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타데우스로팍에서 열리고 있는 단체전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 전경.  타데우스로팍 제공
서울 타데우스로팍에서 열리고 있는 단체전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 전경. 타데우스로팍 제공
2021년 10월, 런던 파리 잘츠부르크에 이어 서울 한남동에 둥지를 튼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로팍. 개관 4년째를 맞는 갤러리의 올해 첫 전시 ‘노스탤직스 온 리얼리티’의 베일이 벗겨지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해외 유명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갤러리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그룹전을 첫 전시로 택했기 때문이다. 전시회도 자체 기획 방식 대신 2018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비엔날레 전문’ 김성우 큐레이터를 초청해 꾸몄다. 타데우스로팍은 작가 선정과 작품 선정을 모두 김 큐레이터의 손에 맡겼다.

김 큐레이터가 조명하는 작가는 이해민선, 권영주, 남화연, 제시 천, 양유연, 정유진 등 모두 6명. 올해 전시회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공통점이 있다.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는 자주 얼굴을 비추지만, 미술품 거래 시장에서는 다소 보기 어려웠다.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갤러리가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 큐레이터는 “시장 논리를 따르는 대신 현대미술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얼굴들을 보여주고자 전시를 꾸몄다”고 작가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시간’이다. 6인의 작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 한가운데엔 1995년생 ‘젊은 작가’ 정유진의 설치작이 나왔다. 정 작가는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재앙’을 소비하는 법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를 설치작품으로 녹여냈다.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면 마치 관객을 찌를 듯 거친 느낌을 내뿜는다. 새로운 얼굴들이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대부분 작업이 참신하다. 고민을 거듭한 작업 과정의 노고가 작품 안에 그대로 드러난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