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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아파트 브랜드 중 하나인 ‘자이’로 유명한 GS건설은 최근 역대급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불거진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 여파 때문이다. 시공과정에서 철근이 대거 누락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난 1일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실상 최대 피해자는 ‘내 돈' 내고 산 아파트인데도 불안에 떨어야 하는 분양계약자다. 당장의 안전도 안전인 데다 집주인이 가장 민감해하는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어서다. 이른바 AI(인공지능) 기술이 일상에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건설 현장에서도 ‘패러다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이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은 실수로 초래했던 문제점이 확 줄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건비 상승, 외국인 노동자 비중 증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업계 역시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한 자동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에선 SK에코플랜트와 HD현대 등 대기업뿐 아니라 다수의 스타트업이 참가해 안전관리 기술을 선보였다. SK에코플랜트의 현장 안전관리 플랫폼 ‘안심(안전에 진심)’의 주 기능은 현장의 사고 예방, 준법경영의 실천 지원 등이다. 이용자의 작업 정보를 기반으로 실시간 위험 요소 및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앱에서 제공되는 안전교육일지 등 법적 서류를 기록하게 한다. 2021년 출시된 이 시스템은 SK에코플랜트를 포함한 13개 기업, 150여개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장 직원 기준 2만여명에 달하는 규모다. HD현대의 건설안전 AI 기술은 현장에 전시된 4.5m 크기의 거대한 굴착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기는 작업자의 운전 공간인 캐빈이 없는 무인 굴착기다. 광각 레이더 센서 및 스마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주변 장애물을 인지하고 스스로 안전하게 작업한다. 사고 위험이 높은 현장과 작업자를 분리해준다.
SK에코플랜트의 ‘안전’과 HD현대의 AI 기반 머신 어시스턴스 기술 ‘엑스에이전트’는 올해 행사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HD현대는 굴착기를 시작으로 휠로더, 도저, 트럭 등 다양한 제품군에 ‘단위작업 자율화 솔루션’을 탑재할 예정이다. 관리 최적화 방안을 제공해 비효율 요소를 제거하고 개별 장비의 생산성을 30~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복 작업이 줄어들면 시공비 인하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22년 중앙대 건설기술혁신연구실에서 설립된 콘티랩은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 솔루션 ‘iSafe’ 플랫폼을 선보였다.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눈을 대신해 가시적인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식별, 판단하는 AI 모델을 골자로 한다. 단순한 위험탐지와 알림 방식을 넘어 작업별 안전수준 평가 정보도 제공한다. 실제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미지를 바탕으로 생성한 3D-Mesh로 메타버스 환경을 생성하고, 산업 직종별 전문가와 근로자가 모여 인사이트도 공유할 수 있다. 콘티랩 관계자는 “자동번역 기능이 탑재돼 국적과 무관하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며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해 의사소통과 사고 예방에 큰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사내벤처인 공새로는 AI 클라우드 기술로 건설 현장과 자재 공급사, 제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건자재 주문부터 입찰, 계약, 정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건설업계 전문가는 “최근 분양가 인상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AI를 통한 자율화, 효율화 정도에 비례해 장기적으로 건설 원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CES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건설업 분야는 기술과 혁신에서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식량, 보건, 환경,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류 안전과 관련한 모든 측면이 건설과 연관되므로 이를 혁신하지 않고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사실상 최대 피해자는 ‘내 돈' 내고 산 아파트인데도 불안에 떨어야 하는 분양계약자다. 당장의 안전도 안전인 데다 집주인이 가장 민감해하는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어서다. 이른바 AI(인공지능) 기술이 일상에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건설 현장에서도 ‘패러다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이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은 실수로 초래했던 문제점이 확 줄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건비 상승, 외국인 노동자 비중 증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업계 역시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한 자동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건설 현장도 ‘현장소장’ 대신 AI
지난달 9일부터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는 건설 분야 신기술이 대거 소개됐다. 소비자를 겨냥한 세계 최대 가전 행사로 시작한 이 행사는 수년 전부터 전 분야를 아우르는 첨단기술 경연장으로 발전했다.국내에선 SK에코플랜트와 HD현대 등 대기업뿐 아니라 다수의 스타트업이 참가해 안전관리 기술을 선보였다. SK에코플랜트의 현장 안전관리 플랫폼 ‘안심(안전에 진심)’의 주 기능은 현장의 사고 예방, 준법경영의 실천 지원 등이다. 이용자의 작업 정보를 기반으로 실시간 위험 요소 및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앱에서 제공되는 안전교육일지 등 법적 서류를 기록하게 한다. 2021년 출시된 이 시스템은 SK에코플랜트를 포함한 13개 기업, 150여개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장 직원 기준 2만여명에 달하는 규모다. HD현대의 건설안전 AI 기술은 현장에 전시된 4.5m 크기의 거대한 굴착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기는 작업자의 운전 공간인 캐빈이 없는 무인 굴착기다. 광각 레이더 센서 및 스마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주변 장애물을 인지하고 스스로 안전하게 작업한다. 사고 위험이 높은 현장과 작업자를 분리해준다.
SK에코플랜트의 ‘안전’과 HD현대의 AI 기반 머신 어시스턴스 기술 ‘엑스에이전트’는 올해 행사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HD현대는 굴착기를 시작으로 휠로더, 도저, 트럭 등 다양한 제품군에 ‘단위작업 자율화 솔루션’을 탑재할 예정이다. 관리 최적화 방안을 제공해 비효율 요소를 제거하고 개별 장비의 생산성을 30~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복 작업이 줄어들면 시공비 인하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효율 구조 바꿔야 분양가도 안정”
건설부동산 관련 스타트업(프롭테크)도 인건비 상승, 외국인 노동자 급증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 증가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최적화된 솔루션 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2022년 중앙대 건설기술혁신연구실에서 설립된 콘티랩은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 솔루션 ‘iSafe’ 플랫폼을 선보였다. 산업현장에서 사람의 눈을 대신해 가시적인 위험 요소를 자동으로 식별, 판단하는 AI 모델을 골자로 한다. 단순한 위험탐지와 알림 방식을 넘어 작업별 안전수준 평가 정보도 제공한다. 실제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미지를 바탕으로 생성한 3D-Mesh로 메타버스 환경을 생성하고, 산업 직종별 전문가와 근로자가 모여 인사이트도 공유할 수 있다. 콘티랩 관계자는 “자동번역 기능이 탑재돼 국적과 무관하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며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해 의사소통과 사고 예방에 큰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사내벤처인 공새로는 AI 클라우드 기술로 건설 현장과 자재 공급사, 제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건자재 주문부터 입찰, 계약, 정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건설업계 전문가는 “최근 분양가 인상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AI를 통한 자율화, 효율화 정도에 비례해 장기적으로 건설 원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CES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건설업 분야는 기술과 혁신에서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식량, 보건, 환경,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류 안전과 관련한 모든 측면이 건설과 연관되므로 이를 혁신하지 않고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