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현장 물청소, 배현진 땐 과학수사"…음모론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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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배현진 피습…정치사 초유의 1월
외신들 "한국의 정치 양극화 심화 때문"
끝나지 않는 음모론 "李 사건 은폐 축소"
양극화 해소는커녕…더 갈라지는 한국
외신들 "한국의 정치 양극화 심화 때문"
끝나지 않는 음모론 "李 사건 은폐 축소"
양극화 해소는커녕…더 갈라지는 한국
지난달 제1야당 대표와 현역 여당 의원이 괴한으로부터 습격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3주 간격으로 벌어졌다. 재발 방지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지만, 국회는 논쟁은 고사하고 음모론을 앞세워 정쟁만 벌이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인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집중하기는커녕 더욱 갈등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부산을 찾았다가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렸다. 배 의원은 지난달 25일 10대 중학생으로부터 돌덩이로 폭행당해 머리를 다쳤다. 두 의원이 착용했던 의류는 물론 쓰러졌던 자리에 피가 흥건할 정도로 '하마터면 큰일날 뻔한' 사태였다. 두 가해자의 범행동기도 정치적인 이유로 같았다. 60대 남성은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 10대 중학생은 '배 의원이 정치를 이상하게 해서'였다.
국민은 충격에 빠졌고, 이 대표와 배 의원 모두 이 사건을 '죽을 뻔한 때'로 기억한다. 이 대표는 회복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지난달 17일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피습 후 첫 공식 입장으로 "사건 당시 '이러다가 죽겠구나' 하는 공포까지 느꼈다"고 했다.
외신들은 이 대표와 배 의원 피습 사건의 근원은 '정치 양극화'에 있다고 봤다. 배 의원 피습 이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 분열이 극에 달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정치적 긴장감은 높은 상태"라며 "이번 피습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서 폭력의 공포가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 사회 전반에서 커졌다"고 했다. AP통신은 "야당 대표가 목을 찔린 지 몇 주 만에 배 의원 피습이 발생했다"며 "한국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 사건으로만 한정해 '정부와 수사기관이 사건을 축소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런 의혹 제기가 정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음모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 개최해 경찰이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 수뇌부를 질타했다. 이어 지난 29일에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가 이 대표 피습 상황 2보를 '1㎝ 열상, 경상 추정'으로 작성한 것은 은폐·축소를 위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마사지 된 것" 등 주장을 폈다. 야권 극렬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들도 온라인상에서 민주당의 주장을 적극 옮기는 모습이 포착된다.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은폐·축소 의혹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 대표 피습 현장은 경찰이 물청소하고 배 의원의 피습 현장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과학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사진이 올라왔다. 또 이 대표의 부산-서울 전원 특혜 논란이 일었던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듯 "(배 의원이 다친) 신사동 인근에 외과병원이 한두 곳이 아닌데 왜 순천향대 병원까지 갔나. 신사동 병원 무시하냐", "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 삼성의료원 무시하냐" 등 조롱까지 나왔다.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가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배 의원 피습 이후 당내에서 '음모론'이 생산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이 기조는 국민의힘 출입기자단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한 '기사 수정 요청' 공지에서 잘 드러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위원장은 금일 배 의원 병문안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막연한 추측과 분노로 국민이 걱정하고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분노가 아닌 '음모'로 보도한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청드립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재차 "테러 행위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음모론의 소재로 이용돼선 안 된다"면서 "배 의원이 큰 정신적 충격에도 빠르게 퇴원하게 된 것은 그런 테러 때문에 흔들릴 나라가 아니라는 점, 음모론의 소재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배 의원의 노력이었다"고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이런 테러를 대하는 공당(公黨)의 자세로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인지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것"이라고 했다.
