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 "'LTNS' 하며 결혼 궁금증 사라져…신중하게" [인터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터뷰 내용 중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귀신을 보는 소녀(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 눈이 돌아버린 야망의 킬러(넷플릭스 '길복순'), '겉바속촉'의 군인 언니(넷플릭스 '택배기사') 지난해 이솜이 보여준 캐릭터들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LTNS'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면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인정받았다.
'LTNS'는 '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라는 파격적인 제목처럼 파격적인 소재와 전개로 입소문이 났다.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과 사무엘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 이솜은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아내 우진 역을 맡아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차가운 남편 사무엘과 불륜 커플을 쫓는 비즈니스를 한다. 사무엘 역에는 영화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로 호흡을 맞춘 안재홍이 캐스팅됐다.
'LTNS'의 최종회인 6회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솜은 "오늘만을 기다렸다"며 "제가 'LTNS' 6개 회차 중 6회를 가장 좋아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진처럼 화가 많고, 욕을 잘하진 않지만 털털해서 닮은 부분이 많았다"는 이솜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얼굴을 막 썼는데, 이런 연기를 하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극 중 안재홍과 부부로 호흡을 맞추면서 설렘 가득한 데이트부터 권태로운 부부, 불륜 발각 후 분노에 휩싸인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솜은 파격적인 스킨십 장면까지 소화했다. 이솜은 "(안)재홍 오빠의 말처럼 치열하게, 액션 장면을 찍는 것처럼 합을 맞춰서 했다"며 "소리가 중요해서 후시 녹음도 많이 했는데, 그때 오히려 조금 민망했다"면서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은 이솜과 일문일답 ▲ 오늘 마지막 회가 공개됐다. 어떻게 결말을 봤을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6회가 가장 좋았다. 6회까지 봐야 저희 드라마를 봤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만큼 6회를 재밌게 봤고, 공도 많이 들였다. 6회를 보면 감독님들의 연출이 엄청나다고 생각하실 거 같다. 그리고 안재홍 배우님과 제가 몸을 사리지 않고 했구나(웃음) 그런 생각이 드실 거 같다. 우진과 사무엘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결국 어떻게 이어갈지 아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을 굉장히 기다렸다. 저는 6회를 어제도 (미리) 봤다. 여운이 길었고, 고생한 게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다.
▲ '파격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런 반응이 올 거라 예상했나.
첫 페이지부터 과감하고, 파격적이면서도 현실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사들도 신선했고, 대본을 읽으면서 실제로도 웃음이 나왔다. 어느 순간 제가 대사들을 소리 내서 읽더라.
▲ 수위가 높은 장면이 많았다. 여자 배우로서 꺼려지거나 부담되진 않았을까.
작품을 하기 전부터 생각한 게, 대사 수위도 세고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제가 조금이라도 사리면 안 될 거 같은 작품이었다. 그게 우진의 성격이랑도 잘 맞는다 생각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내뱉으려 했고, 더 재밌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의견을 냈다. 안재홍 오빠가 '액션'이라고 표현한 거 같다. 저 역시 감정이 들어가 있는 액션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내면서 저희 언니도 섭외했다. 5, 6회에 현재 우진이 과거 우진을 보는 장면이 있다. 제가 저를 봐야 해서 체형이나 머리 길이도 맞아야 했는데, 괜찮은 사람이 없을까 해서 해외 있는 언니를 초빙했다. 언니는 제가 촬영하는 걸 처음 본 건데, 촬영장에 놀러 오지 않고, 일하러 왔다.(웃음) 기념비적인 날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우진이 면도할 때, 털이 흘러 내려가는데 그걸 제가 '넣자'고 했다.(웃음) 그냥 웃겼으면 좋겠더라. 그래야 재밌을 거 같더라. 그래서 털을 구해 달라했다.
▲ 'LTNS'는 시각적인 것보다 청각적인 자극이 더 센 거 같았다. 후시 녹음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많이 했는데, 어렵진 않았다. 후시 녹음하면서 이런저런 추가를 하면서 재밌었던 게 많았다. 녹음할 땐 혼자 부스에 들어가서 하는 방식이다. 키스신 소리를 연출할 땐 손바닥에 혼자 뽀뽀한다. 그게 꽤 민망하다. 그래서 커튼을 다 친다.(웃음) 꽤 재밌는 작업이었다.
▲ 지금까지 필모그라피를 보면 노출을 꺼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저도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다. 예민한 부분도 있고, 걱정되는 것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그래서 더욱더 이 작업에 공을 들였다.
