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서 '전산망 비위' 적발 당시 사퇴…"마땅한 인물 없다"
'인적 쇄신'으로 물러난 게임위 본부장, 7개월 만에 복귀
작년 감사원 감사에서 억대 비위 의혹이 적발된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인적 쇄신' 차원에서 물러난 본부장급 인사를 7개월 만에 원래 자리로 복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전날 인사발령을 내고, 김모 전 경영기획본부장을 2월 1일 자로 경영본부장에 임명했다.

앞서 게임위는 지난해 6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감사원 처분 요구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나, 인적 쇄신과 책임경영 실현을 위해 본부장 전원이 현 보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게임위 비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산망 구축 비리에 관여한 당시 게임위 사무국장 최모 씨를 정직 조치하라고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였다.

경영기획본부장으로서 게임위 재무·총무·인사 업무를 총괄하던 김 본부장은 당시 결정에 따라 다른 본부장들과 함께 보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유사 비위행위 재발을 막기 위해 신설된 '재무계약팀' 일반 직원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해왔다.

비위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책임을 지고 보직 사퇴한 인물이 7개월 만에 원래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직급상 해당 보직에 발령할 수 있는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발표 전까지 게임위 정책연구소장을 지냈던 박한흠 현 경영본부장은 이번 인사로 다시 예전 자리로 복귀한다.

게임위는 2022년 말 불거진 모바일 게임 불공정 심의 논란을 계기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존폐론에 휘말려왔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물 사전심의 의무를 폐지해 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한 데 이어, 게임위의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사업 비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이를 들여다본 감사원은 게임위가 '자체등급분류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업 검수 및 감리를 허위로 처리하고, 외부 업체에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 대금을 지급해 7억원가량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게임 등급분류 제도를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하고, 게임위는 사후관리 및 사행성 모사 게임·아케이드 게임 심의만 맡도록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