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 ‘갑질 의혹’을 이유로 부과한 30억원 규모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는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쿠팡에 내린 △판매가격 인상 요구행위 △광고 게재 요구행위 △판매촉진 비용 부담 전가 행위 △판매장려금 수취행위 등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전부 돌려받게 됐다. 소송비용은 공정위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를 했다고 보고 2021년 8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며 쿠팡은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했다. 공정위는 또 쿠팡이 128개 납품업자에 자사의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에 따른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213건의 광고 구매를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에게 쿠폰 등 할인 혜택을 주는 행사를 하면서 참여 납품업자들에 그 할인 비용 57억원을 전액 부담하게 했다고도 봤다.

쿠팡은 “LG생활건강 등 8개 대기업 납품업체에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아니므로 ‘갑질’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2022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쿠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판매가격 인상 요구 행위가 단순한 제안을 넘어 최소한의 강제성을 가진 행위로서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가 광고를 강매했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 스스로 법 위반을 인정하는 ‘2019년 베이비페어 1차’ 부분 외 나머지에 관해 납품업자들에 50%를 초과하는 판매촉진비를 분담시켰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쿠팡이 판매장려금을 받은 게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이라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는 “당시 소매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한 신생 유통업체가 업계 1위인 대기업 제조사를 상대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