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향
지난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향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 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64) 취임 연주회였던 이날 무대를 보면 마치 낮은 계단처럼 보이는 덧마루가 있다. 제1 바이올린 파트의 맨 뒷줄, 더블베이스 파트의 둘째줄 단원들이 있는 곳이 그랬다. 지휘자를 마주보고 있는 관악과 타악 파트에도 덧마루가 눈에 띄게 높게 설치돼 있었다.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볼 수 있는 덧마루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클래식 음악 관계자들에 따르면 덧마루는 시청각을 아우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날 서울시향이 연주한 곡은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대규모 4관 편성으로 100명 내외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한꺼번에 오른다. 이럴 경우 평평한 무대는 시각적으로 사인을 주고받을때 어려움이 생긴다. 그래서 뒤에 앉은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사인을 잘 보기 위해, 지휘자 역시 뒤쪽 연주자들에게 지시를 잘 전달하기 위해 덧마루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덧마루를 주로 사용하는 연주가 챔버(소규모 관현악단) 보다는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 연주일 때가 많은 이유다.

덧마루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하는 효과도 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이번 연주에는 특히 관악 파트에 덧마루가 더 설치됐는데, 말러 1번이 관악기가 두드러지는 곡이라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관악 파트에 덧마루를 더 설치해 관악 소리가 더욱 앞으로 잘 뻗어나가고 선명하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를 극대화하는 연출이 4악장에 등장한다. 말러 1번의 마지막 악장에는 호른 주자들이 일제히 기립해 연주하는 부분이 등장하 는데, 소리가 더 높은 곳에서 퍼지면서 관객석으로 더 잘 전달되는 효과가 생긴다. 말러는 호른의 힘찬 사운드를 강조해 벅차오르는 승리감을 표현하고자 이같은 연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덧마루는 곡에 알맞게 효과적인 사운드를 만들때 전략적으로 활용된다. 지휘자들은 원하는 소리의 밸런스를 위해 리허설에서 덧마루를 통해 음향을 조절하기도 한다. 콘서트홀이 갖고있는 음향과 작품의 특성에 따라 원하는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톤마이스터 최진은 "앞에 물체가 있으면 소리가 중간에 튕기게 된다"며 "연주자나 악기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소리 전달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층고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평평한 무대에서는 위치상 오보에나 플룻 등 목관 연주자들은 제1바이올린 소리가 잘 안들릴 수 있다"며 "서로 소리를 들으면서 합주를 해야하기 때문에 (잘 듣기 위해) 단 위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뒤로 갈수록 부채꼴 모양으로 층고를 준 롯데콘서트홀 공연장. 지난해 12월 말 지휘자 정명훈과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의 '합창'. 롯데콘서트홀
뒤로 갈수록 부채꼴 모양으로 층고를 준 롯데콘서트홀 공연장. 지난해 12월 말 지휘자 정명훈과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의 '합창'.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은 공연 때 마다 덧마루를 직접 설치하지만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롯데콘서트홀에는 전동식 덧마루(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롯데콘서트홀의 리프트는 무대 구획마다 따로 조절이 가능하며 최소 1㎜부터 최대 1.2m까지 자유자재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고.
지난 12월 스콧 브라더스 듀오의 피아노와 오르간 협주. 무대가 썰렁해 보이지 않도록 중간에 층고를 줘서 아늑하게 연출했다. 롯데콘서트홀
지난 12월 스콧 브라더스 듀오의 피아노와 오르간 협주. 무대가 썰렁해 보이지 않도록 중간에 층고를 줘서 아늑하게 연출했다. 롯데콘서트홀
연주의 목적에 따라 활용되기도 한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오케스트라는 뒤로 갈수록 높이는 부채꼴 모양으로 설정하고 독주자나 실내악 연주는 오히려 무대가 썰렁해 보이지 않게 가운데 리프트를 높여 아늑하게 연출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