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뿐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도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안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몇 곳까지 포함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정책이 사실상 '네이밍 앤 셰이밍'(회사 이름을 거론해 망신 주기)의 공격적인 형태를 띠는 만큼 정부는 제도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대상 기업 선정에 골몰하고 있다.

6일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른바 'PBR 1배 이상 만들기' 운동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만 참여시킬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유가증권 상장사 5000억원 미만의 회사들과 코스닥 회사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의 경우 상위 150개사를 넣을지, 상위 50개사를 넣을지 범위를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이 유가증권시장에만 한정됐다. 국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모든 상장사가 의무로 적용받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당국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에 더해 별도 형태의 자율공시 제도를 만들어 코스닥 상장사도 대상이 되게끔 할 방침이다. 코스닥 포함한 중소형주가 포함되는 논의는 일본 사례를 본떴다.

일본의 경우 코스피와 코스닥에 대응되는 '프라임 시장'과 '스탠다드 시장' 모두에 관련 공시를 최소 1년에 한 번 하도록 의무화했다. 양대 시장 소속 기업은 총 1800여곳이다. 일본은 프라임 시장 상장사의 절반, 스탠다드 시장 상장사의 60%가 ROE 8% 미만·PBR 1배 미만이다. 일본이 양대 시장에 강제성을 부여한 만큼 우리 정부도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기업들 여건을 고려하되 가능하면 코스닥 시장까지 공시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기업들을 콕 집어 망신을 주는 '네이밍 앤 셰이밍' 정책인 만큼 코스닥 내 어디까지 포함시킬지는 조율 중이다. 비용, 규모 측면에서 기준을 충족할 여건이 안 되는 코스닥사까지 대상으로 삼기는 어려워서다.

적용 대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는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수시로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태스크포스(TF) 격인 이 회의에는 금융위와 한국거래소 실무자들을 비롯해 상장회사협의회, 자본시장연구원, 코스닥협회, 한국ESG기준원,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일에도 비공개로 관련 회의가 열린 가운데 한 참석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도의 본래 취지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와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면서도 "가능하면 기존의 제도를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이 제도와 별도 새로운 공시 형태를 함께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시총 5000억원 이상 대형주들은 기존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를 통하고, 나머지 코스피·코스닥 기업들은 새로운 공시제도를 빌려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게끔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당국은 이런 자율공시가 갖는 효과가 과연 얼마나 클지 확신이 안 선 상황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자체는 의무이지만 그 안에 기재할 '기업가치 제고계획'은 자진 공시 사항(권고)으로 둘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 5000억원 이상 기업들도 보고서 내 해당 내용을 담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다.

회의에 참여하는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시가 권고에 머물게 되면 기업가치를 개선하겠다고 공시하는 데가 얼마나 되겠으며, 과연 주가 부양을 끌어내는 게 가능할지 등에 당국 신경이 쏠린 상태"라며 "현실적으로 다른 국가에서 이처럼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해당되는 부분을 공시를 의무화한 사례가 없기에 강제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세미나를 열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계획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산 총액 기준으로 보고서 의무대상 기업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2019년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22년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이어 올해부터는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게 됐다. 또 2026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