▲ 실제로 우진과 성격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게 닮았을까.
우진은 책임감이 크고 털털하다. 그 부분이 닮았다. 우진이 생각보다 여린 면이 있다. 눈물도 많고. 동떨어져 있지 않겠다 싶었다.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물론 전 우진이만큼 욕을 잘하거나 수위가 센 말을 하진 않는다. 화를 잘 내는 성격은 아닌 거 같아서(웃음) 욕을 찰지게 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입에 달라붙더라. 그래서 재밌었다.
▲ 안재홍과는 3번째 만남이다. 캐스팅은 누가 먼저 됐을까.
제가 받았을 땐 아무도 없었다. 전고운 감독님과 제가 전작('소공녀')을 같이해서 '시나리오를 봐달라' 해서 리뷰 형식으로 읽었다. '너무 재밌고,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몇 달 후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 안재홍 배우와 또 만난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안재홍 배우는 '소공녀' 작품 전부터 팬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동료이다. 제가 애정하는 작품을 함께하고, 이번이 3번째라 정말 좋아서 잘 해내고 싶었다.
▲ 3번째 만나다 보니 연기할 때 합을 어떻게 맞췄는지 궁금하다.
따로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았다. 이번이 3번째 작품이라 다행인 건 풋풋한 감정 외에 삶에 치여 있는 5년 차 관계가 소원한 부부를 연기해야 해서 풀어져 있고, 편안한, 현실적인 모습들을 제대로 담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아이디어도 많이 나면서 사실적인 걸 담아내려고 하더라. 섬세한 스타일이었다. 똑같은 말도 안재홍 배우가 하면 좀 다르게 느껴졌다.
▲ '안재홍 은퇴하나'라는 말과 함께 '이솜도 같이 은퇴하나'라는 반응도 많았다.
재밌게 봤고, 감사했다. 내가 사리지 않았구나, 좋게 봐줬다고 하는 의미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했다.
▲ 사무엘이 수영해서 불륜 커플의 모습을 찍으러 가는 장면은 원래 우진이 수영으로 건너간다는 설정이었다더라.
제가 수영 영화를 찍긴 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라고. 근데 그건 수영장이었고, 제가 원래 물 공포증이 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바닷물에 빠져야 한다고 해서 '바다는 조금'이라고 그랬다. 그런데 안재홍 배우가 수영을 워낙 잘한다고 하더라. '바다 위의 물개'라고 하더라. 감사하게 물에 들어가 주셨다.
▲ 적나라한 불륜이 등장하면서 '비혼권장드라마'라는 평도 있다.
저 역시 작품을 선택하기 전엔 결혼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은 많았다. 저희 드라마에 풋풋한 장면도 있지만, 결국 (부부가) 파국을 맞다 보니 그걸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싶더라. 연애랑은 다르고,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 거 같다.
▲ 우진은 리스트를 따로 작성할 만큼 불륜을 혐오했는데, 자신도 외도를 저지른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저희의 고민이었고, 논쟁거리였다. 스태프, 감독님 모두 육체적 불륜, 정신적 외도 중 누가 더 잘못한 건지 얘기를 했다. 지금도 그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답을 내리긴 어려운 거 같다. 그런데 제가 우진을 했기 때문에, 이해하려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둘 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우진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여자로서, 아내로서 굉장히 상처가 됐을 수 있겠다 싶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상처받은 게 아닌가 싶다.
▲ 에피소드 중 불륜의 서사 부여에 '미화'라는 우려도 나왔다.
다양한 형태의 불륜을 그려내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다. 자극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코미디라는 장르로 너무 무겁지 않게 잡아가려 했다. ▲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우진은 왜 사무엘과 결혼했을까.
우진이는 결혼이 뭔지 몰랐던 거 같다. 그렇게 사무엘과 결혼한 거 같다. 다시 사무엘과 재회했을 때도 찍을 때 울컥하더라. 크리스마스에 파스타를 혼자 해 먹고, 와인을 먹는데 밖에 나가려 하는데 '나야, 사무엘'하는데, 그 감정이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한편으로는 '우진의 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실제 이상형은 어떨까.
제 취미 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도 입맛이 비슷하다든지, 운동해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 또 사무엘같이 착했으면 좋겠다. 섬세하게 잘 챙겨 줄 거 같다. 물론, 이건 결혼을 위한 상대는 아니다. 연애까지만.
▲ 최근까지 작품들은 걸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랜만에 풀어진 역할이었다.
