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에 팔았다" 가자 휴전설에 2주만 최저치[오늘의 유가]
WTI·브렌트유 동반 2%대 급락
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낙폭 제한적


국제유가가 2%대 급락해 2주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동발(發) 수급 우려가 완화한 영향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3월물은 전날보다 2.68%(2.03달러) 내린 배럴당 73.82달러에 장을 닫았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19일(배럴당 73.41달러) 이후 가장 낮다.

국제유가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선물 4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1.85달러(2.30%) 하락한 배럴당 78.70달러에 마감했다. 역시 지난달 19일(배럴당 78.56달러) 이후 최저치였다.
"루머에 팔았다" 가자 휴전설에 2주만 최저치[오늘의 유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원유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날 예루살렘포스트는 카타르 외무부 발표를 인용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의 인질 협상과 휴전안에 대한 초기 승인을 내렸고, 이스라엘도 이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휴전안이란 미국·카타르·이집트·이스라엘 4개국이 지난달 28~29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도출한, 6주간의 일시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및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안을 말한다.

알자지라 역시 “이스라엘이 휴전안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고, “하마스가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휴전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정 보도문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며칠 내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미국 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SEER)의 마이클 린치 소장은 마켓워치에 “소문에 매도된 경우로, 추후 반발 매수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당장은 휴전 관련 소문이 거짓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은 분명히 반응했다. 미국이 만약 이란이나 친(親)이란 성향 단체에 반격을 가하면 유가는 다시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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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락 폭은 제한적일 거란 전망도 나온다. 벨란데라에너지파트너스의 매니시 라지 매니징디렉터는 “일각에선 미국이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군사적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는 한 유가가 떨어질 수 있는 범위는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태가 진정되면 원유 시장은 중동발 루머보다는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기반해 거래되는 형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모간체이스는 순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2달러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유가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지정학 리스크 외에도 유가를 떠받치는 요인들은 많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은 확실하게 공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리가 내릴 거란 기대감이 더해지면 원유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석유중개업체 PVM의 존 에반스는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호재는 없었지만, 파월의 언어는 올해 중 어느 시점에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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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미 경제는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전월(47.1)보다 올랐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시장 전망치 47.0을 웃돈 것이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강력한 ISM 데이터는 원유 수요와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중국의 수요가 되살아날 거란 전망도 나왔다. JP모간은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량이 지난해 120만배럴에서 53만배럴 더 늘어나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투자은행(IB)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에 힘입어 올해 중국 경제가 4.9% 성장할 수 있다고도 봤다.

나타냐 가네바 JP모간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중국발 석유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며 “2024년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기본적으로 건전한 해가 될 것이며, 작년 12월 매도 흐름은 매수 기회를 낳은 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올해 5월까지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대 초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루머에 팔았다" 가자 휴전설에 2주만 최저치[오늘의 유가]
같은 날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를 연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는 하루 22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2명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3월 초 2분기까지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서비스업체 스톤엑스의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 알렉스 호데스는 “OPEC+가 감산 방침을 연장하면 원유 시장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