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도 푹 빠졌다…20대 직장인들 퇴근 후 뭐하나 봤더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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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 퇴근 후 뭐 하나 봤더니
퇴근 후 친구 대신 운동 찾는 20대
코로나 이전 대비 피트니스 업종 카드 매출액 늘어
"외모지상주의 영향 무시할 수 없어"
퇴근 후 친구 대신 운동 찾는 20대
코로나 이전 대비 피트니스 업종 카드 매출액 늘어
"외모지상주의 영향 무시할 수 없어"
"거의 클라이밍 선수로 활동하다시피 하고 있어요. 클라이밍이 제 심장이고 뇌의 80%를 차지하는 취미 활동입니다."
최근 그룹 AOA 멤버이자 배우인 설현(29)은 "하루에 5시간도 한다"며 클라이밍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클라이밍은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2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다.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노모 씨(27)는 "6개월 넘게 클라이밍에 빠져있다"고 했다. 노 씨가 서울 시내 클라이밍 장을 한 번 방문하는 데 드는 비용은 2만원가량의 입장료와 3000원의 신발 대여료다. 그는 월 평균 4~5회 클라이밍 장을 방문한다.
그는 "원래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도 좋아했지만, 평소 운동을 해둔 게 말짱 도루묵이 될까 봐 이젠 모임 약속도 줄이게 됐다"며 "클라이밍 하는 데 드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술 약속 줄이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웬만한 서울 시내 클라이밍 장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인파가 많은 편"이라며 "내 또래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요즘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취미 생활에 꽂혀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즐거운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MZ세대 직장인 중에서는 건강 관리에 깊게 몰입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이른바 '헬스디깅(Health Digging)족'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치원 교사 유모 씨(27)는 2개월째 퇴근 후에는 복싱, 출근 전에는 새벽 수영을 즐긴다. 첫 한 달은 적응하느라 애먹었지만 요즘엔 생활의 큰 활력소라고.
유 씨는 "운동을 하기 전에는 퇴근 후 친구를 만나 늦게 귀가하거나, 바로 귀가하더라도 유튜브 쇼츠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늦게 잠들었다"며 "운동을 하면 귀가 후 바로 씻고 잠자리에 들어 자연스레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을 하는 이유로 체중 감량과 같은 신체적 변화보다 하루를 알차게 살고 있다는 성취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대기업 직장인 이모 씨(28)는 최근 집 근처로 이직에 성공한 후 성인 발레 수업을 등록했다. 그는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파 자세 교정 운동을 찾다가 알게 됐다"며 수강 동기를 밝혔다.
그는 "첫 수업 준비를 위해 발레용품점에 가보니 발레복도 10만원 이상,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토슈즈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비용이 꽤 들었다"면서도 "만성 근육 통증을 해결해주고 자세 교정만 해준다면 이 정돈 아깝지 않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피트니스 업계에선 20대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취미에 한 번 빠지면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디깅소비' 경향과도 맞물렸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30일 KB국민카드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인 2019년과 2023년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헬스장·요가·필라테스 등 피트니스 산업은 2019년 대비 58% 성장해 배달서비스 산업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가장 많이 성장한 업종이었다. 특히 연령대별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피트니스 업종은 20대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1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건강을 생각해 저녁 약속을 줄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미국 내 2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내놨다. WSJ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한 침대 제조업체 고객 200만명을 대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18~34세 고객은 평균 밤 10시 6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는 1년 전 통계치보다 12분 이른 시간이며 젊은이들이 건강을 위해 점점 빠르게 잠에 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청년층 때문에 산업 구도도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제시했다. WSJ에 따르면 식당 평점 사이트 '옐프'에서의 전체 예약 건수 중 오후 4~6시대의 비중은 31%로 2017년보다 무려 19% 높아졌다. 반면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의 예약 건수 비중은 줄어, 미국 내 여러 식당이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상 속 작은 성취감, 당장의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비교적 단기간에도 하는 만큼 성과가 보인다는 운동의 특성이 20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내 집 마련을 성취 목표로 삼았다면, 이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면서 젊은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이고 직관적인 선택지를 찾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운동을 즐기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20대의 운동 열풍에 미디어의 영향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며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층 사이에서 남녀불문하고 자기 신체를 '관리 대상'이나 일종의 '프로젝트'로 바라보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운동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리해서 운동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최근 그룹 AOA 멤버이자 배우인 설현(29)은 "하루에 5시간도 한다"며 클라이밍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클라이밍은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2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다.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노모 씨(27)는 "6개월 넘게 클라이밍에 빠져있다"고 했다. 노 씨가 서울 시내 클라이밍 장을 한 번 방문하는 데 드는 비용은 2만원가량의 입장료와 3000원의 신발 대여료다. 그는 월 평균 4~5회 클라이밍 장을 방문한다.