우진에겐 현실적인 얼굴들, 편안한 얼굴들, 망가지더라도 진짜 망가진 얼굴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진을 통해 그렇게 연기하고 싶었다. 이번에 연기하면서 재미있어서 다음 작품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 'LTNS'를 찍으며 특히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을까.
6회에서 비 맞으면서 사무엘과 다투는 장면이 대사도 길었지만, 감정선을 유지하는 게 쉽진 않았다. 그런데도 보람 있었던 작업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어떻게 촬영할지 궁금했다. 세트장 안에 비를 뿌리며 촬영하는 건 처음이었던 거 같다. 대사가 매우 많고, 감정도 셌다. 이틀에 나눠 찍어야 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화도 많이 내야 했다. 힘든 촬영이었지만 잘 해낸 거 같다.
▲ 전고운 감독뿐 아니라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도 공동연출자로 올라와 있다. 연출자가 두 명인 현장은 어떤가.
감독님이 두 분이니까 초반엔 두 분의 의견을 모두 듣고 싶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이 분위기를 살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하나의 팀이었다. 현장엔 두 분의 감독님이 계셨지만, 그날 현장을 지휘하는 '반장'을 정하셨더라. 반장 띠를 두른 감독님만 디렉팅을 줄 수 있었다. 본인들이 잘 연출할 수 있는 장면들로 나누신 거 같았다.
▲ 가족끼리 같이 보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설 연휴에 정주행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준다면?
같이 볼 작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전 엄마랑 같이 봤다. 민망하긴 했다. 서로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는 순간들이 온다. 스킨십 장면들도 그렇고.(웃음) 저는 딸이기 때문에. 민망함을 숨기는 순간도 재밌었다. 저처럼 다들 즐겨보시길 바란다. 우리 드라마는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그런 질문, 답변을 줬으면 한다.
▲ 작년에 많은 작품을 선보였는데, 올해에도 그런 활약을 이어갈까.
오픈 시기가 겹쳐서 그런 거 같다. 올해는 하반기에 영화 '별빛이 내린다' 하나 정도 오픈이 될 거 같다. 차기작으로 정리된 아직 건 없다. 다만 좀 더 편안하고 현실감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싶다. 평소 제 얼굴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귀신을 보는 소녀(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 눈이 돌아버린 야망의 킬러(넷플릭스 '길복순'), '겉바속촉'의 군인 언니(넷플릭스 '택배기사') 지난해 이솜이 보여준 캐릭터들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LTNS'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면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인정받았다.
'LTNS'는 '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라는 파격적인 제목처럼 파격적인 소재와 전개로 입소문이 났다.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과 사무엘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예측불허 고자극 불륜 추적 활극. 이솜은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아내 우진 역을 맡아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차가운 남편 사무엘과 불륜 커플을 쫓는 비즈니스를 한다. 사무엘 역에는 영화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로 호흡을 맞춘 안재홍이 캐스팅됐다.
'LTNS'의 최종회인 6회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솜은 "오늘만을 기다렸다"며 "제가 'LTNS' 6개 회차 중 6회를 가장 좋아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진처럼 화가 많고, 욕을 잘하진 않지만 털털해서 닮은 부분이 많았다"는 이솜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얼굴을 막 썼는데, 이런 연기를 하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극 중 안재홍과 부부로 호흡을 맞추면서 설렘 가득한 데이트부터 권태로운 부부, 불륜 발각 후 분노에 휩싸인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솜은 파격적인 스킨십 장면까지 소화했다. 이솜은 "(안)재홍 오빠의 말처럼 치열하게, 액션 장면을 찍는 것처럼 합을 맞춰서 했다"며 "소리가 중요해서 후시 녹음도 많이 했는데, 그때 오히려 조금 민망했다"면서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은 이솜과 일문일답 ▲ 오늘 마지막 회가 공개됐다. 어떻게 결말을 봤을까.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6회가 가장 좋았다. 6회까지 봐야 저희 드라마를 봤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만큼 6회를 재밌게 봤고, 공도 많이 들였다. 6회를 보면 감독님들의 연출이 엄청나다고 생각하실 거 같다. 그리고 안재홍 배우님과 제가 몸을 사리지 않고 했구나(웃음) 그런 생각이 드실 거 같다. 우진과 사무엘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결국 어떻게 이어갈지 아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을 굉장히 기다렸다. 저는 6회를 어제도 (미리) 봤다. 여운이 길었고, 고생한 게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다.
