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이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로봇이 기업과 가정에서 인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찌감치 로봇 개발에 나선 구글과 테슬라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도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검토하는 등 로봇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챗GPT 원팀' MS·오픈AI…이번엔 인간 닮은 로봇에 공동투자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MS와 오픈AI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피규어AI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규어AI는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2022년 설립했다. 인간처럼 두 발로 걷고 움직이는 AI 기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 5월 파크웨이 벤처캐피털(VC) 주도로 7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MS와 오픈AI는 이번에 5억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을 주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두 회사가 9500만달러, 500만달러씩 총 1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피규어AI의 기업 가치는 19억달러로 평가받게 된다.

피규어AI는 이 투자금을 기반으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로봇이 창고와 제조 현장을 돌아다니며 인간 대신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피규어AI는 이달 초 독일 BMW와 자동차 제조용 로봇을 배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BMW는 이 로봇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시험할 예정이다. 피규어AI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브렛 애드콕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의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의 로봇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년 전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테크놀로지AS에 235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챗GPT를 적용한 로봇을 개발 중이다.

MS와 오픈AI 외에 다른 빅테크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2족 보행 로봇 옵티머스의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다섯 손가락을 사용해 계란을 집어 올릴 정도로 섬세한 동작도 할 수 있다. 아마존은 4개월 전부터 시애틀 물류창고에서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사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