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데려가라"…아들 소방 유품 끌어안은 母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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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8시 30분께 경북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에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유족은 끝내 오열했다. 박 소방교의 모친은 운구행렬 내내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참다가, 문경소방서에 비치된 사물함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사물함 안에는 고인이 생전에 사용했던 활동복과 모자, 소방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체취가 조금이나마 남아있을까 유족은 주인 잃은 옷가지들을 한참 동안 끌어안고 목 놓아 울었다.
사물함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모친에게 박 소방교의 여동생은 "가야지 엄마, 오빠한테 가야지, 가자"라고 달랬으나 소용이 없었다. 두 소방관이 근무했던 사무실로 이동해서는 손때 묻은 장비를 매만지며 이제는 불러도 대답 없는 아들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그간 아내의 곁에서 눈물을 삼켜왔던 두 부친도 목 놓아 울었다. 김 소방장의 누나는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며 "누나한테 와, 누나한테 왔으면 좋겠어"라고 연신 흐느꼈다.
100명가량 되는 문경소방서 동료들은 거수경례하며 순직한 두 젊은 소방관의 넋을 추모했다.
정자세로 도열한 동료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시민들도 문경소방서 입구 앞에 서서 두 젊은 소방관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날 영결식은 개식사,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 보고, 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추서, 윤석열 대통령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고인께 올리는 글, 헌화와 분향, 조총 발사, 폐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두 청년과 한 팀이었던 윤인규 소방사는 조사에서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출동 벨 소리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갔던 우리 반장님들, 늠름한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 소방장의 20년 지기인 전남 광양소방서 소속 김동현 소방관은 '고인께 올리는 글'에서 "함께 소방관이란 꿈을 꾸며 어둡고 좁은 독서실에서 너와 붙어 지낸 시간이 더욱 생각난다"며 "술잔을 기울이며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자던 너의 말이 오늘 더욱더 기억나고 내 마음을 울리게 한다"고 울먹였다. 이어 "다음 생에는 희생하며 사는 인생보단 너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너의 행복, 가족, 친구들을 생각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소방교의 친구 송현수 씨는 "우리 둘이 태권도 사범 생활이 힘들어 매일 밤을 지새우며 서로 끌어안고 목 놓았던 시간을 기억하느냐"며 "앞으로 그런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이 없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시간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에게는 잊혀 과거로 남겠지만, 나는 끝까지 기억하고 추억하며 잊지 않고 살겠다.
자랑스러운 박수훈을 웃으며 보내겠다"고 명복을 빌었다.

영결식 후 두 소방관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두 영웅은 지난달 31일 오후 7시47분께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혹시 남아 있을 마지막 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화염 속에 뛰어들었다. 구조 과정에서 갑자기 번진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김 소방장은 5년여의 재직기간 동안 500여차례 현장에 출동했다. 박 소방교는 특전사 부사관 출신으로 2년간 400여차례 화재·구급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헌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