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7개국이 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유로(약 72조원) 규모의 장기 지원안에 합의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27명의 지도자 모두 EU 예산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500억유로를 추가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셸 상임의장은 “이번 합의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꾸준하고 장기적이며 예측할 수 있는 자금 조달을 보장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이날 회의장 입장에 앞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별도 회의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지원에 반대했던 오르반 총리는 프랑스, 독일 등 각국 정상들에게 지원에 이의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2022년부터 EU의 러시아 경제 제재 등을 놓고 집행부와 대립했다. 최근 EU의 기금 지원 중단 압박에 밀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지지하는 등 한발 물러섰으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선 이번 정상회의 전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합의로 향후 4년간 EU로부터 장기 대출과 보조금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됐다. 서방의 지원에 의존해온 우크라이나 정부는 수개월 안에 재원이 고갈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600억달러 규모의 지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