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다시 주목…유가 4거래일만 반등 [오늘의 유가]
재점화된 공급 우려에
WTI 0.72%·브렌트유 0.88% 올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진전이 보이지 않자 글로벌 공급망 우려가 다시 떠올랐다. 지난주 7% 가까이 하락했던 국제 유가는 4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3월물은 전날보다 0.52달러(0.72%) 상승한 배럴당 72.78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선물 4월 인도분도 0.68달러(0.88%) 오른 배럴당 78.01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
국제유가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지난주 유가는 하락했지만, 다시금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유가가 다시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8일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 이슬람저항군(IRI)의 공습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사망하자 이달 2일 시리아·이라크 내 이란 혁명수비대와 관련 민병대를, 3일엔 친이란 예멘 반군을 보복 공습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다섯 번째다.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총리인 빈 살만 왕세자와 두 시간가량 회담을 진행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필요를 해결하고, 분쟁의 추가적인 확산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 행위를 중단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티케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타리크 자히르 위원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더 큰 두려움은 더 큰 분쟁이 생기거나 이란이 개입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위험과 무관하게 석유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움의 비키 홀럽 최고경영자(CEO)는 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원유 매장량을 충분히 빠르게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2025년 말에는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 세계가 생산하고 있는 석유의 약 97%가 20세기에 발견한 원유이고, 지난 10년동안 전 세계가 생산된 원유의 절반 이하만을 대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홀럽 CEO는 “현재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이며, 이에 따라 현재 중동 분쟁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브라질, 캐나다, 가이아나가 기록적인 양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 침체로 수요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하지만 2025년 말에는 수요와 공급 전망이 뒤집힐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홀럽 CEO는 “현재 시장은 균형을 잃었지만, 이는 단기적인 수요 문제”라며 “장기적으로는 공급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관들은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일 200만 배럴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