▲ '파격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런 반응이 올 거라 예상했나.
첫 페이지부터 과감하고, 파격적이면서도 현실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사들도 신선했고, 대본을 읽으면서 실제로도 웃음이 나왔다. 어느 순간 제가 대사들을 소리 내서 읽더라.
▲ 수위가 높은 장면이 많았다. 여자 배우로서 꺼려지거나 부담되진 않았을까.
작품을 하기 전부터 생각한 게, 대사 수위도 세고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제가 조금이라도 사리면 안 될 거 같은 작품이었다. 그게 우진의 성격이랑도 잘 맞는다 생각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내뱉으려 했고, 더 재밌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의견을 냈다. 안재홍 오빠가 '액션'이라고 표현한 거 같다. 저 역시 감정이 들어가 있는 액션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내면서 저희 언니도 섭외했다. 5, 6회에 현재 우진이 과거 우진을 보는 장면이 있다. 제가 저를 봐야 해서 체형이나 머리 길이도 맞아야 했는데, 괜찮은 사람이 없을까 해서 해외 있는 언니를 초빙했다. 언니는 제가 촬영하는 걸 처음 본 건데, 촬영장에 놀러 오지 않고, 일하러 왔다.(웃음) 기념비적인 날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우진이 면도할 때, 털이 흘러 내려가는데 그걸 제가 '넣자'고 했다.(웃음) 그냥 웃겼으면 좋겠더라. 그래야 재밌을 거 같더라. 그래서 털을 구해 달라했다.
▲ 'LTNS'는 시각적인 것보다 청각적인 자극이 더 센 거 같았다. 후시 녹음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많이 했는데, 어렵진 않았다. 후시 녹음하면서 이런저런 추가를 하면서 재밌었던 게 많았다. 녹음할 땐 혼자 부스에 들어가서 하는 방식이다. 키스신 소리를 연출할 땐 손바닥에 혼자 뽀뽀한다. 그게 꽤 민망하다. 그래서 커튼을 다 친다.(웃음) 꽤 재밌는 작업이었다.
▲ 지금까지 필모그라피를 보면 노출을 꺼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저도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다. 예민한 부분도 있고, 걱정되는 것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그래서 더욱더 이 작업에 공을 들였다.
▲ 실제로 우진과 성격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게 닮았을까.
우진은 책임감이 크고 털털하다. 그 부분이 닮았다. 우진이 생각보다 여린 면이 있다. 눈물도 많고. 동떨어져 있지 않겠다 싶었다.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물론 전 우진이만큼 욕을 잘하거나 수위가 센 말을 하진 않는다. 화를 잘 내는 성격은 아닌 거 같아서(웃음) 욕을 찰지게 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입에 달라붙더라. 그래서 재밌었다.
▲ 안재홍과는 3번째 만남이다. 캐스팅은 누가 먼저 됐을까.
제가 받았을 땐 아무도 없었다. 전고운 감독님과 제가 전작('소공녀')을 같이해서 '시나리오를 봐달라' 해서 리뷰 형식으로 읽었다. '너무 재밌고,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몇 달 후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 안재홍 배우와 또 만난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안재홍 배우는 '소공녀' 작품 전부터 팬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동료이다. 제가 애정하는 작품을 함께하고, 이번이 3번째라 정말 좋아서 잘 해내고 싶었다.
▲ 3번째 만나다 보니 연기할 때 합을 어떻게 맞췄는지 궁금하다.
따로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진 않았다. 이번이 3번째 작품이라 다행인 건 풋풋한 감정 외에 삶에 치여 있는 5년 차 관계가 소원한 부부를 연기해야 해서 풀어져 있고, 편안한, 현실적인 모습들을 제대로 담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아이디어도 많이 나면서 사실적인 걸 담아내려고 하더라. 섬세한 스타일이었다. 똑같은 말도 안재홍 배우가 하면 좀 다르게 느껴졌다.
▲ '안재홍 은퇴하나'라는 말과 함께 '이솜도 같이 은퇴하나'라는 반응도 많았다.
재밌게 봤고, 감사했다. 내가 사리지 않았구나, 좋게 봐줬다고 하는 의미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했다.
▲ 사무엘이 수영해서 불륜 커플의 모습을 찍으러 가는 장면은 원래 우진이 수영으로 건너간다는 설정이었다더라.
