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협정과 에너지 협력, 시리아 문제 등 논의"
푸틴, 이달 에르도안 찾아 회담…우크라전 후 첫 나토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말 튀르키예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할 예정이라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룸버그,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피단 장관은 이날 현지 TV 방송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돼 해외여행에 제한을 받아왔다.

ICC 회원국이라면 푸틴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지만, 튀르키예는 회원국이 아니어서 협조 의무가 없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문제와 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피단 장관은 전했다.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 곡물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뿐 아니라 자국 곡물·비료도 수출하기로 했지만, 자국 관련 협의 내용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작년 7월 협정 연장을 거부했다.

러시아는 협정 복귀를 위한 조건으로 러시아 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 시스템 재연결과 러시아 선박·화물에 대한 보험 제한 해제 등을 요구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요구 사항 중 일부를 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피단 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곡물 문제를 반드시 논의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항상 튀르키예와 러시아 사이의 의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엔,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가 세계 시장에 곡물을 수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자 튀르키예와 더 긴밀한 정치·경제·에너지 측면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려 했다.

경제난을 겪는 튀르키예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크게 늘렸다.

현재 양국은 튀르키예에 천연가스 허브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10월 흑해와 튀르키예를 통과해 유럽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튀르키예에 가스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이미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이 튀르키예 최초 원자력 발전소인 아쿠유 원전을 남부 메르신주(州) 귈나르에 짓고 있다.

푸틴, 이달 에르도안 찾아 회담…우크라전 후 첫 나토 방문
시리아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파딘 장관은 전했다.

그는 "시리아에는 특히 안보 문제가 있다"며 우리가 추진하는 아스타나 협상 프로세스가 있고, 또 튀르키예는 쿠르드족 민병대와 관련해 민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는 2011년 이후 내전을 겪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튀르키예는 시리아 서북부를 기반으로 하는 반군을 지원했다.

아스타나 프로세스는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가 주도해 시리아 사태 종식과 평화 정착을 목표로 하는 회담이다.

피단 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문제에 특히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