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 피한 야구계…도처에 도사린 '검은 유혹' 뿌리쳐야
법원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프로야구계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10시간 가까이 자료를 검토하고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유 판사는 두 사람이 KIA 구단의 후원사인 커피 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아닌지를 두고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으며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검찰이 주장하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치소에서 대기하다가 풀려난 김 전 감독과 장 전 감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 전 감독은 1983년 경기 중 심판을 폭행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고(故) 김진영 감독에 이어 현직 프로야구 감독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구속될 뻔했다.

구속은 면했고 기소되면 죄의 유무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첫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불명예는 떨쳐내기 어렵게 됐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뒷돈 수수 정황만으로도 야구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최악의 상황 피한 야구계…도처에 도사린 '검은 유혹' 뿌리쳐야
KIA 구단을 쑥대밭으로 만든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의 사태로 '검은 유혹'이 그야말로 야구인 주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프로야구는 그간 병역 면탈 비리, 검은 세력이 야구인의 선후배를 연결 고리로 내세워 선수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승패 조작 비리, 불법 금지 약물 추문 등으로 큰 홍역을 앓았다.

이런 범죄가 주로 선수들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유니폼과 구장 광고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업자가 야구단 운영 책임자인 단장과 현장 책임자인 감독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감독과 단장은 구단과 계약 기간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안정적으로 받는 직책으로 선수단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위와 부도덕한 행위를 앞장서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측면에서 금품 수수에 연루된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의 과오가 절대 가볍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가 특정인의 일탈로 끝나려면 도덕성과 시스템을 재무장하는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 피한 야구계…도처에 도사린 '검은 유혹' 뿌리쳐야
2년 연속 단장과 감독 추문으로 야구계를 어지럽힌 KIA 구단은 후임 감독과 코치진 인선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선수단의 준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각 구단도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존의 후원·마케팅 계약 시스템을 다시 살펴 관계자가 아닌 제3자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야구장 밖의 비리와 비위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스스로 걷어찬다면 프로야구가 존립할 이유는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