제가 수영 영화를 찍긴 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라고. 근데 그건 수영장이었고, 제가 원래 물 공포증이 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바닷물에 빠져야 한다고 해서 '바다는 조금'이라고 그랬다. 그런데 안재홍 배우가 수영을 워낙 잘한다고 하더라. '바다 위의 물개'라고 하더라. 감사하게 물에 들어가 주셨다.
▲ 적나라한 불륜이 등장하면서 '비혼권장드라마'라는 평도 있다.
저 역시 작품을 선택하기 전엔 결혼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은 많았다. 저희 드라마에 풋풋한 장면도 있지만, 결국 (부부가) 파국을 맞다 보니 그걸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싶더라. 연애랑은 다르고,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 거 같다.
▲ 우진은 리스트를 따로 작성할 만큼 불륜을 혐오했는데, 자신도 외도를 저지른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저희의 고민이었고, 논쟁거리였다. 스태프, 감독님 모두 육체적 불륜, 정신적 외도 중 누가 더 잘못한 건지 얘기를 했다. 지금도 그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답을 내리긴 어려운 거 같다. 그런데 제가 우진을 했기 때문에, 이해하려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둘 다 나쁘다고 생각한다. 우진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여자로서, 아내로서 굉장히 상처가 됐을 수 있겠다 싶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상처받은 게 아닌가 싶다.
▲ 에피소드 중 불륜의 서사 부여에 '미화'라는 우려도 나왔다.
다양한 형태의 불륜을 그려내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다. 자극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코미디라는 장르로 너무 무겁지 않게 잡아가려 했다. ▲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우진은 왜 사무엘과 결혼했을까.
우진이는 결혼이 뭔지 몰랐던 거 같다. 그렇게 사무엘과 결혼한 거 같다. 다시 사무엘과 재회했을 때도 찍을 때 울컥하더라. 크리스마스에 파스타를 혼자 해 먹고, 와인을 먹는데 밖에 나가려 하는데 '나야, 사무엘'하는데, 그 감정이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한편으로는 '우진의 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실제 이상형은 어떨까.
제 취미 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도 입맛이 비슷하다든지, 운동해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 또 사무엘같이 착했으면 좋겠다. 섬세하게 잘 챙겨 줄 거 같다. 물론, 이건 결혼을 위한 상대는 아니다. 연애까지만.
▲ 최근까지 작품들은 걸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랜만에 풀어진 역할이었다.
우진에겐 현실적인 얼굴들, 편안한 얼굴들, 망가지더라도 진짜 망가진 얼굴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진을 통해 그렇게 연기하고 싶었다. 이번에 연기하면서 재미있어서 다음 작품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 'LTNS'를 찍으며 특히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을까.
6회에서 비 맞으면서 사무엘과 다투는 장면이 대사도 길었지만, 감정선을 유지하는 게 쉽진 않았다. 그런데도 보람 있었던 작업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어떻게 촬영할지 궁금했다. 세트장 안에 비를 뿌리며 촬영하는 건 처음이었던 거 같다. 대사가 매우 많고, 감정도 셌다. 이틀에 나눠 찍어야 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화도 많이 내야 했다. 힘든 촬영이었지만 잘 해낸 거 같다.
▲ 전고운 감독뿐 아니라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도 공동연출자로 올라와 있다. 연출자가 두 명인 현장은 어떤가.
감독님이 두 분이니까 초반엔 두 분의 의견을 모두 듣고 싶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이 분위기를 살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하나의 팀이었다. 현장엔 두 분의 감독님이 계셨지만, 그날 현장을 지휘하는 '반장'을 정하셨더라. 반장 띠를 두른 감독님만 디렉팅을 줄 수 있었다. 본인들이 잘 연출할 수 있는 장면들로 나누신 거 같았다.
▲ 가족끼리 같이 보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설 연휴에 정주행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준다면?
같이 볼 작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전 엄마랑 같이 봤다. 민망하긴 했다. 서로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재밌는 순간들이 온다. 스킨십 장면들도 그렇고.(웃음) 저는 딸이기 때문에. 민망함을 숨기는 순간도 재밌었다. 저처럼 다들 즐겨보시길 바란다. 우리 드라마는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그런 질문, 답변을 줬으면 한다.
▲ 작년에 많은 작품을 선보였는데, 올해에도 그런 활약을 이어갈까.
오픈 시기가 겹쳐서 그런 거 같다. 올해는 하반기에 영화 '별빛이 내린다' 하나 정도 오픈이 될 거 같다. 차기작으로 정리된 아직 건 없다. 다만 좀 더 편안하고 현실감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싶다. 평소 제 얼굴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