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뜯어 물고간 것으로 추정되는 한우 선물 세트. / 사진=연합뉴스
길고양이가 뜯어 물고간 것으로 추정되는 한우 선물 세트. / 사진=연합뉴스
길고양이가 설 선물로 온 한우를 뜯어 물고 가 상품을 배송한 택배 기사가 고객에게 배상해줬다는 사연이 6일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남 구례군에 사는 60대 A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 28분 지인으로부터 한우 선물 세트를 받았다. 택배를 배송한 기사는 A씨가 집에 있었지만, 마당에 선물을 놓고 '배송 완료' 문자를 보냈다. A씨 집은 아파트가 아닌 전형적인 농촌의 단독 주택이었다.

문자를 보지 못해 선물이 온 사실을 몰랐다는 A씨는 다음 날 오전 7시 집을 나서다 선물 세트가 뜯어진 모습을 발견했다. 그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고기 4팩 중 2팩은 포장이 뜯겨 비어있는 상태다.

A씨 집 주변에는 길고양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는 이런 사실을 택배회사에 알리고 배상을 문의했지만, 회사는 표준 약관 등 법률 검토 끝에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 대신 자영업자로 등록된 기사가 이번 일을 '배달 사고'로 처리해 A씨에게 배상해줬다고 한다.
길고양이가 뜯어 물고간 것으로 추정되는 한우 선물 세트. / 사진=연합뉴스
길고양이가 뜯어 물고간 것으로 추정되는 한우 선물 세트. / 사진=연합뉴스
택배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배송이 일상화하면서 도시에서는 물건을 아파트 문 앞에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시골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이런 사례는 처음 봤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이런 경우 최종 배송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배송 기사들이 배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실이나 훼손 가능성이 있는데, 정해진 위치에 배송하거나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 임의 배송을 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만약 문 앞이나 특정한 장소를 지정해서 그리로 배송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면 당연히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골은 항아리 속과 같이 배송장소를 고객과 협의해 지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부연했다.

A씨는 "선물 가격이 20만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땅에 버려져 있는 걸 보니 너무 아까웠다. 처음엔 택배 회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배상을 요구했지만, 비대면 배달이 원칙인 최근에 누굴 탓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결과적으로 택배 기사가 사고 처리를 하고 배상해줘 좋았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