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비만 치료제 열풍이 올해도 지속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앞으로의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VO)의 주가는 5.25% 오른 114.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제약사 일라이릴리(LLY)는 0.10% 오른 645.61달러에 마감했다.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1년간 두 회사 주가는 각각 64.9%, 89.6% 급등했다.

비만 치료제 열풍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날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4분기 당뇨병·비만관리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48% 증가한 613억덴마크크로네(약 11조8413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표 제품 ‘위고비’가 313억크로네(약 6조4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1025억크로네(약 19조7917억원)다. 회사 측은 “올해도 영업이익이 최대 28% 증가할 것”이라며 “위고비의 생산량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만약 시장 1000억弗로 커진다"…노보노·일라이릴리 '주가 벌크업'
일라이릴리가 보유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도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6월 출시된 마운자로는 그해 3분기 매출이 1억8700만달러(약 2477억원)에 그쳤지만, 1년 만에 분기 매출이 14억930만달러(약 1조9850억원)까지 늘었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테슬라를 밀어내고 세계 시가총액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9월부터 유럽 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만치료제 테마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만 치료제가 당뇨,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이지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노보노디스크의 임상 결과를 보면 위고비 치료군의 뇌졸중·심근경색 발생률이 약 20% 줄었다”며 “비만 치료제 영역에서 올해 다양한 연구개발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60억달러(약 8조원) 수준에서 2032년에는 1000억달러(약 133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머크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글로벌 제약사가 잇달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후속 제품이 나온다면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예전보다 악화할 수 있다.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것도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일라이릴리의 R&D 비용은 24억1000만달러(약 3조2140억원)가량으로 지난해보다 34% 늘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비만 치료제 관련 기업 두 곳을 사들이는 데 16억달러(약 2조1352억원)의 비용을 썼고, 최근에는 새 비만약 후보물질을 최대 2억3500만유로(약 3418억원)에 사들였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