그는 "원래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도 좋아했지만, 평소 운동을 해둔 게 말짱 도루묵이 될까 봐 이젠 모임 약속도 줄이게 됐다"며 "클라이밍 하는 데 드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술 약속 줄이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웬만한 서울 시내 클라이밍 장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인파가 많은 편"이라며 "내 또래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요즘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취미 생활에 꽂혀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즐거운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MZ세대 직장인 중에서는 건강 관리에 깊게 몰입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이른바 '헬스디깅(Health Digging)족'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치원 교사 유모 씨(27)는 2개월째 퇴근 후에는 복싱, 출근 전에는 새벽 수영을 즐긴다. 첫 한 달은 적응하느라 애먹었지만 요즘엔 생활의 큰 활력소라고.
유 씨는 "운동을 하기 전에는 퇴근 후 친구를 만나 늦게 귀가하거나, 바로 귀가하더라도 유튜브 쇼츠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늦게 잠들었다"며 "운동을 하면 귀가 후 바로 씻고 잠자리에 들어 자연스레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을 하는 이유로 체중 감량과 같은 신체적 변화보다 하루를 알차게 살고 있다는 성취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대기업 직장인 이모 씨(28)는 최근 집 근처로 이직에 성공한 후 성인 발레 수업을 등록했다. 그는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허리가 아파 자세 교정 운동을 찾다가 알게 됐다"며 수강 동기를 밝혔다.
그는 "첫 수업 준비를 위해 발레용품점에 가보니 발레복도 10만원 이상,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토슈즈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비용이 꽤 들었다"면서도 "만성 근육 통증을 해결해주고 자세 교정만 해준다면 이 정돈 아깝지 않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피트니스 업계에선 20대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취미에 한 번 빠지면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디깅소비' 경향과도 맞물렸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30일 KB국민카드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인 2019년과 2023년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헬스장·요가·필라테스 등 피트니스 산업은 2019년 대비 58% 성장해 배달서비스 산업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가장 많이 성장한 업종이었다. 특히 연령대별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피트니스 업종은 20대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1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건강을 생각해 저녁 약속을 줄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미국 내 2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내놨다. WSJ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한 침대 제조업체 고객 200만명을 대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18~34세 고객은 평균 밤 10시 6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는 1년 전 통계치보다 12분 이른 시간이며 젊은이들이 건강을 위해 점점 빠르게 잠에 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청년층 때문에 산업 구도도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제시했다. WSJ에 따르면 식당 평점 사이트 '옐프'에서의 전체 예약 건수 중 오후 4~6시대의 비중은 31%로 2017년보다 무려 19% 높아졌다. 반면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의 예약 건수 비중은 줄어, 미국 내 여러 식당이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상 속 작은 성취감, 당장의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비교적 단기간에도 하는 만큼 성과가 보인다는 운동의 특성이 20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내 집 마련을 성취 목표로 삼았다면, 이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면서 젊은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이고 직관적인 선택지를 찾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운동을 즐기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20대의 운동 열풍에 미디어의 영향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며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층 사이에서 남녀불문하고 자기 신체를 '관리 대상'이나 일종의 '프로젝트'로 바라보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운동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리해서 운동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