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도 견고한 석유 생산량…유가 일주일 새 7% 하락 [오늘의 유가]
WTI 일주일 새 7% 하락
생산량은 느는데...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


지난 한 주간 국제 유가가 약 7% 떨어졌다. 주요국 석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휴전 협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지속 증가하면서 중동 긴장 여파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3월물은 전날보다 2.09%(1.54달러) 내린 72.2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17일(72.48달러) 이후 가장 낮았고 일주일 전(1월 29일·78.01달러)과 비교하면 7.34% 떨어졌다.
브렌트유 가격(자료=오일프라이스)
브렌트유 가격(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유가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선물 4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1.74%(1.37달러) 떨어진 배럴당 77.33달러에 마쳤다. 일주일 전 81.83달러에서 5.81% 하락했다.
WTI 가격(자료=오일프라이스)
WTI 가격(자료=오일프라이스)
지난주 발표된 경제지표가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이 견고한 1월 고용 지표를 발표하며 미국 중앙은행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에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견해가 확산했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 둔화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실질경제성장률을 4.6%로 전망하며 지난해(5.2%)보다 0.6%포인트 낮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일 석유 수요가 올해 225만 배럴에서 2025년에는 180만배럴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석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1월 기준 하루에 석유 생산량은 1330만 배럴이 넘었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일 생산량이 곧 1400만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알렉스 스티븐스 미국 에너지연구소(IER) 관계자는 “석유 가격 상승이 과거 중동 분쟁 당시처럼 즉각적이거나 변동성이 크지 않다”며 “미국의 석유 생산량 증가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동 긴장 강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인 베네딕트 앤드리스 부사장은 “유가의 변동성이 더 커지고 해운 요금과 해상 보험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동에서 훨씬 더 심각한 운송 차질이 발생한다면 유럽 소매업, 일반 제조업, 자동차 제조업체 및 공급업체 발행사의 신용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에 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