단, 여권에서도 일부 극렬 지지층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성 보수 유튜브 채널 '이봉규TV'는 '배현진 사고는 이재명 책임'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재명이 사법 질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으니까 테러도 자꾸 일어나고 범죄자들이 법에 대한 두려움을 못 느낀다"고 배 의원 피습이 이 대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배 의원 피습 사건 직후인 지난달 26일에는 '가로세로연구소'가 가해 중학생에 대해 "이놈 왠지 이준석과 민주당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한 몸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극렬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대표 피습 당시 이 대표와 민주당을 조롱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대립과 혐오는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빠르게 모방되며 사회를 병들게 한다"며 "그런 악순환을 끝낼 의무는 우선 정치에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부산을 찾았다가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렸다. 배 의원은 지난달 25일 10대 중학생으로부터 돌덩이로 폭행당해 머리를 다쳤다. 두 의원이 착용했던 의류는 물론 쓰러졌던 자리에 피가 흥건할 정도로 '하마터면 큰일날 뻔한' 사태였다. 두 가해자의 범행동기도 정치적인 이유로 같았다. 60대 남성은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 10대 중학생은 '배 의원이 정치를 이상하게 해서'였다.
국민은 충격에 빠졌고, 이 대표와 배 의원 모두 이 사건을 '죽을 뻔한 때'로 기억한다. 이 대표는 회복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지난달 17일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피습 후 첫 공식 입장으로 "사건 당시 '이러다가 죽겠구나' 하는 공포까지 느꼈다"고 했다.
외신들은 이 대표와 배 의원 피습 사건의 근원은 '정치 양극화'에 있다고 봤다. 배 의원 피습 이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 분열이 극에 달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총선을 앞두고 한국의 정치적 긴장감은 높은 상태"라며 "이번 피습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서 폭력의 공포가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 사회 전반에서 커졌다"고 했다. AP통신은 "야당 대표가 목을 찔린 지 몇 주 만에 배 의원 피습이 발생했다"며 "한국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 사건으로만 한정해 '정부와 수사기관이 사건을 축소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런 의혹 제기가 정치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음모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 개최해 경찰이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 수뇌부를 질타했다. 이어 지난 29일에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가 이 대표 피습 상황 2보를 '1㎝ 열상, 경상 추정'으로 작성한 것은 은폐·축소를 위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마사지 된 것" 등 주장을 폈다. 야권 극렬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들도 온라인상에서 민주당의 주장을 적극 옮기는 모습이 포착된다.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은폐·축소 의혹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 대표 피습 현장은 경찰이 물청소하고 배 의원의 피습 현장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과학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사진이 올라왔다. 또 이 대표의 부산-서울 전원 특혜 논란이 일었던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듯 "(배 의원이 다친) 신사동 인근에 외과병원이 한두 곳이 아닌데 왜 순천향대 병원까지 갔나. 신사동 병원 무시하냐", "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 삼성의료원 무시하냐" 등 조롱까지 나왔다.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가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배 의원 피습 이후 당내에서 '음모론'이 생산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이 기조는 국민의힘 출입기자단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한 '기사 수정 요청' 공지에서 잘 드러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위원장은 금일 배 의원 병문안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막연한 추측과 분노로 국민이 걱정하고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분노가 아닌 '음모'로 보도한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청드립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재차 "테러 행위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음모론의 소재로 이용돼선 안 된다"면서 "배 의원이 큰 정신적 충격에도 빠르게 퇴원하게 된 것은 그런 테러 때문에 흔들릴 나라가 아니라는 점, 음모론의 소재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배 의원의 노력이었다"고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 이런 테러를 대하는 공당(公黨)의 자세로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인지 국민들께서 평가하실 것"이라고 했다.
단, 여권에서도 일부 극렬 지지층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성 보수 유튜브 채널 '이봉규TV'는 '배현진 사고는 이재명 책임'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재명이 사법 질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으니까 테러도 자꾸 일어나고 범죄자들이 법에 대한 두려움을 못 느낀다"고 배 의원 피습이 이 대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배 의원 피습 사건 직후인 지난달 26일에는 '가로세로연구소'가 가해 중학생에 대해 "이놈 왠지 이준석과 민주당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한 몸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극렬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대표 피습 당시 이 대표와 민주당을 조롱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대립과 혐오는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빠르게 모방되며 사회를 병들게 한다"며 "그런 악순환을 끝낼 의무는 우선 정치에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