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과 셰브런이 지난해에도 역대급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하락장에도 원유·가스 생산량을 대폭 늘려 마진을 방어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엑슨모빌은 지난 2일 “작년 연간 순이익이 360억달러(약 48조원)로 2012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전년도 연간 순이익 557억달러보다는 감소했지만 기세를 이어갔다는 평가다.

셰브런의 지난해 순이익은 214억달러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였던 전년도(355억달러)보다는 줄었지만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당일 뉴욕증시에서 엑슨모빌과 셰브런 주가는 각각 1%, 2.8% 상승 마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사가 나란히 2022년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이 유가 하락장 탓에 둔화세로 돌아설 뻔했지만 원유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 게 실적 방어에 유효했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작년 하반기 하루평균 133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가 나왔다. 이는 역사상 그 어떤 산유국의 생산량보다도 많은 것으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량을 상쇄했다.

미국 증산량 대부분은 텍사스주와 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안 분지에서 나왔다. 엑슨모빌은 “작년 4분기 우리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하루평균 85만1000배럴로 전년 동기(78만9000배럴)보다 대폭 늘었다”며 “특히 퍼미안 분지와 가이아나 등의 유전 생산량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셰브런도 작년 퍼미안 분지의 원유 생산량을 10%가량 늘렸다고 보고했다. 셰브런의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하루평균 116만 배럴에 달했다.

미국 대표 에너지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엑슨모빌은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내세운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고소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캐시 미켈스 엑슨모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낼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투자자로 가장한 기후활동가들이 해마다 똑같은 주주제안을 냈고 그마저도 최저치의 찬성률을 받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