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 스몰웨딩 하려다 '깜짝'…"이러니 비혼" 말 나온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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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신념 버리고 결혼 결심했는데…
남녀 결혼 준비 비용 평균 '3억' 넘어
"많은 것 갖춰야 결혼 가능 인식 강해져"
남녀 결혼 준비 비용 평균 '3억' 넘어
"많은 것 갖춰야 결혼 가능 인식 강해져"
"계속 '비혼주의'로 살다가 20대의 끝자락에 드디어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는데…돈 때문에 막막합니다."
대기업에 다닌 지 올해로 4년 차인 직장인(29) 박모 씨는 "결혼에 드는 돈이 만만찮다 보니 주변에서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도 맘을 돌리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비혼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신념까지 바꾼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도 돈 때문에 고민하는 현실이 괴롭다"고 털어놨다.
박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 사이에선 결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스몰웨딩'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비용 부담으로 인해 꺼려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는 지난해 1월 방영이 종료된 JTBC 예능 '결혼에 진심'의 에피소드가 '요즘 어마어마하다는 스몰웨딩 비용'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로 확산하며 재조명받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선 스몰 웨딩을 생각한 예비부부가 상담받다 깜짝 놀라는 장면이 보여졌다. 웨딩플래너는 "스몰 웨딩이라고 해서 금액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면서 "호텔 (예식)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부부가 제일 싼 조건을 알아본 결과, 예식장 3700만원에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비용 500만원 등 총 5500만원이 필요했다.
이처럼 결혼을 위한 준비 비용이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가 넘는다는 것과 관련해 미혼남녀를 포함한 결혼 예정자들의 걱정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2일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결혼 비용 리포트'를 보면, 올해 결혼을 위한 남녀 총평균 비용은 3억4724만원에 달했다.
상견례에 드는 비용은 식사, 선물 등으로 평균 87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총결혼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혼집은 2억4176만원으로 전체 약 79%에 달했다. 혼수품 지출은 평균 2615만원으로, 남녀가 각자 사용하던 것을 합해 비용이 들지 않은 0원부터 최대 5억원까지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단은 566만원, 예물은 530만원이었고, '스드메 패키지'는 평균 479만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예식장 비용은 평균 99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가연 관계자는 "예전에는 몇 가지만 준비돼도 결혼했다면, 요즘은 많은 것을 갖춘 후에 결혼하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30대 젊은 남녀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와 특징' 보고서를 보면, 2030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08년 50%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기준 20대 여성이 27.5%, 30대 여성이 31.8%로 감소했다. 남성 청년도 같은 기간 70% 수준에서 20대와 30대 모두 41.9%, 48.7%로 각각 줄었다. 이 조사에 응답한 20~30대 모두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을 1위로 꼽았다.
반면 '비혼주의'를 선언했던 가수 산다라박과 배우 신세경, 방송인 덱스 등 일부 연예인은 최근 비혼 선언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1일 유명 유튜버 겸 방송인 랄랄도 "비혼주의를 외치던 제가 결혼을 결심하고 엄마가 됐다"며 임신 소식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것도 경제적인 여유 덕분이다"는 푸념이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사회에 형성된 결혼에 대한 문화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며 "20~30대가 결혼한다고 하면 대개는 완성된 가운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다 갖춰지지 않으면 결혼을 안 하겠다는 인식이 확립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혼이라는 건 가족을 형성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살고 축복받을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결혼을 위해 물질적으로 충만하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물질적인 것이 갖춰져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게 하나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자태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대기업에 다닌 지 올해로 4년 차인 직장인(29) 박모 씨는 "결혼에 드는 돈이 만만찮다 보니 주변에서 결혼을 결심한 사람들도 맘을 돌리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비혼으로 살겠다고 결심한 신념까지 바꾼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도 돈 때문에 고민하는 현실이 괴롭다"고 털어놨다.
박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 사이에선 결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스몰웨딩'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역시 비용 부담으로 인해 꺼려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는 지난해 1월 방영이 종료된 JTBC 예능 '결혼에 진심'의 에피소드가 '요즘 어마어마하다는 스몰웨딩 비용'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로 확산하며 재조명받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선 스몰 웨딩을 생각한 예비부부가 상담받다 깜짝 놀라는 장면이 보여졌다. 웨딩플래너는 "스몰 웨딩이라고 해서 금액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면서 "호텔 (예식)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부부가 제일 싼 조건을 알아본 결과, 예식장 3700만원에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비용 500만원 등 총 5500만원이 필요했다.
이처럼 결혼을 위한 준비 비용이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가 넘는다는 것과 관련해 미혼남녀를 포함한 결혼 예정자들의 걱정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2일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결혼 비용 리포트'를 보면, 올해 결혼을 위한 남녀 총평균 비용은 3억4724만원에 달했다.
상견례에 드는 비용은 식사, 선물 등으로 평균 87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총결혼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혼집은 2억4176만원으로 전체 약 79%에 달했다. 혼수품 지출은 평균 2615만원으로, 남녀가 각자 사용하던 것을 합해 비용이 들지 않은 0원부터 최대 5억원까지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단은 566만원, 예물은 530만원이었고, '스드메 패키지'는 평균 479만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예식장 비용은 평균 99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가연 관계자는 "예전에는 몇 가지만 준비돼도 결혼했다면, 요즘은 많은 것을 갖춘 후에 결혼하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30대 젊은 남녀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와 특징' 보고서를 보면, 2030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08년 50%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기준 20대 여성이 27.5%, 30대 여성이 31.8%로 감소했다. 남성 청년도 같은 기간 70% 수준에서 20대와 30대 모두 41.9%, 48.7%로 각각 줄었다. 이 조사에 응답한 20~30대 모두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을 1위로 꼽았다.
반면 '비혼주의'를 선언했던 가수 산다라박과 배우 신세경, 방송인 덱스 등 일부 연예인은 최근 비혼 선언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1일 유명 유튜버 겸 방송인 랄랄도 "비혼주의를 외치던 제가 결혼을 결심하고 엄마가 됐다"며 임신 소식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것도 경제적인 여유 덕분이다"는 푸념이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사회에 형성된 결혼에 대한 문화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며 "20~30대가 결혼한다고 하면 대개는 완성된 가운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다 갖춰지지 않으면 결혼을 안 하겠다는 인식이 확립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혼이라는 건 가족을 형성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살고 축복받을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결혼을 위해 물질적으로 충만하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물질적인 것이 갖춰져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게 하나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자태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