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화 전략 펼치는 에르도안, 전체주의로 치닫는 튀르키예 [튀르키예 지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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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 말라티아 도심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인근에는 튀르키예 국기와 함께 'ONCE VATAN(조국이 우선)'이란 표어가 설치돼 있다. 도심 내부에 진입할수록 선전 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초상화와 건국 100주년을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했다. 길거리에 설치된 변압기에도 "예루살렘(이스라엘)은 이슬람의 것"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튀르키예 보아지치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김덕일 작가는 이러한 튀르키예의 변화를 경계했다. 김 작가는 2년 전 책 <거꾸로 가는 새로운 튀르키예>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합법적인 독재를 시작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작가는 "에르도안이 튀르키예의 권력을 모두 독점하면서 사회와 문화가 퇴보하기 시작했다"며 "외교와 경제도 뒷걸음질 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튀르키예에서 국수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밀어붙인 기조인 '신(新) 오스만 제국주의'가 낳은 결과물이다. 과거 오스만제국이 중동 지역을 호령했듯, 튀르키예가 하나 되어 다시 부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우상화 작업에 열을 올렸다. 실제 이날 찾아간 튀르키예 동남부 아디야만주 신규 주택 벽면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튀르키예의 국부(國父)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화도 자리를 차지했다. 말라티야 신규 주택 단지와 컨테이너 촌에도 똑같은 선전물이 걸려있다.
아타튀르크는 튀르키예 공화국의 건립자이자 초대 대통령이다. 튀르키예 국민들은 아타튀르크를 일종의 '국민영웅'처럼 여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부와 자신을 동등하게 배치하며 자신의 권위를 드러냈다. 김 작가는 "에르도안은 자신을 아타튀르크와 같은 반열에 올리려고 한다"며 "이전까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권위를 과시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교육 제도를 개편하서 지지 세력을 확보해왔다. 2003년 취임 이후 이맘 하팁을 대거 설립했다. 모스크에서 근무하는 이맘을 양성하는 종교학교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맘 하팁 출신이다.
2002년도 450개 였던 이맘 하팁은 에르도안이 정권을 잡은 뒤 지난해 1700여개까지 증가했다. 졸업생은 60만명을 넘겼다. 김 작가는 "이슬람 주의를 어릴 때부터 학습시켜 사회에 내보려는 전략이다"라며 "여기를 졸업하고 나면 에르도안 지지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 학교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이슬람 종교 수업을 들어야 한다. 또 모든 학교에는 이슬람 기도실인 '메스지트' 설치를 의무화했다. 신오스만 제국주의를 교육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학교에서 에르도안의 홍위병을 양성하는 셈이다.
정치적 홍위병을 확보한 에르도안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해 대지진을 겪은 동남부 아나톨리아 11개주에서 쿠르드족 밀집지역을 제외한 10개주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지진으로 인한 정권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다. 다만 물밑에선 에르도안이 내건 전체주의에 반발하는 심리가 조성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작가는 "건국의 아버지인 아타튀르크를 지향하는 정치 세력은 에르도안의 행보에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다음달 지방선거가 튀르키예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튀르키예에서 국수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밀어붙인 기조인 '신(新) 오스만 제국주의'가 낳은 결과물이다. 과거 오스만제국이 중동 지역을 호령했듯, 튀르키예가 하나 되어 다시 부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우상화 작업에 열을 올렸다. 실제 이날 찾아간 튀르키예 동남부 아디야만주 신규 주택 벽면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튀르키예의 국부(國父)라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화도 자리를 차지했다. 말라티야 신규 주택 단지와 컨테이너 촌에도 똑같은 선전물이 걸려있다.
아타튀르크는 튀르키예 공화국의 건립자이자 초대 대통령이다. 튀르키예 국민들은 아타튀르크를 일종의 '국민영웅'처럼 여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부와 자신을 동등하게 배치하며 자신의 권위를 드러냈다. 김 작가는 "에르도안은 자신을 아타튀르크와 같은 반열에 올리려고 한다"며 "이전까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권위를 과시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교육 제도를 개편하서 지지 세력을 확보해왔다. 2003년 취임 이후 이맘 하팁을 대거 설립했다. 모스크에서 근무하는 이맘을 양성하는 종교학교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맘 하팁 출신이다.
2002년도 450개 였던 이맘 하팁은 에르도안이 정권을 잡은 뒤 지난해 1700여개까지 증가했다. 졸업생은 60만명을 넘겼다. 김 작가는 "이슬람 주의를 어릴 때부터 학습시켜 사회에 내보려는 전략이다"라며 "여기를 졸업하고 나면 에르도안 지지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 학교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이슬람 종교 수업을 들어야 한다. 또 모든 학교에는 이슬람 기도실인 '메스지트' 설치를 의무화했다. 신오스만 제국주의를 교육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학교에서 에르도안의 홍위병을 양성하는 셈이다.
정치적 홍위병을 확보한 에르도안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해 대지진을 겪은 동남부 아나톨리아 11개주에서 쿠르드족 밀집지역을 제외한 10개주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지진으로 인한 정권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다. 다만 물밑에선 에르도안이 내건 전체주의에 반발하는 심리가 조성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작가는 "건국의 아버지인 아타튀르크를 지향하는 정치 세력은 에르도안의 행보에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다음달 지방선거가 튀르키예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