혼합형 또는 커버드콜 채권혼합ETF로 인컴을 쌓아가는 전략 관점에서는 진입 또는 추가 투자하기에 적절한 시기일 것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